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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내리면 보험사 운용수익 타격 성장성 둔화 및 수익성·건전성 악화 건전성 방어·재무안정성 과제로 부상

금리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보험사들이 건전성 방어에 진땀을 빼고 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급여력비율(킥스·K-ICS)’ 비율이 200% 아래를 밑돌았다. 새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이후 금리 하락에 따른 부채 부담이 더 커진 영향이다. 특히 건전성 방어와 재무 안정성이 지상 과제로 부상하면서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 발행 규모는 역대 최대다.
금리 하락 따른 부채 부담↑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보험사들이 K-ICS 비율 하락에 대응해 보완자본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신영증권 분석을 보면 보험사의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 등 자본성증권 발행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2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보험사가 발행한 자본성증권은 7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보험사에서 자본성증권 발행이 늘고 있는 것은 건전성 지표인 K-ICS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IFRS17에서는 이전과 달리 보험부채(준비금)를 시가(현재 가치로 재평가)로 평가하게 돼 있다. 즉, 금리가 하락하면 할인율이 낮아지고 보험부채가 증가하는 구조다. 부채 증가에 따라 킥스 비율 부담이 커지다 보니 보험사에서도 건전성 방어를 위해 자본확충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무해지 보험 관련 해지 위험액 산출 방식을 개편하고 손해율 역시 연령에 따라 높은 손해율을 적용하도록 한 것도 자본확충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삼성생명, 처음으로 200% 밑돌아
금리 하락에 따른 건전성 충격은 예상보다 더 강력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경과조치 전 K-ICS 비율이 150% 이하를 기록한 곳은 무려 6개사에 달한다. 푸본현대생명(경과조치 전 17.3%, 경과조치 후 200.9%)과 MG손해보험(35.9%, 43.4%), KDB생명(66.3%, 179.5%), ABL생명(113.1%, 152.5%), 롯데손해보험(128.7%, 159.8%), iM라이프(131.0%, 178.0%) 등 중소형사에서 특히 영향이 컸다.
일부 중소형사는 추가 자본 확보를 위한 발행 한도마저 넉넉지 않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KDB생명과 푸본현대생명 등 중소형 보험사들은 이미 한도를 모두 소진했다. NH농협손해보험도 한도가 대부분 소진됐으며,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9월 말 자기자본 기준으로 약 3,000억원의 잔여 차입한도가 있었지만 4분기 중 자기자본 감소로 발행 여력이 저하됐을 걸로 분석됐다. 뿐만 아니라 삼성생명(193.5%)과 한화생명(164.1%), 교보생명(170.10%, 222.34%) 등 대형 보험사들도 K-ICS 비율이 하락하는 추세다. 삼성생명의 경우 작년 말 기준 K-ICS 비율이 180%로 더 떨어졌다.
보험사의 운용수익률이 악화하면 미리 약속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어려워져 더 많은 보험금을 걷어야 한다. 예정이율이 3.0%인 보험을 예로 들면, 이 경우 고객이 100만원을 내면 30년 후에 250만원 지급이 가능하지만, 운용수익률 악화로 인해 예정이율이 2.5%로 낮아지면 이를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보험사 M&A 지지부진
이렇다 보니 매물로 나온 보험사들의 매각도 순탄치가 않다. 현재 보험사 M&A 시장에서 매물로 나와 있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되는 곳은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ABL생명 △KD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6곳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최종 성사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KDB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이후 10년 동안 추진하던 KDB생명 매각을 잠정 중단하고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했다. 산은은 KDB생명의 자본을 확충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재매각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잠재 매물로 분류되고 있다. 프랑스 BNP파리바가 국내 시장 철수를 추진하면서 자연히 M&A 시장 매물로 오르내리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BNK금융지주가 사모펀드(PEF)와 투자를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산됐다.
손보사들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롯데손보의 경우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가이드라인' 적용 여파로 실적이 크게 출렁였다. 실제 롯데손보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91%나 감소한 272억원으로 집계됐다. 킥스 비율도 하락이 우려된다.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59.8%(경과조치 적용 후)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었다. 건전성 우려 탓에 금감원은 지난달 5일부터 롯데손보에 대한 수시검사에 착수한 상태다.
무엇보다 금융지주가 M&A에 신중한 입장이란 점이 문제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지주사들은 무리한 M&A보다 본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 단위의 롯데손보를 인수할 곳이 마땅찮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매물 중 비교적 우량하다고 평가받던 롯데손보의 경우에도 지난해 실적이 급감하면서 원하는 값을 받지 못하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