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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자산 매각 릴레이’, 이번엔 롯데호텔 “L7·시티 일부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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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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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규모 6,000억원 수준
재무 ‘빨간불’, 차입금 의존도 49.5%
면세점 부진에 실적도 악화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가 자산 유동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보유 중인 호텔 일부를 매각한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또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면세점 사업부에 대해서는 비상 경영 체제에 이어 새로운 수장과 함께 분위기 전환을 도모한다. 한동안 별다른 호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면세점 업계는 롯데면세점이 새로운 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하는 모습이다.

‘유동성 확대’ 전면에 내세워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기관투자자 대상으로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호텔롯데의 유동성 확대를 위해 L7과 롯데시티호텔 가운데 2~3곳의 매각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또 해외에서 운영 중인 부실 면세점을 철수하고, 잠실 롯데월드타워 내 면세점 면적을 축소해 고정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호텔롯데는 국내외에 시티호텔 8개, L7 호텔 6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준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공시지가가 6조7,360억원에 달하는 만큼 그 가운데 일부를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게 롯데 측의 구상이다. 매각 규모는 6,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가 핵심 자산인 호텔 매각을 검토하는 배경으로는 급격히 악화한 재무 건전성이 꼽힌다. 공시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호텔롯데가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은 2조3,061억원이며, 전체 차입금 규모는 8조7,616억원 수준이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7,108억원에 불과하다. 연결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49.5%에 달한다.

계속된 계열사 지원도 호텔롯데의 재무 건전성 악화를 부추겼다. 먼저 지난해에는 롯데건설 유동화 특수목적법인에 대한 후순위대출(1,500억원)과 선순위대출(9,000억원)의 이자에 대한 자금 보충 등을 지원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44.02%)에 이은 2대 주주로, 그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으로 롯데건설에 자금을 조달해 왔다.

올해는 롯데렌탈 총수익스왑(TRS) 정산에 따른 추가 지분 인수에 2,600억원을 투입했고 이에 더해 시카고 킴튼호텔 인수, 창이공항 면세점 관련 투자 등 굵직한 투자도 진행했다. 롯데그룹은 IR에서 11월 기준 호텔롯데의 현금성 자산이 1조1,000억원대라고 강조했지만, 신용등급 하향 검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매장 모습/사진=롯데면세점

매장 축소·철수 등 경영 효율화

호텔롯데의 사업은 호텔, 면세점, 월드 등 크게 3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연 매출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만 해도 7조3,965억원, 영업이익은 3,183억원에 달했지만, 팬데믹 이후 줄곧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조7,540억원으로 2020년에 비해 24%가량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적자(-4,976억원)에서 흑자(1,326억원)로 전환했다. 하지만 매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 사업이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면서 올 3분기 호텔롯데의 누적 영업이익은 2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 면세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해외사업 매출 증가에 기인해 7,994억원으로 8%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46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98억원 손실)보다 적자 폭을 키웠다. 고환율에 따른 상품원가 상승, 희망퇴직 시행으로 인한 퇴직급여 증가 등이 손실을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호텔롯데는 지난 8월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위로금으로 약 160억원을 지출한 바 있다.

여기에 해외 면세점의 실적 부진도 한몫했다. 현재 롯데면세점은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시내면세점 4곳과 공항면세점 10곳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 적자를 거듭 중이다. 호주 멜버른과 브리즈번 면세점 운영 법인은 지난해 3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베트남 합작법인도 240억원의 순손실을 떠안았다. 일본 간사이점의 순손실액 또한 32억원에 달했다.

롯데면세점은 실적이 부진한 해외 면세점을 정리하고, 국내에서도 경영 효율화를 서두를 계획이다. 당장 이달 10일에는 서울 명동에서 운영 중인 시내면세점 나우인명동(옛 LDF하우스)이 문을 닫는다. 해당 매장은 임대 기간이 남은 상황이지만, 지난 9월부터 진행한 디즈니 픽사 팝업스토어를 마지막으로 영업을 종료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비상 경영에 따른 매장 효율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대표 선임, 수익성 개선에 총력

본격적인 분위기 전환을 위해 새로운 대표이사도 맞이했다. 롯데그룹은 지난달 28일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김동하 롯데지주 HR 혁신실 기업문화팀장 전무를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로 지난 2년 동안 롯데면세점을 이끌었던 김주남 전 대표는 용퇴하게 됐다.

롯데면세점의 새로운 수장이 된 김 전무는 ‘정통 롯데맨’으로 꼽힌다. 1997년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에 입사한 이후 롯데 정책본부 개선실과 롯데슈퍼 전략혁신부문장, 경영지원부문장, 기획지원부문장 등을 두루 거쳤다. 이후 2022년에는 롯데지주 기업문화팀장을 맡아 그룹의 노무와 생산성 관리를 책임졌다. 롯데는 김 전무의 높은 유통업 이해도와 강한 추진력이 면세점 사업과 조직을 개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 대표이사의 최우선 과제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롯데면세점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일이다. 팬데믹만 끝나면 모든 게 회복될 줄 알았던 기대감과 달리, 면세 업계는 현재 혹한기를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면세 업계의 ‘큰 손’으로 불리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의 발길이 끊긴 탓이다. 앞으로도 최소 2~3년은 큰 호재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롯데면세점 내부에서는 김 전무가 비용 감축 및 구조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대내외적 환경 변수들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전반적으로 기초체력을 잘 다지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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