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대형 보험사-중소형 보험사 실적 양극화 심화, '규모의 경제'의 이면

대형 보험사-중소형 보험사 실적 양극화 심화, '규모의 경제'의 이면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자동차보험 업권, 2024년 상반기 매출액·보험손익 축소
대형사 보험이익·점유율 증가하는 동안 중소형사는 '내리막'
보험업계에 드리운 양극화의 그림자, 중소형사들 차별화에 속도
insurance_20240910

올해 상반기 동안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 간 자동차보험 매출액 격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인한 중소형사와 대형사의 양극화 현상이 보험업권 전반을 휩쓰는 가운데, 자동차보험 업계에서도 대형사 중심의 과점 구조가 고착화하는 양상이다.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위기에 내몰린 일부 중소형사들은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가라앉는 자동차보험 시장

1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동차보험 사업 실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보험 업권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10조5,141억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년 동기(10조6,385억원)와 비교했을 때 1.2% 감소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발생한 자동차보험 보험손익은 3,322억원으로 전년 동기(5,559억원) 대비 2,237억원(40.2%) 급감했다.

상반기 손해율은 80.2%로 전년 동기(78.0%)보다 2.2%포인트(p) 상승했다. 경과보험료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1,852억원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사고 건수 및 사고당 발생손해액 증가세가 가팔라지며 지표가 악화한 것이다. 올 상반기 사업비율(순사업비÷경과보험료)은 16.4%로 전년 동기(16.2%)보다 0.2%p 상승했으며,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모두 고려한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은 96.6%로 전년 동기(94.2%)보다 2.4%p 올랐다.

금감원 측은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실적은 지급보험금 증가와 보험료 인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부진했다"며 "특히 상반기 손해율의 경우 지난해 누적 손해율(80.7%)에 근접하는 등 손해율 상승 추세가 예년에 비해 가파른 편이지만, 코로나 이전 시기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차후 금감원은 하반기 자동차보험 손해율 추이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향후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보험금 누수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 노력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권의 양극화 현상

주목할 만한 부분은 자동차보험 시장 내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의 '실적 대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대형사는 자동차보험을 통해 3,938억원의 보험이익을 냈지만, 중소형사(261억원)와 비대전 전문사(355억원)는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점유율 측면에서도 명확한 차이가 관측됐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등 대형사의 자동차보험 점유율은 85.4%로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 증가한 반면 메리츠화재·한화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MG손해보험·흥국화재 등 중소형사 점유율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의 실적 양극화는 자동차보험 업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라며 "손해보험 등 대부분의 보험 시장에서 과점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손해보험 업계에서는 각 보험사의 체급에 따른 뚜렷한 실적 차이가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형손보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현대해상·KB손보)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4조9,078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603억원) 대비 21%가량 성장했다. 회사별 당기순이익 증가폭은 △삼성화재 8.2%(1조2,147억원→1조3,144억원) △DB손보 19.6%(9,944억원→1조1,914억원) △메리츠화재 22.4%(8,153억원→9,985억원) △현대해상 67.6%(4,970억원→8,330억원) △KB손보 5.86%(5,389억원→5,705억원) 등이었다.

이에 반해 한화손보(1837억원→2245억원)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손보사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농협손보 -14.7%(1,413억원→1,205억원) △흥국화재 -34.7%(1,637억원→1,070억원) △롯데손보 -18.45%(813억원→663억원) 등의 순이익이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디지털 손보사인 카카오페이손보(-373억원), 캐롯손보(-308억원), 하나손보(-176억원), 신한EZ(-61억원) 등은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unbalanced_20240910

'규모'에서 기인하는 경쟁력

시장에서는 보험업계 실적 양극화의 배경에 '규모의 경제(소량 생산을 할 때보다 대량 생산을 할 때 평균 비용이 더 낮은 상황)'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대형사는 중소형사 대비 폭넓고 효율적인 판매 전략을 펼칠 수 있다. 규모를 앞세워 다방면의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만큼 손해율이 쏠리는 경향이 적고, 자본력을 활용해 보험설계사 등에 제공하는 시책이나 혜택을 늘려 상품 판매에 동원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종사자는 "보험업계에서는 마케팅 비용과 상품 개발 능력, 설계사 숫자 등이 주요 경쟁력이다. 중소형 보험사가 대형 보험사와 대등하게 경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라며 "대형사의 압박에 짓눌리던 일부 중소형사들은 새로운 시장으로 눈을 돌려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라고 귀띔했다. 경쟁 우위에서 밀려난 중소형사들이 소위 말하는 '틈새시장'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최근 손해보험 업계는 요양 등 초고령화 시대에 적합한 이색 보험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외에도 여행자 보험 및 휴대전화, 골프 보험 등 소비자의 수요와 회사별 특성을 살린 소액 단기 보험에 힘을 싣는 추세다. 생보업계 역시 정부의 퇴직연금 수수료 부과 체계 개편에 발맞춰 수수료 절감을 내세우며 고객 유인에 나서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인사관리(HR) 플랫폼 시프티, 스카이레이크 산하 분할 '독립경영체제'로 새출발

인사관리(HR) 플랫폼 시프티, 스카이레이크 산하 분할 '독립경영체제'로 새출발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시프티,  스카이레이크의 비즈니스온 인수로 분할
비즈니스온 인수 2년 만에 독립경영 계획 발표
프랙시스, 비즈니스온 원금 3배 회수 '바이아웃 정석' 주목
시프티, '7억→15억' 영업익 껑충 "글로벌 기업 도약 기대"
shiftee_FE_20240909
사진=시프티

통합인력관리 솔루션 시프티가 독립경영에 나선다. 모기업 비즈니스온이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이하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된 데 따른 결정이다. 시프티는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되 스카이레이크와 공고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고도화하며 지속적으로 국내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만 시장 경험을 토대로 해외 확장에도 더욱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프티, 독립경영체제 돌입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프티는 모회사 비즈니스온에서 분할돼 독립경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온이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되면서다. 시프티는 지난 2022년 전략적 인수합병(M&A) 차원에서 비즈니스온에 인수된 바 있다. 비즈니스온은 시프티를 품은 뒤 기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을 인사관리 영역까지 확대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스카이레이크가 비즈니스온을 인수한 건 지난 7월로, 비즈니스온의 최대주주였던 국내 중견 PEF 운용사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스카이레이크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대상은 프랙시스캐피탈의 지분 약 47%와 함께 주요 주주 6인의 소유 지분을 합산한 71.2%다. 비즈니스온의 1주당 매각가는 1만5,849원, 총 거래 가격은 2,545억원이며, 매각가액은 기업가치 기준으로 약 3,800억원이다. 공시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334억원과 비교해 약 8%의 프리미엄이 더해졌다.

비즈니스온 매각 '프랙시스캐피탈', 5년 만에 3배 수익

비즈니스온 매각을 통해 프랙시스캐피탈은 투자 5년 만에 원금 3.1배의 수익을 회수했다. 앞서 프랙시스캐피탈은 지난 2019년 비즈니스온 지분 46.91%를 주당 8,789원에 총 950억원을 들여 인수했는데, 이때 기업가치는 2,000억원대 초반으로 국내 SaaS 분야 최초의 바이아웃(buy-out, 경영권 인수) 거래였다. 인수 당시 비즈니스온은 200만 개 이상의 법인 고객을 보유했으나 전자세금계산서 사업만 하고 있어 인사·재무 등으로 영역 확장이 필요했다. 특히 매출액과 상각전영입이익(EBITDA)가 견고한 수준으로 유지됐음에도 주가는 1년 전 대비 30%나 하락한 상태였다.

이에 프랙시스캐피탈은 차근차근 밸류업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볼트온(유사기업과의 M&A를 통한 투자가치 확대) 전략으로 비즈니스온의 몸집을 키우기 위해 전문성을 지닌 스타트업을 찾았고 유관 분야의 B2B(기업간거래) SaaS 시장을 면밀히 분석하며 경쟁력을 보유한 업체 50곳 이상을 발굴해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지난 2020년 전자계약 서비스 업체 글로싸인을 시작으로 데이터 분석 업체 플랜잇파트너스를, 이후 회계솔루션 업체 넛지파트너스(2021년), 시프티(2022년)를 잇따라 인수하며 재무회계, 전자계약, 데이터, HR 등 전방위적인 SaaS로 사업모델을 진화 시켰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156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510억원으로 4년 만에 227%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2억원에서 164억원으로 상승했다. EBITDA 역시 69억원에서 19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번 프랙시스캐피탈의 비즈니스온 엑시트가 바이아웃 이후 볼트온과 밸류업, 인수금융 만기 이전에 회수까지 성공하며 PEF 투자의 정석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이유다.

skylake_FE_20240909
사진=스카이레이크

스카이레이크, 비즈니스온 지분 95.41% 확보 '자진상폐' 순항

프랙시스캐피탈로부터 비즈니스온을 인수한 스카이레이크는 비즈니스온의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2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했다. 이 기간 사이 기존 프랙시스캐피탈이 보유한 71.2%의 지분을 매수하는 SPA를 체결한 만큼 공매개수를 통해 지분 24% 이상만 확보하면 나머지 주주 동의 없어도 자발적 상장폐지가 가능했다.

공개매수 후 스카이레이크는 비아이에스홀딩스 유한회사 외 6인으로부터 약 1,605만 주를 추가로 매입해 비즈니스온 지분 96.15%(2,168만6,800주)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를 통해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한 스카이레이크는 같은 날 노태완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절차가 완료되면 비즈니스온은 스카이레이크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동시에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주식교환 비율은 스카이레이크 1주당 비즈니스온 3.3191623주로 산정됐으며, 비즈니스온 주주들은 1주당 1만5,849원의 현금을 받는다. 상장폐지 예정일은 오는 11월 8일이며 주식 거래는 11월 6일부터 정지될 예정이다. 아울러 주식매수청구권은 2024년 10월 5일부터 10월 24일까지 행사할 수 있으며, 매수 가격은 주당 1만5,438원이다.

shiftee_002_20240909

시프티, 1년 새 영업익 2배

이로써 시프티의 지분도 스카이레이크가 인수하게 됐다. 올해 상반기 기준 비즈니스온이 보유한 시프티 지분율은 74.75%에 달한다. 이 외 시프티의 지분 가운데 신승원 시프티 대표가 지분율을 25%를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레이크가 시프티의 최대주주로 올랐지만 신 대표의 대표이사 자격은 유지돼 단독 대표이사로서 경영을 책임질 예정이다. 신 대표는 본인의 시프티 지분을 유지하면서 시프티의 수장으로써 앞으로의 성장과 글로벌 전개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2017년 설립된 시프티는 서비스 출시 3년 만인 2020년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비즈니스온에 인수된 2022년 후에도 계속해서 매년 2배씩 성장해 비즈니스온의 외형적 성장을 견인하는 데 일조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액 20억원, 영업이익 1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91%, 106%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시프티의 주력 서비스는 근태부터 인력관리, 전자계약·결재까지 인사업무에 필요한 기능 제공이다.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도입할 수 있고 유통, 제조, 건설, 금융, 공공 등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맞춤형 인력 관리가 가능하며, 이미 사용 중인 기업용 솔루션들과도 쉽게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시프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SK, 현대, 롯데, 카카오, 한화 등이 시프티로 인력 관리를 하고 있다.

시프티는 지난해 말 기준 솔루션 이용 사업장 수 30만 개를 돌파했으며, 최근에는 대만에 본격 진출하며 해외 시장을 확대하는 중이다. 신 대표는 "중견 및 대기업들의 도입 문의가 증가하고 유료로 사용 중인 고객사의 제품 재구매율도 97.2%를 유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확대해 국내 1위 통합 HR 솔루션을 넘어 글로벌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전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이승건 대표 불법 대출 루머에 “사실무근” 반박한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IPO 계획에 먹구름 끼나

이승건 대표 불법 대출 루머에 “사실무근” 반박한 비바리퍼블리카, 토스 IPO 계획에 먹구름 끼나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불법 대출 루머 확산, 졸지에 구설 휘말린 토스
IPO 심사 엄격해진 한국거래소, 창업자 대출 건이 IPO 계획에 돌발 변수 될 듯
지분 담보 대출 미상환에 '헐값 매각'된 부릉, 토스도 부릉 뒤 따르나
leeseonggun_VIVAREPUBLICA_20240909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사진=비바리퍼블리카

금융 플랫폼 토스(Toss)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공개(IPO) 계획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미국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자사 주식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았단 내용의 루머가 퍼진 영향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사실무근"이라며 즉각 반발에 나섰지만, 업계에선 이번 의혹이 IPO의 걸림돌이 되는 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IPO 심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데다 사측의 해명에 석연찮은 지점도 다수 남아 있어서다.

창업자 불법 대출 루머에 토스 '속앓이'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1월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FTX(FTX Trading Ltd) 계열사 맥로린(Maclaurin Investment)의 펀드를 통해 540만 달러(약 64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FTX가 지난 2022년 말 미국 델라우어주 파산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며 제출된 자료를 통해 공개됐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FTX그룹은 1,260만 달러(약 169억원)를 토스 주식과 대출 형태로 투자했다.

이를 두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지에선 이 대표가 대출을 통해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다른 법인을 설립해 불법 대출을 받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일각에선 "이 대표가 2018년부터 차명으로 다른 법인을 설립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미국 FTX로부터 900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 담보 대출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회사는 지난 5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창업자(이 대표)의 대출은 전문 투자사인 맥로린으로부터 실행한 것"이라며 "FTX 거래소의 대출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 대출은 상환을 모두 완료했기 때문에 금융기관들과의 채무나 거래관계는 현재로서 없는 상황"이라며 "담보도 형식적인 것이었을 뿐 CEO의 신용도를 높게 평가받은 신용대출에 더 가까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대출 건은) 향후 IPO 과정과 무관하고, 어떤 영향을 끼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toss_loan_FE_20240909

루머 해명했지만, '의심'은 여전

다만 이 같은 해명에도 시장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 측의 해명에 석연찮은 점이 있어서다. 우선 회사는 이 대표가 관련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고 밝혔는데,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거액의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이 대표가 받은 대출을 두고 '신용대출에 가까웠다'고 언급한 점도 쉽게 믿기 어렵다는 게 시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담보 주식 없이 개인 신용에만 근거해 대출을 받기엔 대출금의 규모가 지나치게 컸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선 이번 대출 논란이 토스의 IPO 계획에 돌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핀테크 전문 연구위원은 "(토스 지분) 담보 사실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이 대표 개인이 대규모의 사적 대출을 받아야 했던 이유와 대출금 사용처, 상환 과정 등이 모두 의문"이라며 "개인적인 이유든 기업 자금난이든, 최대 주주의 거액 대출 건은 상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거래소의 IPO 심사 과정이 엄격해진 점도 비바리퍼블리카 입장에선 악재다. 한국거래소는 앞서 클라우드 전문기업 이노그리드가 상장예비신청서에 최대 주주 지위와 관련된 분쟁 내용을 누락했다며 사상 처음으로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번복했다. 이에 대해 이노그리드 측은 "신청서를 제출할 당시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소송이 없어 기재하지 않은 것이지 (최대 주주 지위 분쟁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거래소에 재심사를 신청했으나, 거래소는 취소 결정을 유지했다.

창업자 대출 문제로 나락까지 떨어진 부릉, 토스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 일각에선 "토스가 과거 '부릉(VROONG)'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부릉은 유통·물류 전문 기업 메쉬코리아가 운영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으로, 설립 초기만 해도 뛰어난 성장성을 지녔단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매출 3,039억원을 기록하며 기존 배달 대행 업계 1위 사업자였던 바로고를 앞서는 실적을 보이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직접 내보인 바도 있다.

그런데 창업자인 유정범 메쉬코리아 의장이 회사 지분 21%를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빌린 360억원의 고금리 대출을 채 갚지 못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 의장은 2022년 내 유니콘 기업 등극을 목표로 수천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뒤 대출금도 갚을 계획이었지만, 그해 2분기 들어 금리가 급격히 뛰면서 투자자들이 신중 모드로 돌아섰고 투자 유치도 실패로 돌아갔다.

그나마 KT와 일부 국내 사모펀드들이 메쉬코리아 투자를 검토하긴 했으나, 끝내 이들도 투자 의사를 접었다. 메쉬코리아가 적자 기업이라는 점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실제 메쉬코리아의 영업 적자는 2020년 178억원에서 지난해 368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 의장은 대출금을 갚을 방안이 없게 되자 2022년 10월 초 경영권을 내놓으며 매각을 타진했지만, 이미 대출 만기가 두 차례 연기된 상태여서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결국 매각 작업은 채권자인 OK캐피탈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메쉬코리아는 800억원이라는 헐값에 hy(구 한국야쿠르트)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2021년 투자 유치 당시 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바 있음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가격대다.

물론 부릉과 토스의 사례를 완전히 같은 선상에 놓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다. 이 대표가 보유한 지분 가치를 감안하면 대출액 자체가 크게 부담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보유한 비바리퍼블리카 주식은 지난 상반기 말 기준 2,742만9,695주로, 지분율은 15.5%로 파악된다. 토스가 지난 2021년 8월 8조원 규모의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은 점을 감안하면 이 대표의 지분 가치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640억원가량의 대출 정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까진 아니란 의미다. 다만 지분 담보 대출로 인해 미래 계획 전체가 파행된 메쉬코리아의 전례가 있는 만큼, 대출 리스크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기 침체·업황 악화 국난에 합병 이루는 중국 증권사들, 2-3위 궈타이쥔안-하이퉁도 합병 시사

경기 침체·업황 악화 국난에 합병 이루는 중국 증권사들, 2-3위 궈타이쥔안-하이퉁도 합병 시사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중국 2-3위 증권사 합병, 총자산 315조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 탄생하나
여타 증권사들도 M&A 본격화, '글로벌 IB 경쟁력 강화' 기대감 확산
경기 침체로 업황 악화한 증권업계, "M&A는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guotai_haitong_china_FE_20240906

중국 2~3위 증권사인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의 합병이 현실화했다. 양 사의 합병 법인은 총자산 315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다른 증권사들도 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중국 증권업계는 양 사 합병을 높게 평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국 증권업계의 업황 악화다. 수입이 줄면서 여력이 감소했고, 인원 감축도 이뤄졌다. 증권사 합병만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꿈꾸기엔 어려운 상황이란 의미다.

궈타이쥔안증권-하이퉁증권 합병 절차 시작

6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궈타이쥔안증권은 하이퉁증권을 흡수 합병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양 사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두 법인이 합병할 경우 총자산은 1조6,800억 위안(약 315조5,000억원), 순자산은 3,300억 위안(약 62조원)에 달한다. 업계 1위 시틱증권의 1조5,061억 위안(약 282조9,0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합병으로 단숨에 업계 1위를 차지할 '초특급 항공모함' 증권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다.

이번 합병은 재정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궈타이쥔안증권이 다소 부실한 하이퉁증권을 떠안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국 금융데이터업체 윈드인포에 따르면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은 2015~2021년 기준 증권 업계에서 2~3위권을 형성했다. 양 사 모두 비슷한 수준의 몸집을 가진 셈이지만, 수익률 측면에선 양 사 간 차이가 컸다. 궈타이쥔안증권은 안정적인 수익을 낸 반면 하이퉁증권은 실적이 등락을 반복했다. 실제 하이퉁증권은 지난 2018년 순이익 기준 26위권까지 순위가 밀린 바 있고, 2022~2023년에도 홍콩 자회사 등에서 상당한 손실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공염불'에 불과했던 대형 증권사 합병

중국 대형 증권사 간 합병은 증권업계의 오랜 숙원 중 하나다. 중국 증권업계의 역량이 미국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웅을 겨루기엔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아서다. 중국 등우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최대 증권사인 중신증권의 순자산은 380억 달러(약 51조1,000억원)로 골드만삭스(1,169억 달러, 약 157조2,300억원)나 모건스탠리(990억 달러)에 한참 못 미친다. 매출액도 중신증권은 85억 달러로,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각각 5분의 1, 7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이렇다 보니 중국 공산당 차원에서도 대형 증권사 합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해 10월 열린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증권시장을 발전시켜 세계 일류 IB와 투자기관을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3월엔 중국 증권업을 관리·감독하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차원에서 "오는 2035년까지 국제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갖춘 IB와 투자기관 2~3곳을 만들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당시까지만 해도 업계에선 공산당의 목표가 '공염불'로 끝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형 증권사 합병설이 나오기 시작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합병이 제대로 시행된 바가 없었던 탓이다. 지난 2020년 한 차례 기대가 꺾였던 점도 회의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2020년 중국 투자업계에선 공산당이 1~2위를 다투던 중신증권과 중신건투증권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고 있단 소식이 전해졌다. 여기에 두 기업이 이미 M&A를 위한 실사를 마치고 증감회에 관련 사항을 보고했단 내용까지 전해지면서 양 사 합병이 기정사실화하는 듯했지만, 결국 합병은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 입장에선 사실상 연례행사와 다름없는 공산당의 정책 목표를 덮어 두고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china_recession_FE_20240906

증권사 M&A 본격 속도 내고 있지만, "중국 증권업계 업황 악화 일로"

이런 상황에서 궈타이쥔안증권과 하이퉁증권의 합병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중국 내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양 사 합병으로 그간 지지부진하게 이어져 온 증권사 합병 절차에 속도가 붙으면 중국 IB의 경쟁력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단 시선에서다. 이미 M&A 행렬이 본격화 수순에 접어든 상태기도 하다. 선전시 구오센증권은 지난달 지역 경쟁사인 반호증권 지분을 53% 인수한다고 밝혔고, 지난 6월엔 산시성 중견 증권사인 웨스턴증권이 궈롱증권 인수 계획을 발표했다. 화창증권과 핑안증권 역시 합병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각종 증권사 합병 소식에도 미래를 낙관할 수 없을 만큼 중국 증권업계의 업황이 악화했단 점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국 내 43개 상장 증권사의 총보수는 745억7,100만 위안(약 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가량 급감했다. 중국 증시가 위축돼 수수료가 줄고 당국의 규제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침체하면서 수입원이 쪼그라든 것이 원인이다. 시틱증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본토 거래소 신규 주식 공모 가치는 1년 전보다 85% 급감했고 일평균 거래량도 7% 줄었다.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직원 감축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 경제 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상장 증권사 40곳의 총직원 수는 31만7,400명으로 전년 말 대비 6,760명 감소했다. 50개 상장 증권사 중 직원을 감축한 곳만 18개다. 팡정증권은 상반기 직원을 1,381명 감원했고, 중신증권, 궈신증권, 중신젠투, 광파증권, 흥업증권 등은 500명 이상을 줄였다. 궈타이쥔안증권, 하이퉁증권, 중진공사, 창장증권 등도 100명 이상 감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적 압박 속에서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위해 직원을 줄이고 채용 규모도 축소하고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근엔 중국 금융권의 분위기도 뒤숭숭한 모양새다. 중국에선 올 상반기부터 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 소문이 돌았다. 중국 정부가 금융권 고위직 임원들의 연봉 상한선을 300만 위안(약 5억6,700만원)으로 일괄 정했다는 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일반직 직원에 대해서도 임금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단 목소리가 속속 나왔다.

이 같은 불안이 거듭 노출되는 건 중국 경제의 침체가 가속하고 있는 탓이 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에 빠져 상하이종합지수가 9월 기준 2021년 12월 대비 23% 넘게 하락했다. 현시점의 중국은 경쟁력 강화보단 당장의 생존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란 의미다. 결국 이번 증권사 합병 역시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수단이라기보단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편이 더 개연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용성 집값 오르는데 노도강 집값은 '뚝뚝', 서울서도 상급지-하급지 간 양극화 심화 양상

마용성 집값 오르는데 노도강 집값은 '뚝뚝', 서울서도 상급지-하급지 간 양극화 심화 양상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찬바람 부는 노도강 부동산 시장, 반면 마용성 집값은 급등
2021년엔 노도강 집값 상승 폭 컸지만, 부동산 침체기가 '직격타'
금리 인하 기대에도 동북권 매매수급지수↓, 수요 회복도 먹구름
SEOUL_APT_FE_20240906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매수심리가 약화하면서 아파트 매물 수가 늘고 집값도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아파트 매물이 줄고 집값이 오른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상급지와 하급지에 대한 양극화가 심화하는 와중 고금리 장기화, 대출 규제 강화 등 외부 요인이 노도강 지역의 매수심리를 끌어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 수 감소세인데, 노도강에선 오히려 늘었다

6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지난 3개월 동안 감소세를 이뤘다.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3일 기준 8만844건으로 3개월 전 대비 1.9% 감소했는데 특히 서울 주요 지역으로 꼽히는 마용성의 아파트 매매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이들 지역의 매물 감소율은 각각 3.3%, 4.9%, 6.7%였다. 반면 노도강 지역에선 오히려 매물이 증가했다. 노원구 지역의 매물은 3개월 전보다 0.8%, 도봉구는 7.5%, 강북구는 6.4% 늘었다.

지역 간 격차는 아파트 매매 가격에서도 나타났다. 지난 5일 KB국민은행 부동산 빅데이터센터가 발표한 주간 아파트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0.09% 상승했으나, 노원구는 -0.17%, 도봉구는 -0.04%, 강북구는 -0.25% 하락했다. 성동구(0.31%), 은평구(0.25%), 송파구(0.25%), 강남구(0.25%), 마포구(0.21%) 등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그 차이가 크다.

3년 전 영끌·갭투자 위력으로 집값 올랐지만

노도강 지역은 2021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 중 하나였다. 특히 2030세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들 지역에 몰리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 2020년 10월~2022년 10월 2년간 노도강 시세 상승률은 각각 26.3%, 21.4%, 20.5%로 강북권역 평균인 20.4%를 상회했다.

상황이 반전된 건 2년 전 전국적인 집값 하락세가 시작된 이후부터다.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빠지자 노도강 지역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가격 상승기에 영향력을 발휘하던 갭투자 매력이 침체기에 들어 급격히 약화하면서 다른 지역에 비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이 지역에서 시세보다 저렴한 급매물을 제외하곤 제대로 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부동산 호황기 유입된 영끌족과 갭투자자들이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격 마지노선을 다소 높게 잡으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괴리가 커진 탓이다. 이 같은 실태는 지표로도 드러난다. 아실에 따르면 강북구의 2월 아파트 거래량은 16일 기준 2건에 불과했다. 1월 거래량(35건)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노원구 역시 2월 거래량이 같은 기간 7건으로 1월(154건)에 비해 적었고, 도봉구도 거래량이 5건에 그쳤다.

price_decline_FE_20240906

양극화에 대출 규제까지, 노도강 위축세 당분간 이어질 듯

노도강 지역의 위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수심리가 살아날 만한 요인이 없어서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건 호재로 꼽히지만, 상급지와 하급지에 대한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만큼 노도강 지역이 금리 인하의 혜택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실제 노도강이 있는 동북권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마지막 주(26일) 기준 103.1로 서울 권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인 104와 강북권역 평균인 103.2를 모두 밑도는 정도다. 금리 인하가 현실화해도 노도강보단 마용성 등 상급지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는 게 개연성이 더 높다.

금융 당국이 가계부채 정상화 수단으로 '대출 규제'라는 강경 카드를 꺼내든 점도 악재다. 앞서 당국은 이달 1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DSR 금리를 수도권 주담대에 더 높게 적용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 0.75%p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조정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선 1.2%p까지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하겠단 것이다. DSR 규제의 범주를 확대해 그간 규제로부터 자유롭던 정책모기지와 전세대출 등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도 했다.

당국의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은 조건부 전세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당분간 취급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플러스모기지론(MCI·MCG)을 중단했다. MCI·MCG는 소액보증금 차감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으로, 대출 한도를 늘리는 역할을 주로 한다. 구체적인 예외 조건은 은행별로 모두 다르지만, 골자는 이전과 달리 전세대출을 받기가 까다로워졌단 것이다.

노도강 지역은 대출 여부에 따라 집을 살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갈리는 등 대출 의존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했듯 노도강 지역의 집값 상승세 대부분이 영끌족과 갭투자자들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노도강 지역과 상급지 간 격차는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기 침체 가까워온다" 캐나다 중앙은행, 3차례 연속 금리 인하

"경기 침체 가까워온다" 캐나다 중앙은행, 3차례 연속 금리 인하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인플레이션 우려 증거 없다" 금리 인하 단행한 BOC
2분기 소비자 지출 성장세 둔화, 경기 침체 리스크 커져
금리 인하 후 집값 폭등 위험은 '입국자 조절'로 억제
america_interest_rate_Fed_FE_20240813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인하했다. 시장 곳곳에서 경기 침체 위험이 가시화하며 BOC의 통화 정책 전환에도 점차 속도가 붙는 양상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이 금리 인하로 인해 현지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는 가운데, 캐나다 정부는 '임시 입국자 수' 목표를 설정하며 리스크 최소화에 나섰다.

BOC, 기준금리 4.25%까지 인하

BOC는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기존 연 4.5%에서 4.25%까지 0.25%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BOC는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 중 처음으로 금리를 인하하며 피벗(통화 정책 전환)의 선두에 섰으며, 이후 7월에도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BOC가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티프 매클럼(Tiff Macklem) BOC 총재는 이날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증거가 거의 없고 수치가 지속적으로 낮아져 목표치(2%)에 가까워지고 있다”면서 “경제가 지나치게 위축될 우려에 대해서도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캐나다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2.5% 상승해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BOC의 금리 인하에 대해 "BOC가 경기 침체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2분기에 확인된 경제 둔화 흐름이 금리 조정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캐나다의 지난 2분기 연간 성장률은 연 2.1%로, 시장 예상치(1.6%)와 캐나다 중앙은행 전망치(1.5%)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성장의 대부분은 임금 상승에 따른 정부 지출의 증가 때문”이라며 “소비자 지출은 2분기에 0.6% 증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DEFLATION_USA_FE_20240606

캐나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

실제로 캐나다를 뒤덮은 불황의 그림자는 점차 짙어지는 추세다. 블룸버그가 캐나다 신용평가회사 에퀴팩스 캐나다(Equifax Canada)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캐나다 신용 카드 소지자의 2분기 평균 부채액은 4,300캐나다달러(약 425만원)로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카드 대출 미결제 잔액은 1,220억 캐나다달러(약 120조5,400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에퀴팩스는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 환경과 실업률 상승이 대출자, 특히 젊은 캐나다인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률 역시 2022년 중반 약 5%에서 현재 6.4%까지 올랐고 청년층 실업률은 14.2%에 달한다. 실업률 상승은 통상적으로 경기 침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레베카 오크스(Rebecca Oakes) 에퀴팩스 캐나다 고급 분석 담당 부사장은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안정화는 많은 소비자에게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안타깝게도 실업률 상승이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상쇄하고 재정적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BOC의 금리 인하 폭이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 침체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금리 조정이 필요했다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 전문가는 "BOC가 기준금리를 0.5%p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었지만, 일단 (이번 BOC의 기준금리 인하 폭은) 시장의 예상 범위 내"라면서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 이후 집값 상승, 어떻게 막나

다만 일부 시장 전문가 사이에선 BOC가 성급하게 금리를 인하할 경우 현지 부동산 시장이 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캐나다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인구가 늘어나는 국가 중 하나다. 캐나다의 인구수는 지난해 6월 4,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후 9개월 만에 4,100만 명에 가까워지고 있다. 문제는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임대료와 집값 전반이 폭등했다는 점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금리가 내리고 유동성이 풀리면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짚었다.

캐나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입국자 수 조절'을 통해 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마크 밀러(Mark Miller) 캐나다 이민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랜디 보이소놀트(Randy Boissonnault) 고용부 장관과 함께 올해 말 처음으로 임시 거주자 입국 목표를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시 거주자는 영주권을 받기 전 단계 입국자를 일컫는다. 현재 캐나다에는 인구의 6.2%인 250만 명 이상의 임시 거주자가 살고 있다.

당시 캐나다 정부는 “캐나다가 환영할 수 있는 적절한 수의 임시 거주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그 수를 5% 또는 약 200만 명으로 줄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급격하게 증가한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및 망명 신청자를 포함한 임시 이민자의 수를 통제해 고용·주택 시장 혼란을 잠재우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불붙은 '예금보호 1억 상향'에 금융위는 '신중',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향배는?

불붙은 '예금보호 1억 상향'에 금융위는 '신중',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향배는?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예금자보호한도, 5,000만→1억원으로 법 개정 움직임
금융당국, 자금 쏠림으로 인한 금융 불안 가능성 제기
보호한도 올려도 소수만 혜택, 금융사 모럴해저드 우려도
Depositor Protection Act_FE_20240905

예금자보호한도를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는 법안들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법개정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혜택이 일부 자산가들에게만 돌아갈 수 있는 데다 저축은행으로의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회사가 건전성 관리에 소홀하는 등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는 부작용도 제기된다.

금융당국,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신중 입장 피력

4일 국회 정무위원회가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대해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은 보험금 지급 한도를 1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행법은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금보험제도를 두고 보험사고 발생 시 지급하는 보험금의 한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보호되는 예금 등의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회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받아 예금보험기금을 적립하고 금융회사가 파산 등으로 고객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 이를 대신 지급하는 식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개정안은 총 4건이다. 지난 6월 25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이후 민주당 김한규, 정준호 의원도 지난 7월 1일과 3일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금융업권에 따라 보호 한도를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엄 의원 안은 예금보험위원회가 5년마다 금융 업종별로 한도를 결정할 수 있게 했고 정 의원 안의 경우 금융 업종별로 구분한 한도의 적정성을 금융위원회가 5년마다 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하지만 금융위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금융시장의 자금 이동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한도를) 올릴 경우 자금이 은행에 몰릴 수도 있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갈 수도 있다”며 “어느 쪽으로든 자금이 쏠리면 불안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보호 한도를 높이면 시중은행 예금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으로 이동하면서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kdic_FE_20240905

SVB·새마을금고 뱅크런으로 촉발된 '예금자보호한도' 논의

현행 예금자보호한도는 업권·상품에 관계없이 동일하게 5,000만원으로, 2001년 이후 23년간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즉 23년 전 GDP 등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해 정한 한도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경제 성장과 금융시장의 발전으로 보호해야 할 예금 대상과 규모가 늘어난 것에 비해 수십 년째 답보 상태인 현행 한도는 너무 낮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지난해 3월 발생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더욱 커졌다. 미국에서 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SVB가 붕괴하는 데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금주에게 저금리를 주고 단기자금을 끌어모아 장기자산에 투자하는 구조였던 SVB가 미국 국채 매각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을 발표하자 SNS 등으로 위기 소식이 빠르게 퍼졌고, 실리콘밸리 사업가 등 예금주들은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인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당일 금융기관이 문 닫는 시간까지 인출된 금액은 56조원에 달했다. 대형 은행이 손쓸 틈 없이 파산한 뱅크런 사례였다. 이에 결국 미국 정부는 '예금 전액 보호조치'라는 초강수로 대응했다.

SVB에 이어 유럽 투자은행(IB)의 마지막 자존심 크레디트스위스(CS) 은행의 위기설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에 불을 붙였다. 전 세계 은행 자산순위 45위인 CS 은행에서 회계상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고 최대주주가 더 이상 재정 지원을 제공할 수 없게 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에 스위스 최대 IB인 UBS가 CS를 32억 달러(약 4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태를 봉합했다. CS가 붕괴하면 스위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반에 금융 위기가 번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스위스 연방정부가 개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6월 말 새마을금고가 뱅크런 위기를 맞았다. 지난 60년간 공적자금이 단 한 번도 투입되지 않을 만큼 탄탄한 재정을 자랑했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불거지자 순식간에 고객들이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6월 말 259조원에 달한 예금 잔액은 같은 해 7월 말 242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불과 한 달 새 17조원이 넘는 뱅크런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새마을금고 부실 채권 1조원가량을 매입하면서 가까스로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위기의 불씨가 남아있는 만큼 서둘러 보호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금도 예금자 98% 보호, 일부 계층만 수혜

그러나 금융위를 비롯한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금융권의 복잡한 셈법부터 조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금보험료율이 대표적으로, 예금보호한도를 높이면 금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예금보험료율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기관들은 예금보험료가 늘어날 경우 이 비용을 대출금리 상승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저축은행의 저항이 크다. 현재 시중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은 0.08%, 보험사는 0.15%인데, 저축은행의 보험료율은 2011년 발생한 '저축은행 사태'의 여파로 인해 0.4%를 부담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저축은행은 오히려 보험료율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은행 역시 부실 위험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료가 늘어나는 데 불만을 표하고 있으며, 보험사는 예금자보험보다는 계약 이전을 통해 해결하는 게 낫다고 보고 있다.

또 예금 보호 확대는 모럴해저드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시절 한시적으로 전액 보호를 결정했다가 1년도 되지 않아 종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전액 보호가 결정되자 당시 금융회사들이 무분별하게 고금리 특판에 나섰고,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사의 신용도 등은 따지지 않고 무조건 높은 금리만 찾게 되면서 또 다른 금융 위기 발생에 대한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한 실효성 의문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도를 상향하더라도 소비자의 편익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행 제도만으로도 예금자의 98% 이상이 보호받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금융권 예금자수 3억8,333만 명(중복 포함) 중 5,000만원 이하 예금자수가 98.1%(3억7,550만 명)를 차지한다. 이는 90∼95%를 보호하도록 한 국제예금보험기구(IADI)의 권고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결국 한도 상향 혜택은 금융 자산이 많은 일부 계층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美 제조업 부진에 다시 찾아 온 경기 침체 공포, '빅컷' 기대감 고조

美 제조업 부진에 다시 찾아 온 경기 침체 공포, '빅컷' 기대감 고조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미국 제조업 PMI 둔화, 다시 고개 드는 R의 공포
ISM "고금리와 대선 불확실성으로 기업들 투자 미뤄"
연준 9월 피벗 기정사실화, 인하 폭 관건은 '고용지표'
ISM_PMI_FE_20240904
ISM 서비스업 PMI 추이/출처=TRADING ECONOMICS

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한 달 만에 재발했다. 미 제조업 경기가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보이면서다. 제조업 지표 약세에 경기 하강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빅컷(기준금리 50bp 인하) 기대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ISM 8월 제조업 PMI, 5개월 연속 위축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에 따르면 8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2를 기록했다. 8개월 만에 최저치였던 7월의 46.8에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7.9는 하회하며 여전히 위축 국면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ISM 제조업 PMI는 지난 3월 50.3을 기록한 이후 4월부터 5개월 연속 5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주요 경기 선행 지표 중 하나인 제조업 PMI는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50보다 낮으면 위축을 의미한다.

하위 지수 중 제조업 고용은 전월의 43.4에서 46으로 상승했다. 재고도 50.3로 전월의 44.5에서 급등해 전체 PMI 반등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지수가 50을 웃도는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여주는 물가지수는 54로 전월의 52.9에서 오르며 8개월 연속 50을 웃도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ISM 제조업 조사위원회의 티모시 피오레(Timothy Fiore) 의장은 “미국 제조업 활동이 여전히 수축 국면에 있지만, 지난달에 비해 속도가 둔화됐다”며 “수요가 여전히 약하고 생산량이 감소했으며 투입량은 완화적인 수준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연방 통화 정책과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자본과 재고에 투자하지 않으려 하면서 수요가 여전히 침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Fed_basemoney rate_FE_20240904

R의 공포 속 뉴욕 증시 일제히 급락, 국채 금리도 하락 마감

같은 날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이 발표한 8월 제조업 PMI도 위축 국면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S&P글로벌의 8월 제조업 PMI는 47.9로 7월의 49.6과 전망치인 48을 모두 하회했다. 고용지수의 경우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고, 투입 비용은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제조업 인플레이션이 2022년 중반의 고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S&P글로벌 마켓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슨(Chris Williamson) 수석 비즈니스 이코노미스트는 “PMI의 추가 하락은 3분기 중반까지 제조업 부문이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임을 가리킨다”며 “미래지향적인 지표들은 앞으로 몇 달 동안 이러한 하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속에 투심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9월 첫 거래일인 이날 뉴욕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626.15포인트(1.51%) 하락한 40,936.93에 거래를 마쳤고,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19.47포인트(2.12%) 내린 5,528.9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전장보다 577.33포인트(3.26%) 떨어진 17,136.30을 각각 기록했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도 3.09% 밀렸다. 지난달 5일 이후 최악의 폭락장이다.

국채 금리도 하락세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7bp(1bp=0.01%포인트) 내린 3.83%, 통화 정책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물 금리는 5bp 내린 3.86%에 마감했다.

CME Fedwatch_Big cut_FE_20240904
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

美 경기 둔화 우려에 9월 '빅컷' 기대 강화

제조 업황 위축이 확인되자 연준의 빅컷 기대감도 높아졌다. 연준 금리 전망을 추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4일 아시아 시장 기준, 연준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50bp 인하할 가능성은 57.0%로, 하루 전 집계된 확률(70.0%)보다는 낮아졌지만, 한 달 전(26.0%)에 비하면 31%포인트 높아졌다. 이전까지만 해도 베이비컷(25bp 인하) 전망이 대세였으나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짐에 따라 빅컷 전망이 높아진 것이다. 같은 날 25bp 인하할 확률은 43.0%로 한 달 전인 74.0% 대비 31%포인트 낮아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지난달 23일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빅컷 가능성을 열어뒀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조정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정책 전환) 방향은 명확하며,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는 나오는 데이터, 변화하는 전망, 위험의 균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나올 경제 데이터들이 예상보다 좋지 않으면 금리 인하 폭을 키울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에 시장의 시선은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 고용 지표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오는 6일 발표될 예정인 8월 비농업 고용 지표가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8월 비농업 고용 지표 예상치(로이터 기준)는 취업자 수 16만 명 증가(전월치 11만4,000명 증가), 실업률 4.2%(전월치 4.3%)로, 만약 시장 예상치에 부합할 경우 경기 침체 우려가 완화되면서 베이비컷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신규 고용이 10만 명 이하로 나오거나 실업률이 4.4%~4.5%로 오르는 경우 빅컷 전망이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실업률이 계속 상승하면 '삼의 법칙(Sahm‘s rule)'이 발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의 법칙은 연준 위원이었던 클라우디아 삼(Claudia Sahm) 박사가 2019년 제시한 규칙으로, 최근 3개월 실업률 평균치가 지난 1년간 최저 실업률을 0.5%포인트 이상 높으면 경기가 침체한다는 실증적인 이론이다. 이 법칙은 1970년 이후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모든 경기 침체 시작을 포착했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미분양 해소·신고가 경신 등 대구 부동산 지표 회복세, 불경기 해소 신호탄 쏘나

미분양 해소·신고가 경신 등 대구 부동산 지표 회복세, 불경기 해소 신호탄 쏘나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정

대구 부동산 지표 반등, 매매 시장 소비심리지수 2년 10개월래 최고치
수성구·중구 등 중심 프리미엄 형성 단지 확대, "높은 프리미엄이 수요 견인"
대구 주택 시장 반등에 불경기 해소 기대감도 덩달아 상승
price_Daegu_FE_20240904

미분양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대구 주택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값 하락세가 둔화된 데 이어 수요자의 소비심리도 크게 개선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 등 단지를 중심으론 신고가도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세와 프리미엄 형성 단지 증가가 수요 상승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 주택 시장 '반전', 미분양 1위 오명 벗었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대구 중구 남산동 소재 '남산롯데캐슬센트럴스카이' 전용 84.93㎡는 올해 8월 8억원(29층)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하락거래가 이뤄진 지난해 2월 6억5,000만원(32층)에 거래됐음을 고려하면 불과 1년 반 만에 1억5,000만원(23%)이 급등한 것이다. 이외 단지에서도 신고가 릴레이가 이어졌다. 수성구 만촌동 '만촌자이르네' 전용 84.87㎡는 지난 7월 10억8,000만원에 손바뀜했고, 중구 남산동 '청라힐스자이' 전용 84.86㎡는 7억800만원(26층), 수성구 범어동 '범어W' 전용 84.99㎡는 13억5,5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대구는 미분양 1위 오명도 벗게 됐다. 국토교통부의 6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9,956가구)로 대구(9,738가구)를 추월했다. 각종 지표 역시 수직 상승하는 모양새다. 국토연구원의 부동산 시장 소비심리지수에 따르면 대구 주택매매 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11로 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심리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지역 주택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 역시 104.3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주택사업을 하는 업체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수치화한 지표로, 85 미만을 하강 국면, 85 이상 115 미만을 보합 국면, 115 이상을 상승 국면으로 구분한다.

2월 미분양 물량 9,927호, 수성구 중심 프리미엄 형성이 영향

대구 주택 시장의 반등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다. 이미 지난 2월 대구의 미분양 물량이 18개월 만에 1만 호 아래로 떨어지는 등 소진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부동산 전문광고대행사 애드메이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9,927호였고, 3월 대구시의 아파트매매거래량도 2,208건으로 전월(1,823건) 대비 21%, 전년 동월(1,970건) 대비 1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구에서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되는 분양권)으로 실거래되는 단지가 늘어난 것이 수요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최근 거래된 단지 중 적지 않은 물량이 프리미엄 형성 단지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애드메이저가 2023~2024년 대구 내 입주 단지를 대상으로 1월부터 3월 말까지 분양권과 입주권 실거래 신고 상황을 분석한 결과 총 95개 단지 중 프리미엄 형성 단지는 29개 단지로,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4억3,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 신고됐다. 지역별로는 수성구와 중구가 각각 8개 단지로 가장 많았고 동구와 서구·달서구가 각 3개 단지, 북구와 달성군이 각 2개 단지였다. 결국 수성구와 달구벌대로, 역세권 등 투자 가치가 높아질 만한 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된 게 수요를 끌어올렸다는 게 애드메이저의 설명이다.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도 수요자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플랫폼 KB부동산에 따르면 8월 2주(12일) 기준 대구시의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81.900으로 세종(81.34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2022년 1월 10일을 기준(100)으로 아파트 가격 등락을 지수화한 것으로, 즉 대구시 아파트 가격이 2022년 1월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단 의미다. 이와 관련해 이병홍 대구과학대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 물량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공급 과잉에 따른 단지별 경쟁이 과열돼 주택 공급자들이 할인분양 등 과감한 조치에 나섰다"며 "이것이 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리면서 거래량이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apartment_unsold_Daegu_FE_20240904

심각한 미분양 적체에 부동산 반등 척도 된 대구

대구 주택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시장 일각에선 전국적인 불경기 해소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업계에서 "부동산 시장의 반등 척도는 대구"라는 언급이 나온 바 있어서다. 이 같은 말이 나온 건 대구의 주택 적체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5대 광역시 지역별 미분양 물량 지표에서 대구가 1만3,199가구로 절반이 넘는 수준인 56.9%를 차지했다. 전국 광역 기준으로도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1만1,034가구)을 제치고 가장 많은 미분양 주택 수를 기록했다.

이에 유안타증권은 보고서를 발간해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먼저 미분양 물량이 적체되기 시작한 지역"이라며 "다른 지역의 미분양이 2021년 하반기부터 증가 추세를 보인 반면 대구는 2021년 3월을 저점으로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상 이후 2022년 1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하락하기 시작했는데 대구는 2021년 11월부터 매매가격 하락이 시작됐다"며 "대구는 상대적으로 일찍 하락장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대구 미분양 물량이 유의미하게 소진되는 시점이 주택 경기 반등 시그널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대구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만큼 다른 지역보다 회복세에 접어들기 어렵단 의미다.

실제 미분양 물량이 다소 소진된 지난 3월에도 대구 주택 시장의 위기는 해소되지 못했다.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을 적체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5월 대구는 16개월 연속 미분양관리지역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분양관리지역은 미분양 증가 속도가 빠르거나 미분양 물량이 계속해서 해소되지 않는 지역, 신규 미분양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선정된다. 이번에 대구가 미분양 1위 지역에서 벗어난 게 그만큼 이례적인 일이란 방증이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박창진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전세대출 막히면 어쩌나" 이어지는 정부·은행권 대출 규제,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 '한숨'

"전세대출 막히면 어쩌나" 이어지는 정부·은행권 대출 규제,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 '한숨'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

수정

가계대출 증가세 경계하는 정부, 은행권도 줄줄이 '대출 조이기'
"잔금 못 치르면 어쩌나" 올림픽파크포레온에 감도는 불안감
부동산 과열·가계대출 증가로 금리 인하 논의 지지부진, 규제 이어질 듯
olympicpark_poreon_20240903
올림픽파크 포레온 투시도/사진=둔촌주공 시공사업단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들이 전세자금 대출 규제 강화 소식에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급속도로 불어나는 가계대출을 경계하는 가운데, 압박을 이기지 못한 은행권이 줄줄이 대출 한도 축소·취급 제한에 나선 결과다. 시장에서는 가계대출이 기준금리 인하의 최대 장애물로 떠오른 만큼, 한동안 강력한 대출 규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위기의 올림픽파크포레온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 예정자들은 정부·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와 관련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대출 한도 축소, 신규 대출 취급 제한 등 강력한 규제가 연달아 등장하며 전세자금 대출 문턱이 눈에 띄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지난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를 본격 시행, 대출 한도를 옥죄고 나섰다.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 등을 이용하는 차주가 대출 이용 기간에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에 대비해 DSR 산정 시 일정 수준의 가산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를 결정하는 제도다.

은행권 역시 가계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의 취급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규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택 소유자에게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초강수' 대책을 발표했고, 갭투자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전세자금대출도 무주택자에게만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주담대 기간을 단축하고, 갭투자 목적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는 등 실수요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에서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들,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려 했던 집주인들이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올림픽파크포레온과 같은 대규모 단지에서 전세자금대출이 막히면 전세를 맞추기가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짚었다.

loan increase_20240903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 한은 '우려'

문제는 이 같은 정부와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기조가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24조617억원으로 지난 7월 말 대비 8조3,234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 4월(9조2,255억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같은 기간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은 7조3,234억원 급증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담대 한도를 축소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규제가 시행되기 이전 '막차' 수요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불어나는 가계대출은 한국 경제의 '뇌관'이자 통화 정책 전환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경우 가계대출 증가세에 불이 붙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라도 규제를 통해 대출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7월 30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불구, 급등하는 집값과 가계 부채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를 주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통위는 지난 7월 11일 개최된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만장일치 의견으로 3.5%로 동결한 바 있다.

7월 회의 당시 한 금통위원은 “물가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상당폭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나, 주택 가격 상승 폭 확대로 인한 금융 안정 측면에서의 피벗 위험은 증가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가격 상승세, 주택 매매 거래량 증가에 따른 주담대 잔액 확대 등을 우려한 것이다. 이 위원은 “과거 경험상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규모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 과열

시장에서도 현재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과열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KB부동산 주간KB아파트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5% 상승했다. 자치구별로는 금천구(-0.01%)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랐다. 경기도의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평택(-0.04%), 이천(-0.06%), 안성(-0.28%)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경기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승세가 이어진 결과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자, 정부는 수도권 '핀셋 대출 규제'를 통한 시장 과열 억제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동시에 수도권 주담대에 비수도권(0.75%p) 대비 높은 1.2%p 수준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했다. 지역에 따라 대출 한도가 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집값이 비싼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거주를 목적으로 10억원대 안팎의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수요자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크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에서는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일시적으로 거래량이 감소하며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현재의 집값 상승세가 서울의 ‘공급 부족’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라며 "충분한 물량 공급이 따라오지 않는 이상 (대출 규제)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량 부족으로 인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 투자자들의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과열 현상 역시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다.

Picture

Member for

1 month
Real name
전수빈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독자 여러분과 '정보의 홍수'를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뗏목이 되고 싶습니다. 여행 중 길을 잃지 않도록 정확하고 친절하게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