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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주총서 두산로보틱스·밥캣 분할합병 안건 상정 소액주주 반대 움직임, 외국인·국민연금 표심에 주목 두산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분할합병' 전망, 안개 속
두산그룹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의 분할 합병안을 임시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가운데,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반대되는 의견을 내놨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중대한 이해 상충"에 해당한다며 반대를 권고한 반면,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는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찬성을 권했다.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분할 합병의 성사 여부와 관련한 시장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글래스루이스 "분할 합병이 수익과 성장에 도움"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래스루이스는 이달 12일 열리는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된 '분할합병 계약서 승인의 건'과 관련해 투자자들에게 찬성을 권고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두산의 자회사며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다. 그룹 지배구조를 보면 ㈜두산에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으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분할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이전하는 사업구조 재편안을 추진 중이다.
글래스루이스는 "이번 분할 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형 원전과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가스터빈 등 핵심 에너지 사업에 더욱 집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레버리지 감소와 투자 능력 향상 효과도 누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두산밥캣을 자회사로 품게 되는 두산로보틱스에 대해서도 "두산밥캣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번 분할 합병이 더 많은 수익과 더 강력한 성장에 도움을 줘 투자자의 지지를 받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제시했다.
ISS "중대한 이해 상충, 두산밥캣 저평가도 문제"
글래스루이스의 이 같은 권고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의 또 다른 한 축인 ISS 의견과 상반된 내용이다. 앞서 ISS는 투자자들에게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총 안건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자본거래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가 상충한다고 짚으며 "이러한 이해 상충은 소수 주주를 희생시키면서 얻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일가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경제적 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부 평가기관을 거쳤지만,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독립성을 갖춘 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의 검토도 거치지 않았다"면서 "중대한 이해 상충을 고려할 때 회사를 위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두산에너빌리티를 하나의 사업에 집중하게 하고 비핵심 투자 자산을 분리하는 분할이라는 점에서도 장점이 있으나 합병 거래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두산밥캣의 저평가 문제도 거론됐다. 당초 두산 측은 에너빌리티와 로보틱스 간 분할합병비율을 기준시가로만 평가했는데, 이에 대해 ISS는 "밥캣은 수익성이 비슷한 고마츠, 안후이헬리, 구보타 등 아시아 동종업체 대비 약 절반 수준의 밸류에이션으로 거래되는 등 심각한 저평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주주들의 반발과 금융당국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로 분할 합병비율을 0.031에서 0.043으로 상향 조정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동종기업 대비 밥캣의 저평가를 보상하지 못하며 지배력 프리미엄은 더 낮게 반영한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타당하다"며 "비핵심 지분을 분할하는 것은 전략적인 의미가 있지만 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논리는 설득력 있는 근거가 부족하고 밸류에이션도 불리하다"고 덧붙였다.
상법상 분할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한 안건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최대 주주 ㈜두산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0.67%며 국민연금이 6.8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비중은 약 23%로, ISS와 글래스루이스의 의견이 엇갈린 탓에 외국인 주주들의 표 행사 방향성 예측이 힘들어졌다.
얼라인파트너스 행동주의 캠페인, 소액주주 가세
이런 가운데 두산밥캣 지분 1.35%를 확보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행동주의 캠페인에 들어갔다. 얼라인파트너스는 ISS의 의견에 환영의 입장을 전하며 ISS의 권고로 분할합병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소액주주도 가세하고 나섰다. 지난달 25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연대는 주주행동 플랫폼을 통해 주주 417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국민연금에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두산에너빌리티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아가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 연대는 얼라인파트너스가 두산밥캣을 상대로 제기한 불법행위 유지 청구를 두산에너빌리티를 상대로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법 402조에 따르면 이사의 위법행위로 회사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생길 염려가 있는 경우 1%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는 이사가 해당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 경제개혁연대도 지난달 29일 국민연금이 두산에너빌리티 임시주총 분할합병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논평을 냈다.
업계에서는 ㈜두산 측 지분이 30%인데 반해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 주주 지분은 64.56%에 달하는 만큼 국민연금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의 표심에 대해서도 시장의 전망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두산 측이 금융당국의 의견을 수용해 합병 비율을 조정한 만큼 합병안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ISS의 권고와 소액 주주들의 반발을 고려해 국민연금의 표심이 '합병 반대'나 기권으로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분위기다.
두산, 로보틱스 중심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추진
두산그룹은 12일 임시 주총을 앞두고 사실상 변수가 많은 만큼 안건 통과를 위해 의결권 위임장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각각 공시했다. 주주들을 상대로 의결권을 위임해 달라고 공개 요청한 것이다. 두산 측은 "주총의 원활한 진행과 의사 정족수 확보를 위해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한다"고 설명했지만, 불공정 합병이라는 시장의 불만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찬성 지분 확보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번 주총에서 분할 합병 안건이 통과할 경우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재편은 마무리 수순에 들어간다. 두산 측은 스마트 머신·클린에너지·반도체 및 첨단소재를 주요 축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올해 안에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대규모 자금 조달에 착수할 계획이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된 로보틱스가 북미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보틱스와 밥캣의 흡수합병도 사실상 자금 조달을 위한 조치로, 캐시카우 밥캣이 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되면서 자금 조달 과정에서 안정성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로보틱스를 미래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연구개발(R&D) 강화, 신제품 개발, 해외시장 공략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육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산그룹 안팎에서는 특히 해외시장 공략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는다. 실제 로보틱스는 2022년 5월 45억원을 출자해 완전자회사 형태의 미국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 39억원을 추가 출자하면서 북미 지역 진출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10월에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로보틱스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면서 4,21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