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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느는데 실적 뚝, 회계업계 불황에 금감원으로 눈돌리는 회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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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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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금감원 신입 회계사 채용 불과 1명
올해는 최대 채용 인원 모두 선발
대형 회계법인 실적 악화 및 채용난 영향

지난해까지 회계사를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시달렸던 금융감독원이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올해 초 신입 회계사 12명을 채용한 데 이어 최근 경력직 6명을 추가로 뽑은 덕분이다. 지난해 회계법인 영업이익이 약 20% 감소하는 등 업계 불황으로 회계사들의 금감원 선호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 신입·경력 회계사 18명 채용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주 8명의 경력 전문가 직원이 출근을 시작했다. 이들은 약 일주일 동안 교육을 거쳐 다음 주쯤 부서 배치를 받고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3월 금감원은 회계사는 6명 이내, IT(정보통신) 전문가는 4명 이내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후 두 차례 면접을 거쳐 5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금감원이 회계사를 최대 채용 예정 인원인 6명을 다 뽑았다는 점이다. 이는 IT 전문가를 절반 정도인 2명만 채용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번 회계사 경력 지원 요건은 한국 공인회계사(KICPA) 자격을 취득한 이후 회계법인에서 감사 업무 경력이 3년 이상인 자였다. 이들은 금감원 입사 후 5년 이상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번 경력직 채용이 업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금감원이 그동안 회계사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2017년 신규 직원 중 공인회계사 자격증 보유자는 33명에 달했지만 이후 2021년 10명, 2022년 7명, 2023년 6명 등 감소세를 이어갔다. 2024년엔 신입 회계사가 단 1명에 불과했다. 이렇다 보니 금감원 내부에선 이 유일한 회계사를 데려가려는 경쟁이 치열했는데, 결국 새 회계 제도(IFRS17) 도입 이슈가 있었던 보험감독국으로 배치됐다.

과거 금감원은 국내 최대 회계 감독 조직으로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과 함께 회계사들의 선호를 받았었다. 그러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을 도입한 신(新)외부감사법이 2019년 본격 시행된 이후 회계법인이 공격적으로 채용을 늘리면서 채용에 난항을 겪었다. 일거리가 늘어난 회계법인이 저연차 회계사들의 연봉을 높이면서 임금 괴리가 커졌고, 금감원은 구인난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업황 둔화 직면한 회계업계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대형 회계법인들의 실적 악화에 더해 신입 공인회계사 채용난이 겹쳐서다. 최근 회계업계에선 당분간 업황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치솟은 회계사 인건비를 비롯한 고비용 구조가 회계법인 수익성을 압박하고, 경기 침체로 일거리마저 줄어든 탓이다.

금감원의 ‘2023사업연도 회계법인 사업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전체 회계법인의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20.4% 감소한 1,287억원으로 집계됐다. 4대 회계법인의 영업이익도 9.6% 줄어든 31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증가율의 둔화세도 가파르다. 전체 회계법인 매출액은 5조8,000억원으로 전기보다 1.8% 증가했으나 매출액 증가율은 전 부문에서 둔화됐다. 감사부문은 16.7%에서 4.7%로, 세무 부문은 13.3%에서 5.7%로 감소했다. 경영자문 매출은 전기보다 감소해 증감율이 8.4%에서 4.2% 감소로 전환했다.

비록 전기 대비 매출이 늘긴 했지만, 신외감법 도입 이후 회계업계가 누렸던 매출 호황이 둔화하는 모습으로 보인다. 외부감사 실적은 총 3만4,643건으로 전기보다 6.7% 증가했고, 평균 감사보수는 4,900만원으로 전기보다 소폭(1.2%) 하락했다. 대부분(12개) 소속회계사 40명 미만의 법인이긴 하지만 회계법인이 전년 대비 13개 증가하면서 경쟁도 더 늘었다.

업황 둔화는 지난해부터 더욱 심화하는 추세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우선 기업들의 경기가 좋지 않고 지정감사의 수 자체도 큰 폭까지는 아니지만 줄었다"며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도 예전만큼 활성화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부진의 여파가 회계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좁아진 취업문'에 오갈데 없는 수습 회계사들

회계업계 업황 둔화는 공인회계사시험(CPA) 선발인원 관련 논의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지난해 회계사 최소 선발인원을 늘렸고, 실제 작년 합격자는 1,250명으로 2023년 1,100명 대비 150명 증가했다. 하지만 합격자가 150명 늘었음에도 회계업황 악화로 회계법인들의 채용규모가 확 줄면서 약 200명의 합격생들이 2년의 수습기간을 보내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대형 회계법인의 동계감사 기간 인턴십에 참여할 경우 수습기간으로 인정해주는 응급 처방으로 내놨지만, 계약기간이 3개월이 대부분인 탓에 계약을 연장하지 못한 수습 회계사들이 다시 한번 오갈데 없는 처지에 놓인 상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이 끝난 회계사들이 많다"며 "일부를 대상으로 연장 여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된 인원도 있지만 나머지는 계약이 종료됐다"고 전했다.

계약 연장이나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회계사들에게는 한공회에서 운영하는 자체 교육 프로그램 선택지로 남아있다. 다만 이 선택지는 선호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한공회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받는 작년 합격자는 서른 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공회 프로그램을 수강하지 않을 경우 내년 초에 열리는 채용시장의 문을 한번 더 두드려야 한다. 그때는 2025년도 합격자들까지 가세해 경쟁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으로 소폭 줄였으나 여전히 업계가 소화하기 버겁다는 지적이 많다. 업황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대형 회계법인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서다. 이에 한공회는 빅4 회계법인에 정식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맡기는 대신 이들의 연봉을 깎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연봉을 조율해서라도 구직난을 먼저 해결하겠다는 의도다. 단, 현직 회계사들과의 의견조율이 관건이다. 기존 연봉 체계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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