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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정책 조정할 때가 도래했다" 美 9월 기준금리 인하 기정사실화, 관건은 '인하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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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 기대 키우는 美 시장, 고용 지표 개선 전망
9월 피벗 공식화한 파월 연준 의장, 인하 폭 두고 시장 '갑론을박'
가계부채에 신음하는 韓, 주요국 대비 피벗 지연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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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주요 시장 지표로 꼽히는 고용 데이터가 낙관적인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이에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폭 및 추후 정책 전환 속도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美 고용 지표 개선 전망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경제학자들은 비농업 고용자가 전월보다 16만5,000명 늘고, 실업률은 4.2%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부진한 수준에 머물렀던 고용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7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농업 고용자 수는 전월 대비 11만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7월 고용 지표 악화는 기술주 거품 붕괴,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등과 맞물려 지난달 5일 '검은 월요일'로 불리는 글로벌 증시 폭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이에 시장은 오는 6일 발표되는 비농업 고용(NFP) 보고서를 비롯해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등 이번 주 중 공개될 경기 관련 지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요 지표 발표 이전부터 경기 상황과 관련한 미국인들의 심리 지표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의 비중은 34%로 7월(26%) 대비 8%p 뛰었다.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판단한 응답자는 한 달 새 54%에서 48%로 줄었다. 미국 경제 전망을 평가하는 전통적 심리 지표인 미국 미시간대의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7월 66.4에서 8월 들어 67.9로 반등했다. 시장 전반에서 경기 연착륙 기대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월 '빅컷' 있을까

경제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통화정책을 조정할 때가 도래했다”며 9월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한 바 있다. 잭슨홀 미팅은 매년 8월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 등이 모여 정책을 논의하는 행사로, 통화정책 방향 변화를 알리는 자리로도 활용된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에 매우 가까워졌다”며 “인플레이션이 2%로 안정적으로 복귀할 것이란 확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관건은 연준의 금리 인하 폭과 차후 정책 전환 속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대부분 연준이 9월과 11월 두 차례 회의에서 25bp(1bp=0.01%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12월에는 50bp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전망과 관련해 애널리스트, 투자자 등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는 엇갈리는 추세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라도 빠른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지나치게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 단위로 인하할 경우,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금리 수준을 더 오래 유지하게 된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달러 표시 자산으로 몰리면서 미국 통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반면 연준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리면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따라 내리며 피벗(통화 정책 전환) 흐름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점진적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연준이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경우 미국 고용 시장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며 "결국 조만간 발표되는 8월 고용 지표에 따라 시장의 여론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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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피벗 가능성은?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피벗 움직임이 속속 본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비교적 미진한 상황이다. 급증하는 부채와 부동산 시장 과열 현상이 금리 인하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정부와 가계의 부채 합은 최초로 3,00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인 2,401조원의 127%에 달하는 수치다. 감세 기조로 세수가 줄면서 국채 발행이 증가한 가운데, 부동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가계대출이 급증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상황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불구,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 부채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통위는 7월 11일 개최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만장일치 의견으로 3.5%로 동결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나,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로 인한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세,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잔액 확대 등을 우려한 것이다. 이 위원은 “과거 경험상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규모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역시 최근 여야 국회의원의 연구 모임 ‘대한민국 전환과 미래 포럼 창립총회’에 강연자로 나서 "여러 구조적 문제 때문에 집값이나 물가가 올라 이번(8월 금융통화위원회)에 금리를 인하하고 싶어도 못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이에 국내 증권가에서는 한국은행이 10월 금통위 회의에서 재차 금리 동결을 택하고, 11월에 접어들어서야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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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시정조치 안건 상정·M&A 규제 완화 나선 금융당국, 저축은행 '옥석 가리기' 본격화

적기시정조치 안건 상정·M&A 규제 완화 나선 금융당국, 저축은행 '옥석 가리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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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상위 5개사 당기순이익 603억원, 74개사는 4,407억원 적자
금융당국 M&A 규제 완화 방안 마련, BIS 비율 완화 및 영업구역 규제 재검토
M&A 활성화 정책 실효성에 의문 확산, "비대면 금융 시대에 M&A 나설 이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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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적기시정조치 안건 상정 등을 활용해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도 마련한다. M&A를 통해 업권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단 취지지만, 시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팽배한 분위기다. 비대면 금융 확대 등으로 저축은행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양극화 심화, 연체율도 온도 차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업권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총 603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580억원 대비 약 4% 증가한 수준이다. 이들 5개사는 올 상반기 모두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SBI저축은행 161억원, OK저축은행 73억원, 한국투자저축은행 114억원, 웰컴저축은행 153억원, 애큐온저축은행 102억원 등이다. 나머지 저축은행 74개사가 동기간 4,407억원의 적자를 본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연체율 측면에서도 온도 차가 나타났다. 저축은행 79개사 전체의 평균 연체율은 8.36%였지만, 이 중 상위 5개 저축은행은 7.19%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 대비 1.17%p나 낮은 것이다. 상위 5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저축은행 74개사의 연체율은 9.13%까지 치솟는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옥석 가리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우선 내달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 건전성 관리가 미흡한 저축은행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적기시정조치는 일종의 강제 경영개선조치로, 크게 권고, 요구, 명령으로 구분된다. 금융사는 당국의 요구에 따라 부실채권 처분, 자본금 증액, 배당 제한 같은 조치를 이행해야 하고, 당국이 권고·요구한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영업이 정지되거나 합병·매각될 수 있다.

수도권 저축은행 M&A 문턱 낮춘다

저축은행 간 M&A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완화 방안도 마련한다. 특히 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 문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금감원 내부 관리 기준인 10~11% 아래로 떨어진 수도권 저축은행만 M&A가 가능하다. 재무건전성이 이미 악화한 상태에서만 인수 매물로 나올 수 있단 뜻이다. 이렇다 보니 수도권 저축은행 입장에선 인수 매물로 나와도 인수할 금융사를 찾기 어려워졌고, 그만큼 구조조정이 늦어졌다. 이에 당국은 BIS 비율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 지역의 저축은행 M&A 여력을 높일 방침이다.

저축은행 영업 구역 규제를 재검토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은 관련 법 및 시행령에 따라 수도권은 총신용공여액의 50%, 비수도권은 40% 이상을 영업 구역 내에서 공급해야 한다. 저축은행이 지역금융 활성화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단 취지에서 마련된 규제다.

문제는 최근 지방 경제 규모가 축소하면서 영업 구역 내 신용공여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단 점이다. 이 경우 저축은행은 의무 비율 준수를 위해 영업 구역 외 신용공여도 줄여야 하기 때문에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영업 기반을 함께 축소하는 결과가 초래할 수 있다. 영업 구역 규제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의미다.

이에 전문가들은 4개 권역으로 구분되는 비수도권 영업 구역 일부를 통합해 광역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규제를 완화해 비수도권 저축은행이 대출 지역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저축은행 간 M&A 인센티브를 제고한다는 게 골자다. 비대면 개인대출에 한해 총신용공여액 계산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비대면 금융의 비중이 늘어나는 환경 변화를 고려해 규제의 기준을 재설정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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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일각선 회의적 의견, "저축은행 M&A 유인 동기 없어"

규제 완화 방안에 저축은행 업계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업권 내 M&A가 활성화하면 적자 상황이 빠르게 해소될 수 있단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다. 최병주 저축은행중앙회 경영전략본부 상무는 "현재도 매물로 거론되는 저축은행의 경우 어느 정도 진행 상황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당국에서 규제를 완화하면 (M&A가) 본격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선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규제를 더 완화하더라도 저축은행 간 M&A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단 시선에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수신기능이 없는 증권사나 캐피탈사 같은 금융기관 입장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매물"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미 저축은행을 갖고 있는 금융사는 저축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일 이유가 없단 의미다.

당국의 M&A 규제 완화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된 바 있단 점도 회의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앞서 지난해 7월 당국은 '저축은행 합병 등 인가 기준 개정 방안'을 통해 저축은행 M&A 규제를 완화했는데, 개정안의 핵심은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 동일 대주주 영업 구역이 확대되더라도 최대 4개의 저축은행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동일 대주주가 3개 이상의 저축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던 기존 규제를 완화해 저축은행 M&A를 유도하겠단 취지였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 도입 이후 저축은행의 매각 거래 성사 건은 전무했다. 디지털 전환이 활성화됨에 따라 영업 구역을 늘리는 데 큰 이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월 이후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67개 저축은행이 통합 앱을 통한 비대면 가입 등 온라인 영업을 하고 있다. 영업 구역을 늘려 지점을 확보할 이유가 줄어든 저축은행들 입장에선 타사를 인수하는 데 나설 동기가 부족했던 셈이다. 이번에 당국이 내놓은 M&A 활성화 방안 역시 업권 내 M&A의 유인 동기를 강화하진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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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보험사’ 주담대 금리 역전, 시장 혼란 키우는 관치금융에 실수요자만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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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싸다" 초유의 금리 역전
당국의 고강도 압박에도 대출 증가폭 연일 신기록 경신
대출금리 인위 조정, 실수요자 이자 부담만 가중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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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높이면서 은행 금리가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담대 수요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의 일관성 없는 규제가 혼란을 유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사 주담대 금리, 은행보다 낮아져

2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8월 생명보험사 10곳의 주담대 금리(연 3.59%~6.83%) 하단은 한 달 전(연 3.82%)보다 0.23%포인트 하락한 연 3.59%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주택가격 3억원 △대출금액 1억원 △대출기간 30년 △고정금리 △아파트담보대출로 설정할 경우 삼성생명이 3.59~4.94%, 삼성화재 3.68~6.13%, 농협손해보험 3.98~6.17%, KB손해보험 4.07%~6.08%, 한화생명 4.18~4.91%, 교보생명 4.23~5.44%, 동양생명 4.56~4.76%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날 시중은행 주담대 5년 고정금리(혼합·주기형)는 3.63~6.03%로 집계됐다. 두 달 전 2.94%~5.76%에서 하단이 0.69%포인트 상승하며 3% 중반대를 넘어선 모습이다. 2금융권인 보험사보다 1금융권의 금리가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보험사뿐 아니라 지방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시중은행 금리보다 낮아졌다. 27일 주담대(혼합형)의 하단 금리 기준으로 BNK경남은행은 연 3.52%, 영업 근거지가 대구·경북인 iM뱅크(옛 대구은행)는 연 3.25%다. BNK부산은행은 이달 초 연 2.9%대 금리에 주담대 특판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1조원 한도의 특판 상품은 13일 만에 소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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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대출 빗장에 '풍선효과' 우려

이 같은 역설 현상은 폭증하는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은행권 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기존 예정했던 7월에서 9월로 급작스럽게 연기한 바 있다.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자금 융통을 위한다는 명목에서였다. 집값이 들썩이던 와중에 한도 규제가 갑자기 두 달 미뤄지면서 은행 대출은 막차 수요로 폭증했고, 당국의 속도 조절 주문으로 은행권은 지난달부터 금리를 20차례 넘게 인상하며 고삐를 조였다.

하지만 은행권의 대출 억제 카드가 무색하게 주담대 증가 속도는 역대 최고를 경신하고 있다. 26일 기준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23조7,783억원으로 7월 말 715조7,383억원 대비 8조400억원 증가했다. 지난달 증가 폭인 7조1,660억원을 벌써 뛰어넘은 것이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한창이던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40개월 내 최대 증가 폭이다. 주담대 잔액 역시 지난달 말(559조7,501억원)과 비교해 7조2,059억원 늘어 566조9,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출 수요가 은행업권을 넘어 2금융권으로 불붙는 풍선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험사 등 2금융권 주담대 금리는 시중은행보다 0.5~1%p가량 높지만, 2금융권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면서 우량 차주도 보험사나 상호금융권의 대출 창구를 두드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출 한도 면에서도 2금융권이 더 유리한 상황이다. 현재도 보험사 등 2금융권은 DSR이 50% 적용돼 1금융권이 적용하는 40%보다 대출 한도가 높게 책정되는데, 은행권이 다음 달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면 1금융권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압박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출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은 주담대 만기 기간 단축과 한도 축소, 거치 기간 폐지 등 가계대출을 조이기 위한 카드를 모두 꺼내 들며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인 상태다.

2금융권에 대출이 몰리고 이들 차주들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 1금융권보다 큰 타격을 받아 연쇄 부실 및 금융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실수요자 부담 가중도 문제지만 2금융권 대출수요 부담이 높아질 경우 가계부채의 뇌관이 2금융권으로 옮겨갈 수 있다"며 "이미 연체율 등 건전성 우려가 높은 곳은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가계대출 대책 대혼선, 시장 왜곡 불러온 '엇박자 정책'

통상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 주택 마련 수요가 커져 주담대가 증가한다. 이런 추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키고 돈줄 역할을 하는 대출을 관리해야 하는데,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시장의 왜곡을 불러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실제로 당장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데도 신생아특례보금자리 대출 자격을 완화한 것은 불난 집값에 기름을 부었다. 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당시 서민 부담을 이유로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대출 갈아타기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을 부추겨 잠자던 수요까지 폭발시켰다. 정부가 직접 ‘빚내서 집 사라’는 시그널을 준 셈이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정부는 시중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임에도 돌연 '가계대출 억제 정책' 카드를 꺼내며 금리 인상을 종용했다. 이에 은행권은 당국의 압박에 따라 대환대출을 포함해 주담대 금리 인상으로 대응했다. 정부가 불과 반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주문을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 경쟁이 금리 '인상' 경쟁으로 전환됐고 급기야 지금의 금리 역전 상황까지 맞닥뜨린 것이다. 이 같은 기현상에 대해 금융당국은 "대출금리 상승은 당국이 원하던 바가 아니다"라며 은행권에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시장에선 이를 두고 '관치금융의 역습'이란 표현이 통용되고 있다.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은행들의 '5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50년 주담대 상품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DSR 규제 완화의 대안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이 3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나는 등 과열 조짐이 보이자, 당국은 즉시 입장을 바꿨다. 당시에도 정부 정책이 엇박자라는 지적이 나왔는데, 금융당국은 그때도 은행권이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50년 만기 대출을 사용하거나, 소득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책임을 은행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관치금융 탓에 실수요 금리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결국 대출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는 데 있다. 최근 주담대 금리 산정을 위한 지표 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와 은행채 등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즉 돈을 빌린 차주들이 시장 금리보다 더 높은 이자를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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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사태·사기 상장 논란에 상장 문턱 높인 거래소, IPO 상장예비심사 철회 기업↑

파두 사태·사기 상장 논란에 상장 문턱 높인 거래소, IPO 상장예비심사 철회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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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 요건 추가한 한국거래소, IPO 문턱 확 높아졌다
오너 엑시트 수단으로 전락한 프리 IPO, 주가 '반짝 상승' 후 폭락하기도
주관사 법적 책임 강화 수순, 거래소 책임론 확산 우려 사전 차단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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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기업공개) 시장 분위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변경 이후 상장의 문턱이 부쩍 높아진 탓이다. 여기에 지난 6월 한국거래소가 심사 적체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 만큼 IPO 시장 침체기는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장 적격성이 부족하단 판단이 더 빠르게 나올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IPO 심사 철회 잇따라, 심사 요건 강화가 원인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입성을 목표로 IPO에 나섰던 기업들의 심사 철회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간 총 22곳 기업이 상장예비심사 청구 후 심사 진행 과정에서 철회를 선택했다. 지난해 동기간 13곳 기업이 철회를 선택했던 것과 비교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의 심사 미승인 6곳까지 포함하면 올해 들어 상장예비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은 총 28곳에 달한다.

기업들의 잇따른 상장 심사 철회 결정 뒤엔 한국거래소의 심사 강화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파두 사태'에 대한 책임론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은 바 있다. 파두의 2분기 매출이 5,900만원에 그치는 등 상장 추진 당시 제시한 전망치(연 1,202억원)에 미치지 못하자 한국거래소가 상장 전 검증을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올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상장 심사가 더 깐깐해지기도 했다. 정 이사장은 금융감독원장 출신으로, 그는 내부 회의 취임 일성으로 "상장 시 문제가 없게 하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 기조를 직접 내비친 셈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정 이사장 취임 이후 심사 요건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실적 전망은 물론 지분 구조 변동에 따른 투자자 위험까지 살피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6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이노그리드의 심사 승인을 취소한 것도 이 같은 기조가 유지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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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IPO에 '사기 상장' 비판 목소리 확산

심사 철회 기업 수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6월 27일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 지연 해소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서다. 심사 적체를 해소하겠단 취지지만, 상장 적격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더 빠르게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최근 IPO 추진 기업들의 상장예비심사 청구 후 자진 철회까지 걸리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7월 들어 심사 철회를 택한 3곳 기업 모두 상장예비심사 청구 이후 철회까지 4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한국거래소 차원의 규제가 거듭 강화된 건 그간 중소·중견기업들의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리 IPO가 오너들의 엑시트(자금 회수) 방안으로 전락했단 지적이 많았다. 상장 가능성을 공론화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비싼 값에 구주를 매각하는 방식이 횡행한 영향이다. 통상 상장 밑 작업 과정에서 입소문을 타면 구주 매입을 위한 투자자들이 몰려 비싼 가격에 구주를 매각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시장 교란 행위에 가깝다는 점이다. 지분 가치를 올리기 위해 상장 가능성은 시장에 미리 알려야만 해서다. 법적 위반 소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일반 투자자와 정보 비대칭성을 의도한다는 지점에서 도의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신규 상장사의 주가가 상장일 '반짝 상승'을 이룬 뒤 폭락하는 사례가 거듭 나오고 있단 점도 비판 대상이다. 지난해 6월 주식시장에 입성한 66개 상장사를 보면 이 중 56개사가 공모가 대비 상장 당일(종가 기준) 주가가 올랐지만, 48개사(72.7%)는 상장 당일 종가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내 하락장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블루엠텍은 공모가 1만9,000원에서 출발해 상장 당일 종가 5만1,000원을 달성했으나 28일 종가 기준 18,550원까지 하락했다. 상장 첫날 가격이 치솟은 DS단석 역시 지금은 상장 첫날 종가(40만원)의 상당 부분을 반납하고 89,500원까지 급락했다. 시장에서 '사기 상장'이라는 지적이 거듭 쏟아지는 이유다.

'공모가 거품' 관련 소송 잦은 미국, 국내서도 주관사 법적 책임 커져

한편 미국에선 상장 직후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어나면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경우 2012년 5월 공모가 38달러에 상장했으나 그해 9월 주가가 17.55달러까지 폭락하자 "상장 전부터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모가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74배로 구글(18.2배), 애플(13.6배)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당시 투자자들은 IPO 주관사인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과 페이스북에 소송을 걸었다. 주관사들이 공모 전 페이스북의 이익 전망이 내려갈 것이라는 정보를 일부 기관투자자들에게만 공유됐다는 이유에서다. 소송 결과 페이스북은 2018년 2월 3,500만 달러(약 376억원)를 지불하고 투자자들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차량공유업체 리프트도 2019년 IPO 투자설명회에서 미국 시장 점유율 39%를 부풀려 상장한 뒤 주가가 17% 폭락하자 집단 소송에 직면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2월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도 IPO 당시 암호화폐 수익 성장이 둔화하고 있단 점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채 상장했다가 주가가 50% 이상 급락하자 소송이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국내에서도 주관사들의 법적 책임이 커지고 있다. 중국 섬유회사 고섬의 분식회계로 상장폐지된 사건에 대해 증권사들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고섬은 2011년 상장한 지 두 달 만에 분식회계로 거래가 정지된 바 있다. 상장 당시 증권신고서에 기초자산의 31.6%가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라고 기술돼 있었지만 실제론 극심한 현금 부족 상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폐 전 정리매매를 위해 거래가 재개됐던 2013년 9월 24일 하루에만 주가가 74.3% 폭락하면서 주식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봤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재무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상장했다며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에 과징금 20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증권사 측은 과징금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022년 4월 결국 원고(증권사)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거래소 입장에서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향후 기업을 넘어 거래소에까지 책임을 묻는 이들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국거래소가 기술특례 기업 심사와 일반 기업 심사를 분리 처리한 뒤 심사 요건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책임 소재 논란에 따른 부담을 벗겠단 취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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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원 미만' 가격 변수 뚫고 동양·ABL생명 품은 우리금융, 최종 가격은 1조5,000억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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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보험은 2조 원했지만, 동양·ABL생명 매각가 1.5조 결정
가격 변수 뚫어낸 우리금융, 협상서 유리한 고지 점한 영향인 듯
안방보험 구조조정 시급했던 다자보험, 결국 몸값 낮춰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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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 생명보험 인수가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매각가는 1조5,000억원 규모로, 다자보험 측이 언급해 온 2조원보다 다소 낮은 수준이다. 인수 희망자가 우리금융밖에 없었던 점, 다자보험 측이 두 보험사 매각에 절실했던 점 등 배경이 겹쳐 우리금융에 유리한 협상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동시 인수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동양·ABL생명 동시 인수 안건을 두고 중국 다자보험과 협상을 진행한 끝에 양사에 대한 최종 주식매매계약(SPA) 내용을 승인했다. 가격은 동양생명 지분 75%와 ABL생명 지분 100%를 합쳐 1조5,000억원~1조6,000억원 수준으로 확정됐다.

당초 업계에선 이번 거래가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단 의견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변수로 꼽힌 건 가격이었다. 두 회사 모두 보험사 매각 및 인수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자금 여력과 엑시트(투자금 회수) 등을 고려하면 양측 모두 한 발도 양보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ABL생명만 놓고 보면 과거 알리안츠에서 다자보험으로 주인이 바뀔 때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ABL생명이 사실상 '헐값'에 매각된 바 있는 만큼 이번에도 크게 비싼 가격에 팔리진 않을 수 있단 것이다.

이런 평가가 나온 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여건 자체가 달라서다. 동양생명의 경우 줄곧 '우량 매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 6위 수준의 자산 규모와 안정적인 이익 체력을 가진 덕이다. 반면 ABL생명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인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수 뒤에 추가 자금을 들여야 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ABL생명의 포트폴리오는 대부분 저축성 보험 중심이다. 때문에 새 회계제도(IFRS170)에서 재무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 당장 올해 1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만 봐도 경과 조치 전 기준 114.3%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150%)에 크게 못 미쳤다. 이번에도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은 충분했단 의미다.

ABL생명 몸값 높이기, 체질 개선 이루기도

다만 일각에선 과거 거래를 헐값 매각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수 이후 자본 확충 부담이 커졌음을 고려하면 제값을 받은 셈이란 설명이다. 실제 2016년 안방보험은 ABL생명을 300만 달러(약 40억원)에 인수했으나 자산부채이전방식(P&A)으로 거래된 탓에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해야만 했다. 이전 17년 동안 알리안츠그룹 차원에서 8,000억원 이상의 증자, 1조원 이상의 거금이 투자된 바도 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거래에서 ABL생명이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선이었다.

ABL생명 차원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기도 했다. 보험 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이달 초 내놓은 '(무)ABL THE톡톡튀는여성건강보험' 상품에 ▲무면책 ▲무감액 ▲무갱신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보험 계약 시 추가로 특약을 가입하면 당일부터 보험금 전액을 보장하고 80세 고령 유병력자도 간단한 심사만 거치면 가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통상 보험사는 암 보험 가입 개시 후 90일간은 보장하지 않는 면책 기간을 둔다. 향후 보험사 손해율을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ABL생명이 업계의 공식에 어긋나는 상품을 전격 출시한 건 IFRS17 회계상 실적 개선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상품을 확대하기 위함이다. 실제 ABL생명의 상품 포트폴리오 비중은 최근 들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지난해 일반계정 수입보험료 한정 보장성보험의 비중이 저축성보험을 최초로 넘어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총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살펴보면 저축성 보험 비중은 57% 수준이다. 저축성보험 비중이 80%를 상회하던 2017년과 비교해 큰 폭으로 체질 개선을 이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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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절실한 건 다자보험 측, "불리할 수밖에"

문제는 가격 책정에서 다자보험 측이 여전히 불리했단 점이다. 우선 인수를 타진한 곳이 우리금융 한 곳밖에 없었다.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여타 지주들은 이미 보험사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었던 만큼 무리하게 인수를 감행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때 하나금융이 동양생명을 인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쏟아지기도 했으나, 결국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면서 우리금융이 다자보험과의 거래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

또 다자보험이 두 보험사를 빨리 팔아야 하는 입장이기도 했다. 애초 다자보험 자체가 중국 정부 차원에서 안방보험그룹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여서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다자보험으로 넘어간 건 2018년의 일이다. 앞서 지난 2018년 5월 10일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사위인 우샤오후이(吳小暉) 전 안방보험그룹 회장은 652억4,800만 위안(약 12조2,200억원)을 빼돌리는 등 금융사기, 배임, 횡령 혐의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경영권은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로 넘어갔고, 중국 정부는 다자보험을 설립해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때문에 다자보험은 안방보험 파산 이후 곧바로 청산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중국 당국 차원에서 다자보험을 청산하면서 보유 자산을 빠르게 매각하겠단 방침을 밝힌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매각 협상에서 다자보험이 굽히고 들어가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매각 가격이 다자보험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결정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다자보험 측은 ABL생명의 기업가치를 3,000억~4,000억원으로 추산, 두 보험사를 합해 총 2조원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동양·ABL생명에 투입한 자금을 회수하고 '본전'이라도 건지기 위해선 이 정도 가격은 받아야 한단 시선에서다. 실제 그간 다자보험이 두 보험사에 투입한 자금은 인수, 유상증자 등을 더해 2조원 정도다. 다자보험은 2015년 동양생명을 1조1,600억원에 인수한 뒤 2017년 3월 5,2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ABL생명은 35억원에 인수한 뒤 2017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3,08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도 가격 측면에서 무리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번 내비쳤다. 지난 7월 열린 '2024년 상반기 컨퍼런스콜'에서도 우리금융은 "자본에 부담이 되는 '오버 페이'는 없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바 있다. 결국 우리금융 측이 '갑'의 입장을 유지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동양·ABL생명의 몸값을 다소 낮추는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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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IPO는 어쩌나" 빗썸 장외주식, 쏟아지는 악재 속 급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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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장외주식, 16만5,000원에서 6만8,000원까지 추락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거래량 감소 가능성 커져
FTX 파산 사태 이후 가상자산서 등 돌린 투자자들, 불신 여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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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중 IPO(기업공개) 추진 예정인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장외주식 가격이 추락했다. △실적 부진 △시장 침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등 각종 악재가 누적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이대로 장외주식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경우, 빗썸의 기업가치가 미끄러지며 IPO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빗썸, 실적 악화·시장 침체에 '휘청'

국내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지난 26일 빗썸의 장외주식은 6만8,0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올해 최고점이었던 지난 3월 5일 거래 가격(16만5,000원) 대비 58.8% 급락한 수준이다. 빗썸의 장외주식 가격은 지난 7월 10만원 이하로 미끄러진 이후 계속해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차후 전망 역시 밝지만은 않다. 부진한 최근 실적이 장외주식 가격 상승세를 억누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빗썸의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1,047억원으로 직전 분기 대비 24%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 줄어든 323억원에 그쳤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는 빗썸이 추후 IPO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흘러나온다. 장외주식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경우 IPO 과정에서 기대만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의 침체 상황 역시 장외주식 가격에 압박을 가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올해 2분기 들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4월 비트코인 반감기(채굴 보상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시기) 이후 사실상 가상자산 상승세를 견인할 만한 호재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량 역시 자연히 감소하는 추세다. 가상자산 통계 분석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26일 기준 업비트의 하루 거래량은 9억3,000만 달러(약 1조2,400억원) 안팎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 3월 거래량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빗썸의 일일 거래량 역시 20억 달러에서 4억 달러(약 5,3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거대 악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지난달 19일부터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역시 빗썸을 비롯한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에 악재로 작용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예치금 및 가상자산 보호 △시세 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금융 당국의 가상자산사업자 등에 대한 감독 검사 제재 권한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법이다. 이 중 특히 빗썸의 실적 및 기업가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는 '국내에서 거래되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한 정기적인 상장 적정성 심사'가 꼽힌다.

현재 국내 모든 거래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에 따라 총 1,300여 종의 코인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심사를 통해 비교적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상당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이 상장 폐지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흘러나온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이미 검증이 된 대형 가상자산 대비 발행사의 신뢰성이 낮고, 이용자 보호 조치·보안 등이 미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사로 인해 다수의 알트코인이 상장폐지 처분을 받을 경우, 빗썸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빗썸에는 업비트 등 여타 거래소 대비 훨씬 많은 종류의 알트코인이 상장돼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알트코인을 주로 취급하는 빗썸 등 일부 거래소에 있어서 거대한 악재"라며 "3월 이후 빗썸의 장외주식 가격이 업비트 대비 빠르게 하락한 것 역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관련 우려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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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TX

FTX 사태로 투자자 신뢰 훼손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2022년 벌어진 'FTX 파산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도 흘러나온다. 2022년 11월 11일, 당시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였던 FTX는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챕터11은 미국 연방 파산법에 따라 파산법원 감독하에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사실상 파산을 의미한다. FTX의 파산 신고 자료에 따르면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알라메다리서치 등 130여 개 계열사가 파신 신청에 포함됐고, 총부채는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4,900억원)에서 최대 500억 달러(약 67조4,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FTX 붕괴 사태의 근원지는 재무 상태였다. 2022년 11월 2일 가상화폐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는 “FTX는 자체 발행한 가상화폐 FTT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기업 규모를 부풀렸다”며 FTX의 재무 건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FTT 가격이 미끄러지면 알라메다리서치 등 FTX의 관계사가 동시에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시장에 공개된 것이다. 소식을 접한 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는 같은 달 7일 자사가 보유 중인 FTT를 전량 매도한다고 밝혔고, 이후 FTX에서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가 발생했다.

즉시 자금 인출을 동결한 FTX는 비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응한 바이낸스는 FTX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바이낸스는 불과 하루 만에 "(FTX 사태는) 자신들이 도울 수 있는 범위 밖"이라며 FTX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이로 인해 알라메다리서치의 자산은 순식간에 증발했고, FTT를 발행한 FTX 역시 붕괴했다. 기업가치가 300억5,000만 달러(약 40조원)에 달했던 ‘공룡 거래소’가 10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 사이 파산을 맞이한 것이다.

이후 가상자산 투자에 회의를 느낀 투자자들은 줄줄이 시장에서 이탈했고,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 역시 점차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FTX 파산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근본적인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며 "(FTX 사태로) 이미 시장에 불신을 가진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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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의 '생산기지 다변화 전략', 中·日·美에 이어 유럽에 반도체 공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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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日, 현지 공장 건설에 보조금 2조6,000억원 지급
美 상무부, 애리조나 공장 3곳에 총 116억 달러 지원
올 4분기엔 獨 드레스덴에 유럽 첫 반도체 공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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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가 '반도체 생산기지의 다변화 전략'을 통해 지정학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세계 주요국에 생산 거점을 확대하는 가운데, 각국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과 중국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받았고, 올해 4월에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 생산시설 설립과 관련해 당초 예상 금액보다 많은 보조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독일에 유럽 첫 생산기지를 건설하면서 투자 금액의 절반을 독일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다.

日 구마모토 공장 2곳, 中 난징 공장 보조금 지급

26일(현지시각) 대만 연합보 등 현지 언론은 "TSMC의 재무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TSMC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 구마모토 공장과 중국 난징 공장의 부동산·공장 설비 구입과 생산 운영비의 명목으로 총 625억5,200만 대만달러(약 2조6,000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연도별로는 △2022년 70억5,100만 대만달러(약 2,000억원) △2023년 475억4,500만 대만달러(약 1조9,000억원) △올해 상반기 79억5,600만 대만달러(약 3,0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난징 공장은 중국 본토의 생산·설계 서비스 핵심 기지로 차량용 반도체인 28㎚ 12인치 칩을 주로 생산한다. 2021년 공장 설립과 이후 추진된 생산라인 확장 당시에는 '현지 생산 기지화'를 두고 중국과 대만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만에서는 TSMC의 기술 노하우가 중국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에서도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 없는 낙후된 공정만 중국으로 떠넘긴다며 투자를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굴기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TSMC 공장에 보조금을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의 구마모토 1공장은 올해 4분기 12·16·22·28㎚(나노미터) 공정 제품을, 2공장은 2027년경 6·7·12·16·40 ㎚ 공정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2022년 4월 건설을 시작해 올해 2월 완공한 제1공장과 투자안을 확정한 제2공장에 모두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 보고서에 제시한 보조금 규모 중 중국의 비중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자국의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상당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일본 정부의 몫이 압도적으로 클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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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獨 정부도 보조금 지원하며 TSMC 공장 유치

TSMC는 지난 4월 미 정부로부터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 66억 달러(약 8조9,000억원)를 지원받기도 했다. 애초 예상했던 50억 달러(약 6조7,000억원) 대비 3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와 함께 50억 달러 규모의 저리 대출도 제공해 지원금 규모는 총 116억 달러(약 15조7,000억원)에 이른다. TSMC도 이에 화답해 현지 투자 규모를 당초보다 250억 달러(약 33조9,000억원) 늘린 650억 달러(약 88조1,000억원)로 확대하고, 오는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에 3번째 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TSMC의 3개 공장이 최대로 가동되면 5G·6G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서버에 사용되는 수천만 개의 첨단 반도체가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TSMC의 투자 계획은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외국인 직접 투자로 현지에서 생산되는 칩은 모두 AI 등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필수 요소"라며 "6,000개의 직접 제조 일자리와 2만 개의 건설 일자리를 창출하고,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첨단 반도체의 20%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에는 미국을 넘어 유럽으로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일 TSMC의 유럽 합작회사 ESMC가 독일 드레스덴에 유럽 첫 반도체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ESMC는 TSMC가 70%, 유럽 반도체 기업인 보쉬·인피니언·NXP가 각각 10%씩 지분을 갖고 있으며 이번에 설립되는 공장은 2027년 말 본격 생산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는 100억 유로(약 14조8,000억원)로 이 중 절반인 50억 유로(약 7조4,000억원)는 독일 정부가 지원한다. 유럽연합(EU) 반도체 보조금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반도체 공장의 글로벌 재편 속 韓 기업의 전략은?

반도체 업계는 TSMC가 대만 밖으로 생산 거점을 확장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만에 있어 반도체 산업은 자국 안보의 인계철선 같은 존재였다. 이 때문에 대만 정부는 탈(脫)대만을 허용하지 않았고 실제로 2022년까지 해외에서 운영 중인 공장은 중국 본토에 있는 난징과 상하이 공장이 전부였다. 당시만 해도 TSMC의 경영진들은 해외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 생산하는 것이 대만 본토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든다고 지적하며 미국 등 주요국이 내놓는 보조금에 현혹되지 말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만은 자국을 둘러싼 경제적·외교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생산 공장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고객사 확보와 신뢰 구축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기술 유출 우려가 큰 핵심 첨단 공정 제품은 대만 내에서 생산하되 생산 거점 다변화를 통해 공급망을 보다 촘촘하게 연결해 지정학적 불안을 반도체 방어막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는 2028년경 TSMC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을 해외 공장이 담당할 것을 보고 있다.

이는 한국 상황과 상반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해외 생산공장이 미국과 중국에 한정된 데다 공급망 전반에서 미·중 의존도가 높아 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보조금을 대가로 하는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첨단 제품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하지만 반도체 생산 거점과 시장 지배력이 동아시아에 편중된 데다 친미 성향의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보니 미·중 사이에서 눈치 보기는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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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컨소시엄, 2조700억원에 에코비트 인수, 태영건설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대감 확산

IMM 컨소시엄, 2조700억원에 에코비트 인수, 태영건설 '워크아웃 조기 졸업' 기대감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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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비트 품은 IMM 컨소시엄, 인수가 2조700억원
에코비트 매각으로 태영건설 워크아웃 속도 붙을 전망
자구책 마련한 태영건설, '워크아웃 조기 졸업' 현실화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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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종합환경회사 에코비트를 인수하고 나서면서 에코비트의 모회사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을 조기 졸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에코비트 매각 이후 채무 상환 및 한도 대출 정리 등으로 리스크의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어서다. 최근 태영빌딩 등 부동산 자산 매각을 본격화한 점 등도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는다.

IMM 컨소시엄-에코비트 매각 본계약 체결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비트의 매각 주체인 티와이홀딩스(태영그룹 지주회사)는 최근 IMM 컨소시엄과 에코비트 매각 관련 본계약을 체결했다. 에코비트 인수전엔 IMM 컨소시엄을 비롯해 칼라일과 케펠인프라스트럭쳐 거캐피탈파트너스 등 외국계 유수 사모펀드(PEF)들이 참여한 바 있다.

이번 매각은 태영그룹 워크아웃 작업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앞서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도합 1조6,000억원에 달하는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태영그룹은 광명 테이크호텔(약 1,100억원), 태영그룹 여의도 사옥(약 2,500억원), 태영건설 및 계열사 소유 골프장(약 300억원) 등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거나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

태영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에코비트가 매각되면서 태영그룹은 상당수의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에코비트는 티와이홀딩스와 글로벌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각각 50%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더해 티와이홀딩스는 자사가 보유한 50% 지분을 담보로 KKR로부터 4,000억원을 빌린 상황이다. 인수가(2조700억원)에서 이자를 포함한 KKR의 몫을 먼저 정산하면 태영그룹은 4,000~5,000억원가량의 돈을 손에 쥐게 되는 셈이다.

해당 자금은 채권단이 열어준 마이너스통장 형식의 한도 대출을 정리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워크아웃에 돌입한 태영건설이 단기 유동성 문제를 맞닥뜨릴 것을 우려해 4,000억원의 한도 대출을 열어준 바 있다.

다만 태영건설의 유동성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은 만큼 실제로 일으킨 대출은 3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에코비트 매각 대금으로 일단 300억원의 채무를 갚고 이후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한도 대출을 정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도 대출을 정리하면 채권단이 담보로 잡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일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과 티와이홀딩스의 SBS 지분 등은 담보 설정이 해제된다.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 수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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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비트 시장 경쟁력↑, 미래 성장성도 높아

IMM 컨소시엄 측도 이번 거래에 만족하는 분위기다. 에코비트의 시장 내 경쟁력이 커서다. 에코비트는 2021년 10월 태영그룹 계열사인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산업폐기물 소각 전문 에코솔루션그룹(ESG)이 합병해 출범한 국내 1위 종합 환경 기업이다. 공공 하수 처리, 매립, 의료폐기물 소각 등 3개 시장에서 1위를 지키고 있고, 토양 정화 사업을 담당하는 토양사업본부에서도 국내 최다 반입 정화장과 최다 반입 정화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 800여 개의 환경 인프라스트럭처를 보유하고 있단 점도 에코비트의 강점이다. 이를 통해 에코비트는 자사 인프라를 활용해 폐기물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워터 BU(Business Unit)에서 발생한 하수 슬러지는 에너지 BU 사업장에서 소각 처리하고 이때 발생한 소각재를 그린 BU 매립장에서 최종 처리하는 식이다.

저단가 인력 집약적 시장으로 인식돼 온 환경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인 M&A(인수합병)에 나서기도 했다. 규모의 경제를 이뤄 사업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전국구 환경 클러스터를 갖춰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단 취지였다. 소각장 시설에 스마트 AI 안전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기술적 측면에서도 발전을 이뤄냈다.

이 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에코비트는 견조한 실적을 이어왔다. 에코비트의 연결 매출액은 2021년 6,117억원, 2022년 6,427억원, 2023년 6,744억원으로 매년 안정적으로 증가했다. 미래 성장성도 높다. 이정회계법인 등은 에코비트가 오는 2028년 매출 1조원에 영업이익 3,000억원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를 포함한 5년 동안 연평균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9.6%, 21.3% 성장할 수 있단 것이다. 통상 PEF 운용사의 투자 기간이 5년 내외인 만큼 매각 시점에 IMM 컨소시엄은 막대한 차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낮은 몸값에 에코비트를 가져올 수 있었단 점도 IMM 컨소시엄 입장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당초 태영그룹은 에코비트를 매각하며 3조원대의 몸값을 희망했다.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 간 연대보증, 향후 추가 자금 지원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3조원 아래로 팔기 어렵고, 회사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2,008억원에 15배 정도의 멀티플을 부여한 금액인 만큼 액수가 과하지 않다는 게 태영건설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탓에 협상력이 떨어지면서 에코비트 매각 가격도 2조700억원에 그쳤다. 태영건설로선 제값을 모두 받지 못한 것이지만, PEF로선 태영건설의 위기를 기회 삼아 적절한 가격에 에코비트를 품게 된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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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사진=태영건설

태영빌딩도 매각, 리스크 해소 본격화

한편 이번 에코비트 매각 건으로 시장에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여러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이 가시화한 상태기 때문이다. 실제 태영건설의 자본총계는 올해 1분기까지도 마이너스(-) 6,273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마이너스 상태였으나 출자전환과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부채가 줄고 자본이 늘었다. 자산과 부채 변화를 계산해 보면 현재 태영건설의 자산은 3조4,655억원, 부채는 3조1,44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아지면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고 재무구조도 개선됐다.

현금 유동성 확보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태영건설은 최근 SK그룹 리츠 투자·운용 전문 기업인 디앤디인베스트먼트(DDI)에 서울 여의도 태영빌딩을 매각하기로 했다. DDI가 태영빌딩 인수 목적 사업비를 2,537억원으로 책정한 만큼 태영빌딩은 비슷한 수준의 가격대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된다. 빌딩 매각 후 태영건설이 2,500억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단 것이다.

태영빌딩 매각이 완료되면 이 건물을 담보로 태영건설에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들도 대출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과 KB증권은 지난해 9월 태영빌딩을 담보로 연 8~10%로 1,900억원을 대출해 준 바 있다. 태영건설 입장에선 높은 이자율의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부채 부담을 대폭 완화할 수 있게 된다.

PF 부실에 따른 부담도 줄고 있다. 현재 태영건설이 참여한 PF 사업장 중 이미 본 PF 단계에 접어든 사업장은 준공이 차례대로 이뤄지고 있다. 40여 곳의 본 PF 단계 사업장 중 10여 곳이 준공돼 태영건설이 공사 대금을 받았다. 채권단은 준공이 완료된 본 PF 사업장의 공사 대금이 들어오고 4,000억원가량의 부채를 갚아 이자 비용이 줄면 올해 태영건설의 흑자 전환도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태영그룹의 정상화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고 있다는 평가가 IB 업계를 중심으로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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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와의 전쟁' 나선 금융당국, DSR 규제로 부동산 상승세 반전할 수 있나?

'가계부채와의 전쟁' 나선 금융당국, DSR 규제로 부동산 상승세 반전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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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등 '가계부채와 전쟁'
은행권 주담대 금리 줄줄이 인상, 신한은행 전세대출 중단
월세화로 주거비 부담 가중 등 저소득층에 피해 전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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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과 함께 DSR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의 조처를 두고 일부 갭투자 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실수요자의 전세대출이 막히고 급격한 월세화로 인해 임차인의 주거비가 상승하는 등 결국 저소득층에 피해가 전가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이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 상승세를 반전시키는 효과도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당국 "DSR 규제 효과 없으면 LVT 등 고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세자금 대출 중단 등의 조처를 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검토 중이다. 앞서 지난 21일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점검회의를 열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대출금리 인상을 제외한 전방위적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 등 은행권은 주택 관련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리는 한편 갭투자에 활용되는 전세자금 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내달 1일부터는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된다. 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 0.75%포인트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2%포인트로 상향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신규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내부 관리 목적으로 DSR을 산출할 것을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효과와 함께 은행권이 산출한 모든 가계대출에 대한 DSR 수준을 살펴본 후 이미 예고한 정책모기지 대출이나 전세 대출에 대한 DSR 적용 범위 확대 등 후속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DSR 적용 범위가 전세대출이나 정책모기지로 확대되면 직접적으로 대출한도가 축소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나아가 현재 40%를 넘지 못하도록 정한 DSR 한도 자체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35%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국은 이번 조치에도 가계부채 급증세가 꺾이지 않을 때를 대비해 DSR 규제 외에도 가능한 모든 수단을 검토할 방침이다. 갭투자에 활용되는 전세대출을 줄이기 위해 현재 최대 100%에 달하는 전세자금 대출의 보증 비율을 낮추고 주담대 거치기간을 없애는 방안도 유력한 검토 대상이다. 은행에 대한 간접 거시건전성 규제로 검토되는 은행권 주담대에 대한 위험가중치 상향은 올해 연말 도입 예정인 스트레스 완충 자본과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LTV(주담대 비율) 강화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가계대출점검회의에서도 LTV 강화가 거론됐다. 또 한국은행도 LTV 수준별 차등 금리 적용을 제언한 바 있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지역 내 무주택자의 LTV를 50%로 일원화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담대를 허용하는 등 대출 규제를 일부 완화한 점과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당장 LTV 규제 강화에 나설 뜻이 없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전향적인 입장 전환이다.

DSR loan FE 20240816

내달부터 전세대출·디딤돌·버팀목도 DSR 산출

이번 DSR 규제로 그동안 DSR 대상에서 제외돼 온 정책모기지와 전세대출 등이 적용 범위에 포함됨에 따라 일부 유주택자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담대가 있는 대출자가 보유 주택을 전세로 주고 본인도 대출을 받아 전세살이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대출 한도가 줄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일부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대출자의 경우 전세대출은 원리금 상환 대출이 아니라 이자만 갚아 나가고 만기도 2년으로 짧은 점을 감안할 때 대출 한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수도권에만 더 높은 스트레스 DSR 금리를 적용하는 '핀셋 조치'를 보완하는 효과도 있다. 시중은행들은 그동안 보금자리론·디딤돌과 같은 정책대출 상품이나 중도금·이주비 대출, 전세대출, 1억원 이하의 소액 대출에 대해서는 DSR을 산출하지 않았는데 정부 방침에 따라 9월부터 모든 대출에서 DSR을 산출하면 DSR 수치만큼 차주별 DSR 평균값의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차주의 소득, 거주 지역, 대출 상품별로 맞춤형 규제를 적용할 수 있어 앞으로 위기 시 '핀셋' 대출 규제에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대출 수요 둔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아직 시장에는 2018~2021년 아파트값 급등기에 '영끌'로 집을 산 사람과 아닌 사람 간의 자산 격차가 벌어졌던 트라우마가 남아있어서다. 올해 2월 1단계 스트레스 DSR 도입 이후 주담대 잔액이 증가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은행권 주담대 증가액은 △1월 4조9,000억원 △2월 4조7,000억원 △3월 5,000억원으로 감소하다가 △4월 4조5,000억원 △5월 5조7,000억원 △6월 6조2,000억원 △7월 5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금세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시적인 영향으로 보이기는 하나 당장 주택 관련 대출도 급증했다. 실제로 9월부터 적용되는 DSR 규제에 앞서 막바지 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주담대를 중심으로 은행권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2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록한 715조7,383억원보다 6조7,902억원이 증가한 722조5,285억원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22일 기준 565조8,956억원으로 지난달 말 559조7,501억원에서 6조1,455억원 늘어난 규모다.

대출 규제가 부동산 수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듯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더욱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저소득층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세대출에 DSR을 적용하게 되면 집을 매수하기에는 자금이 모자라 전세를 사는 서민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전세제도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전세제도는 집주인의 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임차인의 주거비를 절감하는 기능을 하는데 내 집 마련의 사다리로 여겨져 온 전세 제도가 사라질 경우 결국 피해는 임차인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강도 높은 대출 규제가 집값 상승세를 반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수요 억제책을 준비한다는 분위기를 조성해 일부 지역에서만 부동산 수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상승세를 주도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경우 현금 부자가 즐비한 만큼 대출 규제로 인한 수요 감소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며, 오히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에서 수요 감소가 이뤄지면서 시장에서 수요의 감소와 증대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정부도 지난 8일 열린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 등을 통해 투기수요 차단과 동시에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국민들이 원하는 시기, 원하는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인허가·착공·준공 등 주택공급 전 과정을 밀착 관리하고 서울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뜨거워진 주택 매수세를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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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전세자금 대출 중단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까지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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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부동산 상승세에 강남 3구·마용성 중심으로 갭투자 증가
은행권, 가계부채 관리 위해 '투기성 자금' 대출 규제 강화
한은, 주택 가격·가계부채 등 고려해 13회 연속 금리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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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5대 시중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일제히 올린 데 이어 일부 은행은 전세자금 대출을 잠정 중단했다. 정부도 오는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금리를 수도권 주담대에 더 높게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와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내수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쳐 향후 경기 하강 압력이 상당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신한은행, 갭투자 막기 위해 조건부 전세대출 중단

21일 신한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출 실행일에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 특정 조건이 붙은 전세자금에 대한 대출이 중단된다. 다만 대출 실행일 이전에 위 세 가지 특정 조건에 이행된 실수요자의 경우에는 전세대출이 가능하다. 이번 규제는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대출이 크게 늘자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26일부터 플러스모기지론(MCI·MCG)도 중단한다. MCI·MCG는 소액보증금 차감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으로, 실질적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번 조치로 가입이 중단되면 지역별로 △서울 5,500만원 △경기 4,800만원 △ 나머지 광역시 2,800만원 △기타 지역 2,500만원씩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23일부터는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한다. 주택담보대출(신규 구입·생활안정자금)은 0.2∼0.4%포인트, 전세자금 대출은 보증기관 등에 따라 0.1∼0.3%포인트 상향된다.

전세자금 대출은 성격상 실수요에 가까운 대출로 보지만 최근 갭투자자들이 주택 매입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보증금을 올리고 해당 세입자에게 대출을 받아 메꾸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투기성 자금으로 지목돼 왔다. 올해 서울 집값 상승세를 견인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에서도 갭투자가 성행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7월까지 해당 6개 지역의 갭투자는 총 3,403건으로 서울 전체 갭투자의 46.3%를 차지했다.

5대 시중은행, 7월 이후 주담대 금리 17차례 인상

최근 은행권은 주담대 금리도 줄줄이 인상됐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7월 이후 총 17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올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도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낮은 금리를 찾아 나선 대출 수요자의 쏠림 현상이 심해지면서 주담대 잔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주담대 잔액이 이달 들어서만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이에 우리은행은 한 달 새 금리를 1%포인트 넘게 올리는 초강수를 택했다. 신한은행도 7월 이후 6차례에 걸쳐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인상했다.

금융당국도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다음 달 1일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금리를 수도권 주담대에 더 높게 적용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2월 금융당국은 0.35%포인트의 스트레스 DSR 1단계를 적용했다. 이후 그보다 강화된 2단계 조치로 7월부터 스트레스 DSR 금리 0.75%포인트를 적용하기로 했다가 시행 시점을 9월로 미룬 바 있다. 금융위원회는 9월부터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 예정대로 2단계 조치를 적용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서는 0.75%포인트가 아닌 1.2%포인트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은행권에는 내부 관리용으로 모든 대출을 반영한 DSR 산출을 주문했다. 당국의 지시에 따라 시중은행은 정책모기지의 실제 원리금, 전세자금 대출의 실제 이자 부담액 등을 예외 없이 적용하고 대출상품과 지역, 차주의 소득에 따른 DSR 수준을 상시 파악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또 내년부터 은행이 가계대출 관리 경영계획을 세울 때 DSR 관리계획도 수립·반영해 모니터링하도록 했다. 해당 조치와 관련해 금융위는 "향후 맞춤형 가계부채 관리와 정교한 DSR 규제를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8·8 주택 공급 대책과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전세자금 대출과 주담대 금리 인상 등의 효과를 지켜본 후에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담보인정비율(LTV) 핀셋 조정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LVT를 낮추면 직접적으로 대출한도가 줄어드는데 현재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경우 규제 지역(서울 강남3구·용산구)은 LTV 50%, 비규제 지역은 70%가 각각 적용한다. 다만 당국은 LVT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기금(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대 보증기관도 전세대출 보증의 보증비율을 대출금의 70~80% 수준으로 하향하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 달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보증비율은 HF가 90%, HUG와 SGI가 100%다.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의 전세자금 확보를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지만 보증비율이 90~100%에 달해 은행이 대출 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자금 대출을 내줄 수 있는 근거가 돼 전세 대출과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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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8월 22일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한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한은, 기준금리 3.5% 또 동결, 역대 최장기간 동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총력을 다하는 가운데 지난 2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유지하기로 했다.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뒤 13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유지한 것으로 최장기간 동결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금통위는 7월 회의에서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공식화하며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국내 부동산과 가계대출 리스크가 확대되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를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물가 수준만 보면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수도권 주택 가격 상승세, 가계부채 증가세 등과의 상충관계를 고려할 때 금리 인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은의 연이은 금리 동결에 대한 비판적 견해도 적지 않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내수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하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금리 인하가 시장 기대보다 점진적으로 진행될 경우 경기 하강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견해도 있다. 고금리 기간 자체가 예상보다 길게 유지된 상황에서 10월과 11월에도 부동산 가격 등의 이슈로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하지 못할 경우 2025년 상반기에 겪게 될 경기 충격이 상당할 것이란 우려다. 이날 대통령실과 여권에서도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경기 침체 극복과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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