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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서든데스’ 탈출 로드맵 가속도 SK온·SKT 희망퇴직, SK이노-E&S 조직 통합 SK그룹 정기 인사, 쇄신 강도 높아질지 주목
SK그룹이 '재계 빅4' 중 마지막 임원 인사를 앞둔 가운데 그 규모와 폭에 관심이 쏠린다. 이미 연초부터 위기설에 휩싸여 리밸런싱(구조조정) 작업을 대대적으로 벌여온 만큼 대대적인 인사 칼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주요 그룹 인사에서도 어려운 경영 환경을 고려해 조직 슬림화와 신상필벌 원칙에 따른 인사가 이뤄진 만큼 SK그룹 역시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전망이다.
5일 임원인사·조직개편 단행
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5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리밸런싱 작업을 통해 계열사 축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SK그룹 내부적으로는 임원 뿐 아니라 실무진 단계의 팀장 직책 수 역시 최소화하라는 방침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리밸런싱에 이어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에도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OI는 지속 가능성과 수익 마진 등 핵심 성과지표를 최적화해 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경영 전략을 일컫는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CEO 세미나’에서 인공지능(AI) 사업 추진계획과 이를 위해 필요한 OI를 강조했다. 최 회장은 “2027년 전후 AI 시장 대확장이 도래했을 때 SK그룹이 사업 기회를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운영 개선을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직 슬림화와 사업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향의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SK에코플랜트, 임원 23% 감축
SK그룹이 고강도 쇄신에 나서는 배경에는 투자 비효율과 계열사 실적 부진 등이 있다. 한때 화공플랜트 영역 강자로 중동 시장을 주름잡던 SK에코플랜트는 최근 몇년간 환경·에너지 사업 진출로 대규모 인수합병(M&A)를 추진하며 재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2020년 환경시설관리를 약 1조원에 인수한 데 이어 2021년에만 6개의 폐기물 전문 기업을 인수하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재무부담 가중으로 부채비율이 급증하면서 각종 문제점을 노출했다. 결국 지난해 SK에코플랜트는 8조9,251억원의 매출과 1,7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33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재무 건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SK에코플랜트는 올해 5월 김형근 SK E&S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사장으로 내정하는 등 이례적인 연중 사장 교체 결단을 내리며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김 사장은 SK그룹 내에서 전략·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 역량과 재무 전문성을 두루 갖춘 재무통으로, 그만큼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건전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였단 의미로 해석된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전체 임원의 23%를 감축하며 조기 인사와 조직 재편에도 나섰다.
SKT 3억 위로금 퇴직, SK온 사상 첫 희망퇴직
이 같은 인력 감축 흐름은 SK그룹 계열사 전방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SK온을 비롯한 계열사 일부에서는 일찌감치 정리해고를 진행 중이다. 먼저 SK텔레콤은 지난 9월 직원들에게 최대 3억원의 위로금을 내건 ‘넥스트 커리어’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이는 2019년 처음 도입된 제도로, 희망 직원은 2년간 유급 휴직을 할 수 있고, 휴직 후 퇴직하면 기본 퇴직금에 위로금 5,000만원을 추가로 받는 것이 기존 조건이었다. 그러나 직원 평균 연봉이 1억5,200만원인 고임금 구조라 희망자가 많지 않자, 이번에 파격적인 위로금을 내걸며 감원에 나선 것이다.
같은 달 SK온도 2023년 11월 이전 입사자를 대상으로 사상 첫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사내에 공지했다. 퇴직자에게는 단기 인센티브와 연봉의 50%를 제공하며, 최대 2년간 학비 지원책이 포함된 자기 개발 무급 휴직 방안도 내놨다. SK온이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배터리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은 선두 기업과의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 적자 속에서도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해 왔는데,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맞물리면서 결국 인력 감축을 감행하는 모습이다.
SK그룹 덮친 삭풍 어디까지
SK가 SiC(실리콘 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해 인수한 SK파워텍도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영업·생산직을 위주로 인력을 줄여 고정비를 절감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SK그룹은 'SK실트론(SiC웨이퍼)→SK파워텍(SiC전력반도체)→SK시그넷(전기차충전기)'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진행했으나,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함에 따라 SK파워텍 매출은 정체되고 적자 규모는 커졌다. 지난해 매출은 20억원, 영업손실은 203억원으로, SK그룹에 편입된 이후 실적이 더 악화됐다.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몸집을 줄인 SK파워텍이 SK키파운드리에 흡수 합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키파운드리가 전력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을 진행, 상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 10월 조기에 계열사 사장단·임원 인사를 실시해 조직 개편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한 에너지 계열사 SK E&S의 일부 조직도 SK이노베이션과 통합한다. SK E&S의 재무·법무·대외 부문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합쳐질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독립법인(CIC) 합병으로 양사 조직이 별도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인력 감축과 조직 슬림화 기조를 결국 피하지 못했다는 해석이다. SK 관계자는 “CIC 형태로 합병했지만 스태프 조직부터 결국 통합을 피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실제 SK E&S에는 LNG와 전력 등 사업부만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SK그룹이 위기를 순조롭게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최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악재다. 향후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 재판 변수는 심리불속행이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 판결에 상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절차다. 혹여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려 1조원 넘는 재산을 노소영 관장에게 내줄 경우 SK그룹 경영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심리불속행 기각 여부는 상고 기록 접수로부터 4개월이 지나는 11월 8일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