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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생명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 상태, 산업은행 추가 자금 투입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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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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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2년 만에 2조4,100억→610억
10년간 6차례에 걸쳐 매각 시도 모두 실패
공적 자금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KDB생명 사옥/사진=KDB생명

KDB생명보험이 지난해 말 기준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KDB생명은 지난 10년간 매각을 추진했지만 실패해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다. 산은은 KDB생명을 정상화한 뒤 매각한다는 계획이지만, 정상화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은은 지금껏 KDB생명에만 1조5,000억원을 쏟아부었다. 산은이 세금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금으로 부실 금융사를 먹여 살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자본잠식률 87.7%로 심각 수준

19일 KDB생명의 사업보고서와 경영공시를 종합하면 KDB생명의 총자산은 2022년 18조8,519억원에서 지난해 17조7,642억원으로 5.7%(1조877억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총부채는 16조4,416억원에서 17조7,029억원으로 7.6%(1조2,613억원) 늘었다.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본총계(자기자본)는 2022년 2조4,103억원으로 양호했지만, 이듬해 3,856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613억원까지 줄었다.

KDB생명 자본금이 4,98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본잠식률은 87.7%다. 상장된 기업의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상장폐지된다. 자본 잠식은 자기자본(613억원)이 자본금(4,983억원)보다 적어질 때를 의미한다. KDB생명의 자기자본이 더 줄어 0원이 되면 자본 잠식률은 100%로 완전 자본 잠식으로 평가된다. 자기자본이 마이너스가 되면 부도까지 염려해야 한다.

현재 상황만 놓고 봐도 KDB생명은 완전 자본 잠식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자기자본 613억원에는 신종자본증권 2,410억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라고 평가된다.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하면 지난해 말 KDB생명의 실질적인 자기자본은 -1,797억원으로 완전 자본 잠식 상태다.

KDB생명은 오는 2028년 5월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2회차)에 대한 콜옵션(조기 상환)을 행사할 수 있다. 나머지 250억원(3회차)의 조기 상환 행사 시점은 2029년 12월이다. KDB생명은 지난해 1년 동안 신종자본증권 배당(이자)으로만 145억원을 지급했다. 이자는 기업의 곳간인 이익잉여금에서 빠져나가는데, 지난해 KDB생명의 이익잉여금은 29억원을 기록했다.

건전성 지표 크게 악화

KDB생명의 자본 잠식은 금리 인하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보험사의 자산 평가액은 상승하지만, 부채 평가액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한다. 이러한 차이가 자기자본 중 하나인 기타포괄손익액에 반영되면서 손실이 확대된 것이다. 실제 KDB생명의 지난해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1조1,608억원으로 전년(-5,120억원)보다 2배 이상 감소했다.

건전성 지표도 문제다. 그동안 KDB생명은 지급여력비율(K-ICS·킥스)과 관련해 금융당국 권고수치인 150%를 넘기기 위해 자본 확충작업에 힘써왔다. 지난해 8월에는 14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1,2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도 발행했다.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에서 3,000억원의 유증을 통해 2대 주주로 남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그럼에도 KDB생명의 킥스는 법정 최소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한다. 킥스가 100% 미만이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새로운 회계 제도 도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킥스가 100%를 넘지 못해도 제재를 최대 5년간 유예하는 경과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도 KDB생명은 보유한 후순위채 990억원, 1,200억원이 각각 6월과 10월에 조기상환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KDB생명 자체 재무여력으론 조기상환 자금 2,000억원가량을 조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상환하더라도 가용자본이 감소해 킥스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산은 자금 투입에도 여전히 우려, 추가 수혈 불가피

산업은행은 지분 76%를 확보해 정상화에 나선다지만, 사실상 추가 자금 투입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앞서 산은은 2012년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하고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가 실사 후 인수를 포기했다. 올 초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10년간 여섯 번에 걸쳐 매각작업이 잇달아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이 과정에서 출자 등을 통해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을 KDB생명에 투입했으나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는 바뀌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는 산은이 KDB생명을 매각하려면 결국 정상화 목적으로 자금을 추가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B생명이 자본 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6,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상화에 1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전망이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산은은 줄곧 세금으로 부실 금융사를 연명시켰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앞서 산은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인수해 특혜 시비가 불거진 터다. 이후 이동걸 전 산업은행장은 2018년 국정감사에서 KDB생명을 두고 “애초 인수하지 않아야 했을 회사”라며 “인수 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KDB생명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KDB생명의 보험계약부채는 16조원으로, 계약이전 이후 청·파산을 추진 중인 MG손해보험(4조원)의 4배 수준이다. 보험계약부채는 보험사가 미래에 계약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등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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