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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기업대출 '100조원' 증가, 부실채권도 함께 늘어 건전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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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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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4대 은행 기업대출 7.8% 증가
KB국민 ELS 이슈에 주춤한 사이 신한 약진
3개월 연체 '부실채권' 증가에 한은도 경고
20240822 bank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기업대출이 100조원가량 증가했다. 정부가 가계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은행권이 대체 수익원으로 부상한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위해 영업 경쟁을 벌이면서다. 하지만 기업대출이 급증하면서 부실채권도 함께 늘어나 향후 건전성 악화의 트리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가계대출 2.4% 증가할 때 기업대출은 7.8% 늘어

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의 상반기 기업대출 잔액은 884조9,7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100조9,574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222조1,415억원, KB국민은행 218조6,157억원, 신한은행 217조2,480억원, 우리은행 186조9,719억원의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562조8,504억원에서 576조1,292억원으로 2.4%(13조2,788억원) 늘어났다. 기업대출의 증가 폭이 가계대출을 크게 웃돈 것이다.

7월 기준으로 은행별 기업대출의 증가 폭을 보면 신한은행이 15조9,45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하나은행 12조8,094억원, 우리은행 11조5,241억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7조2,552억원에 머물렀다. 특히 신한은행은 기업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이 1분기 주가연계증권(ELS) 이슈로 주춤한 사이 틈새를 파고들어 기업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우리은행도 중소기업 특화 채널 '비즈프라임센터'를 오픈하며 기업금융을 강화했다. 지난해 취임한 조병규 행장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1차 목표로 내세웠고 비즈프라임센터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기업대출 1조6,400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총 8개의 비즈프라임센터 중 국가산업단지인 반월·시화 지점에서는 1조원 이상의 중소기업 대출을 유치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난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가장 공격적인 영업을 했던 하나은행은 지난해 기업대출 잔액이 20조원 넘어섰지만 주 고객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연체율 문제가 부각되면서 올해 4월 이후 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됐다. 이에 지난달 기업대출은 3,000억원가량 늘어나는 데 그쳤다. KB국민은행은 기업대출 절대 잔액을 기준으로는 부동의 1위지만, 1분기 ELS 사태로 인한 충당금 이슈 등으로 위험가중자산(RWA) 축소가 불가피해 기업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40822 fe bank

고정이하여신 16.2% 증가, 기업 부채 비율도 높아

다만 은행권이 경쟁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리면서 부실채권 비중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4대 은행의 기업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 대출인 고정이하여신은 올해 상반기 2조8,075억원으로 지난해 말 과 비교해 16.2%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은 12% 증가한 1조859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이 1조1,40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5,964억원, 우리은행 5,697억원, 하나은행 5,005억원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의 비율도 2022년 말 0.26%, 지난해 말 0.31%, 올해 상반기 말 0.33%로 꾸준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의 비율은 각 0.15%, 0.17%, 0.19% 등으로 확대됐지만 증가 폭이 기업대출만큼 크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수익성이 저하됐고, 이자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도 1년 전보다 하락했다"며 "최근 기업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상황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산업별 위험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부채에 대한 경고음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세계 34개국(유로 지역은 단일 통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한국이 126.1%로 세 번째로 높았고, 홍콩과 중국이 각각 267.9%와 166.9%를 기록하며 1위와 2위에 올랐다. 최근 1년간 기업 부채 비율의 증가 속도 역시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빨랐다. 이 기간 기업 부도 증가율은 약 40%로 60%를 기록한 네덜란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수익성 관리 강화 기조로 전환, 소호 대출 감소 추세

이처럼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실기업 증가와 연체율 상승, 은행 간의 과당 경쟁에 따른 수익성 하락 등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은행권은 하반기 기업대출의 무게 중심을 '외형 성장'에서 '수익성 관리'로 전환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자금을 구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한파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에 흔들리는 건설·건축자재 업종 등이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소기업,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에 대한 소호 대출의 축소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소호 대출 잔액은 52조4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 감소했는데 이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0.3% 줄어든 수치다. 올해 1분기 소호 대출은 51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줄어들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 기준 73조1,8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3%, 직전 분기 대비 2.6%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4대 시중은행과 NH농협은행의 소호 대출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만 해도 증가세를 보였지면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로 돌아섰다. 실제로 올해 1월 말 기준 5개 주요은행의 소호 대출 잔액은 319조2,304억원으로 지난해 말 319조4,936억원에 비해 2,632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의 소호 대출 공백은 인터넷전문은행이 빠른 속도로 이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침체를 버티지 못한 사업자들이 '포용 금융'의 일환으로 대출 문턱을 낮춘 인터넷은행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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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FOMC 의사록 '9월 피벗' 확실, '베이비컷-빅컷’ 결정만 남았다

美 연준 FOMC 의사록 '9월 피벗' 확실, '베이비컷-빅컷’ 결정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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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7월 FOMC 회의 내용 공개, '9월 피벗' 시사 
고용 지표 위험에 무게, 인플레는 진전 평가
연내 인하폭 관건, 시장은 베이비컷 유력시
FOMC FE 001 20240822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7월 통화정책 결정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미국의 노동시장이 기존에 알려졌던 것보다 과열되지 않았다는 고용 수정치가 나온 만큼 이변이 없는 한 9월 금리 인하 개시가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연준 위원 '대다수' 9월 금리 인하 지지

21일(이하 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 '7월 FOMC 의사록'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다음 달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임을 강하게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사록에는 19명의 FOMC 위원 중 ‘대다수(the vast majority)’가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예상대로 계속 나온다면 9월 17~18일 회의에서 통화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는 연준이 9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개시할 것이란 시장 기대와도 부합하는 대목이다.

아울러 ‘몇몇(several)’ 위원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합리적인 사례(a plausible case)를 봤거나,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위원은 인플레이션 감소, 실업률 상승에 근거해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월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천명한 내용과 동일하다.

실제 이번 의사록은 연준 내에서 물가 상승 위험과 실업률 상승의 위험이 비슷한 수준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드러냈다.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majority)’ 위원은 연준의 고용 목표 관련 위험이 증가했다고 언급했으며, ‘많은(many)’ 위원은 인플레이션 목표 관련 위험이 감소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인플레이션율이 2% 목표치를 향해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그러면서 통화완화 정책을 너무 늦거나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 활동 및 고용이 지나치게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노동시장에 관해서는 많은 위원이 고용지표가 과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CPI FE 001 20240815

美 노동부 '고용통계 수정치' 발표, 9월 금리 인하 기대 고조

실제로 이달 2일 발표된 미 노동부의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7월 실업률은 4.3%로 시장 기대치(4.1%)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웠고 지난 5일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는 '블랙 먼데이'의 계기로 작용했다. 고용보고서는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가가 11만4,000명으로 둔화됐다는 내용도 담고 있는데, 이는 올 상반기 평균 증가 속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1일 오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일자리 증가 폭에 대한 수정치도 고용시장 불안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노동부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의 일자리 증가 폭을 종전에 발표했던 290만 명에서 81만8,000명 줄여 수정 발표했다. 이는 약 30% 감소한 수치다. 월간 기준으로는 이 기간 일자리 증가 폭이 종전 24만6,000명에서 17만7,000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같은 하향 조정 폭은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미국의 고용시장이 정부 예상보다 훨씬 오랜 기간 냉각되고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대로 내려오면서 고물가의 긴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7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도 밑도는 수치로, 소비자물가 연간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한 것은 2021년 3월(2.6%)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2%로 2021년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연준이 9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에도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보다 금리 인하 규모에 대해 논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의 3분의 2가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베이비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3분의 1은 0.5%포인트 인하(빅컷)를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22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Jackson Hole)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연방준비은행 주최 경제 정책 심포지엄(Economic Policy Symposium)에 쏠리고 있다. 올해로 47회째를 맞은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의장이 23일 오전 8시(미 동부시간 오전 10시, 한국시간 오후 11시)에 30분짜리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날 발언의 '비둘기(Dove) 성격' 정도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미 대선 변수 '인플레이션', 트럼프·해리스 정면충돌

한편 인플레이션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트럼프 노믹스'와 '카멀라 노믹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된 '워싱턴포스트·ABC뉴스·입소스 여론조사(8월 9~13일 조사)' 결과, 올해 선거 투표에 가장 중요한 이슈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89%가 경제를 꼽았고 86%는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최근 둔화 추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대다수 미국인의 실질 소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경쟁하듯 연일 고물가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해법으로 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산업군의 규제를 철폐하는 등 정부의 역할과 규제를 줄여 물가를 낮추는 구상을 내놨다. 석유와 가스 개발을 더욱 확대해 전기료를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전기차 산업 육성이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와 정반대로 가겠다는 의미로, 미국에서 전기차 구입 시 제공하는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 공제 혜택을 재집권 시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도 공언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식품 가격 인플레이션에 대해 기업의 이익추구 행태를 비판하면서 해당 정책을 주요 경제 공약으로 내걸었다. 식료품에 대한 바가지 가격 산정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이 식료품 가격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을 규제하고, 이를 어기는 기업들을 수사해 처벌할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 법무장관에게 부여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인플레이션 해법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진다. 우선 트럼프의 공약에 대해선 되레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수입품 관세가 오르면 전체 물가도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재정지출 확대로 국채 발행이 늘어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들 공산이 큰 만큼,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벗어나기 어려운 파멸의 고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단순한 물가 안정화가 아닌 '대규모 경기 침체'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가져오는 방법은 대규모 경기 침체를 만드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이 가격을 인하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물가 하락과 동시에 성장이 거의 없는 수십 년간의 경기 침체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바가지 요금 금지(Ban Price Gouging) 공약에 대해선 고물가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해리스 부통령이 지적하는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재편으로 인해 공급망이 꼬였고, 정부 자금투입으로 수요가 급증한 탓이라는 반박이다. 가격 통제를 통한 경제적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비상시 기업이 보유한 물량에 대한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사재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렉 맨키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는 "카밀라 부통령은 어느 정도 가격 통제를 해야 하는 분야에 대해 독점 부문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식품 사업은 독점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탐욕적인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가격을 원가에 가깝게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은 통제가 아닌 경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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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례 무산된 MG손보 매각 '수의계약 전환', 고용승계 없는 P&A 가능성에 노조 반발

4차례 무산된 MG손보 매각 '수의계약 전환', 고용승계 없는 P&A 가능성에 노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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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네 번째 경영권 매각 시도도 결국 유찰 처리
메리츠화재, 예비입찰 건너뛰고 재입찰에 깜짝 등장
노조 "P&A 시 전원 해고 위기, 졸속·밀실 매각 반대"
MGnon JC FE 20240628

MG손해보험의 3차 공개 매각 재입찰이 결국 무산됐다. 매각을 주관하는 예금보험공사(예보)는 관련 법령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는 이후 네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재무 건전성 악화와 사법 리스크에 난항을 겪으며 모두 불발됐다. 3차 재입찰에 깜짝 등판한 메리츠화재의 진정성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수의계약 협상 과정에서 메리츠화재가 우량 자산만 인수하는 자산부채이전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메리츠화재 깜짝 참전에도 경영권 매각 또 '불발'

20일 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MG손해보험에 대한 3차 공개 매각 재입찰이 최종 유찰 처리됨에 따라 수의계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8일 3차 매각 재입찰에는 앞서 예비 입찰에 참여했던 사모펀드(PEF) 운용사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를 비롯해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밝혔다. 메리츠화재가 인수 후보로 등장하면서 이번에는 매각이 성사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결국 예보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의 업무위탁을 받아 MG손보의 매각을 진행 중인 예보는 지난 16일 "매각 주관사와 법률자문사가 재입찰에 참여한 3사를 대상으로 제출 서류, 예정가격, 계약조건 이행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최종 유찰 처리됐다"며 "구체적인 유찰 사유는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러 차례 입찰에도 유효 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국가계약법에 따라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번 입찰에 참여한 3사 외에 새로운 회사와도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까지 MG손보의 매각은 총 네 차례 진행됐다. MG손보는 지난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2023년 2월 1차 공개 매각과 같은 해 8월 2차 공개 매각을 추진했지만 두 차례 모두 유효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유찰됐다. 이어 올해 3월에 다시 3차 공개 매각을 추진했고 예비입찰에 참여한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한 달 넘게 실사를 진행했지만, 다음 단계인 본입찰에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3차 매각도 무산됐다.

이후 예보는 3차 매각의 재입찰을 추진하며 네 번째 시도를 했지만 이마저도 결국 유찰 처리했다. 네 차례나 매각이 불발된 것은 MG손보를 둘러싼 회계·사법 리스크를 뛰어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 건 자금력이다. 예보가 공적 자금 투입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금융당국이 권고한 '지급여력비율(킥스·K-ICS)'과 MG손보의 실제 지급 여력 간의 간극이 커 인수 이후에 들어가는 자금이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정부와 부실금융기관 지정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1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해 9월 항소했는데 이르면 오는 9월 항소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재판에서 결과가 뒤집힐 경우 부실금융기관 지정이 번복되면서 MG손보 매각전은 사실상 초기화된다. 대주주와 원매자 간 인수 합병 또는 지분 매각 등의 절차와 방법이 바뀌기 때문이다. 해당 소송전이 대법원까지 갈 경우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20240821 MGinsurance

메리츠화재, 후순위채권 발행해 인수 자금 조달

3차 매각 재입찰에 깜짝 참여한 메리츠화재의 속내를 두고도 잡음이 발생했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낸 메리츠화재의 참전을 두고 보험 업계는 물론 MG손보 내부에서도 '미스터리'라며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진정성과 완주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메리츠화재 입장에선 인수로 인해 얻을 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MG손보의 점유율은 1%가 채 안 되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높이는 차원으로 보기 어렵고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이 낫다는 평가다.

인수전 참여를 두고 다양한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메리츠화재는 오는 28일 후순위채권 발행을 앞두고 대표 주관사와 증액 규모를 논의 중이다. 발행 규모를 당초 4,000억원에서 6,500억원으로 늘리기 위한 조치로 지난 19일 수요예측에서는 5,930억원의 투심을 확인했다. 시장에서는 후순위채권 발행의 증액분을 MG손보 인수 자금으로 보고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콜옵션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후순위채 차환 4,000억원을 제외하면 나머지 2,500억원이 시장이 인수가로 추정하는 2,000~3,000억원 범위기 때문이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7월 이사회에서 후순위채 발행액 한도를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증액했다. 이번 후순위채권 발행이 인수 자금 조달용이라면 MG손보 인수전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내부적으로 이미 한 달 전에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겉으로 보기에는 메리츠화재가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으로 비춰졌지만 사실은 오랜 기간 MG손보 인수전 참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현재로써는 손보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메리츠화재가 PEF를 제치고 수의계약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주식 매각을 통한 인수 합병(M&A)이 아닌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예보는 잇따른 유찰에 P&A라는 선택지를 열어뒀다. P&A는 우량 자산만 떼어 가져가고 예보의 공적 자금 지원도 받을 수 있어 인수자에게 유리한 딜이 될 수 있다. 다만 P&A를 채택하더라도 1조원의 경영 정상화 자금이 필요한 것은 변하지 않아 메리츠화재가 취할 실익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노조, 고용승계 주장하며 수의계약 반대 집회 열어

이러한 전망을 두고 MG손보 노조는 크게 반발했다. 메리츠화재의 인수전 참전 의도가 투명하지 않고 그 과정 또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MG손보 노조는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반대 MG손해보험 졸속 매각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직원의 고용승계는 물론 피와 눈물로 쌓아온 단체협약 승계를 담보할 수 없는 메리츠화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정을 결사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배영진 사무금융노조 MG손해보험지부장은 "메리츠화재의 입찰 참여를 두고 600여명의 MG손보 직원은 물론 시장에서조차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며 "MG손보 인수 의사가 진심이라면 재입찰이 아닌 예비입찰부터 관심을 두고 참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일 간의 재공고 기간 동안 최종 인수제안서에 담을 적정한 인수 가격을 정하고 경영개선 계획까지 준비하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번 입찰 참여와 관련해 당국과 사전에 교감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메리츠화재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MG손보의 우량 자산과 700억원 규모의 CSM(보험계약서비스 마진), 예보의 공적자금 5,000억원을 노리고 있을 뿐"이라며 "갑작스럽게 등장해 당기순익 손실, 자산규모 4조원의 MG손보를 인수하겠다는 것은 누구도 그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진행된 메리츠금융지주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주주가치 제고에 이익이 된다면 MG손보 인수전을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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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말 채권 정리에 대출 연체율 상승세 '주춤'했지만, 내수 부진은 여전

분기 말 채권 정리에 대출 연체율 상승세 '주춤'했지만, 내수 부진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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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하락, 기업대출·가계대출 각각 0.12%p, 0.06%p 줄어
연체율 상승세 이어왔지만, 분기 말 채권 정리 등 영향으로 상승세 주춤한 듯
자영업자 부진에 주요 지표 일제히 하락, 전문가들 "내수 부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
bank Won loan FE 202408020

은행권이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에 나서면서 원화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잠시 멈춰섰다. 다만 시장에선 아직 경제 상황을 낙관하긴 이르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내수 회복마저 더딘 상태라서다.

6월 은행 대출 연체율 0.42%, 전월 대비 하락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이 전월 말 대비 0.09%p 하락한 0.42%로 집계됐다. 신규 연체 발생액은 6월 중 2조3,000억원으로 전월(2조7,000억원) 대비 4,000억원 감소했고, 신규 연체율은 같은 기간 0.10%로 전월(0.12%)보다 0.02%p 내렸다.

부문별로는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모두 연체율이 떨어졌다. 기업대출은 6월 말 기준 연체율이 0.46%, 가계대출 연체율은 0.42%를 기록해 각각 전월 말 대비 0.12%p, 0.06%p 하락했다. 구체적으로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의 연체율이 각각 0.04%, 0.58%로 전월 말 대비 0.01%p, 0.14%p씩 내렸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24%를 기록하면서 전달 대비 0.06%p 낮아졌고, 신용대출 등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은 전달보다 0.14%p 내려 0.85% 수준을 보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6월 말 국내 은행의 대출 연체율이 크게 하락했다"면서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인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이 상승할 가능성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취약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 등을 활성화하고 상·매각 등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를 통해 건전성 관리를 강화토록 하는 한편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손실흡수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체채권 정리로 상승세 꺾였다

국내 은행 연체율은 이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8.80%로, 전년 말(6.55%) 대비 2.25%p가량 상승했다. 2021년을 기점으로 봐도 2021년 말 2.51%였던 연체율은 △2022년 말 3.41% △2023년 말 6.55% 등으로 거듭 올랐다.

고정이하여신 비율도 전년 말 7.75%에서 1분기 말 10.32%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이란 회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말이다.

은행권 전체의 대출 연체율은 지난 2월 0.51%를 기록했다. 연체율이 0.5%를 넘어선 건 지난 2019년 5월(0.51%) 이후 4년 9개월 만의 일이다. 부문별로는 기업대출의 연체율(0.59%) 상승이 두드러졌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월 말보다 0.09%p 올랐는데, 대기업 대출 연체율(0.18%)이 0.06%p,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70%)이 0.10%p 상승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영향으로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6월 들어 연체율 증가세가 주춤한 건,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연체채권을 정리한 결과로 분석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6월 중 은행권의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4조4,000억원으로 전월(2조원) 대비 2조4,000억원 불어났다.

통상 대출 연체율은 은행이 연체채권 관리를 강화함에 따라 분기 중 상승했다가 분기 말에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지난 3월에도 은행권이 연체채권 정리를 확대하자 연체율이 일시적으로 낮아진 바 있다. 당시 금감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 시기 은행권의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4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8,000억원 늘었고, 이에 따라 3월 말 연체율은 전월(0.51%) 대비 0.08%p 내린 0.43%를 기록했다.

arrears soleproprietor FE 20240820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악화 양상, "아직 낙관할 만한 상황 아냐"

문제는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등 경제 지표가 여전히 악화한 상태라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개인사업자대출은 0.61%에서 0.69%로 0.08%p 뛰어올랐다. 이는 2014년 11월 0.72%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내수시장 부진도 점차 심화하는 양상이다.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지난해 사업을 접고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는 98만6,000명으로 2006년 관련 집계 시작 이후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폐업 사유로는 '사업 부진'이 48만2,000명으로 최다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48만9,000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폐업자 수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5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만5,000명 줄었다. 이는 2015년 10월(14만4,000명) 이후 8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수준이다. '나 홀로 사장님'이 폐업한 경우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1~5월 폐업으로 소상공인에게 지급된 노란우산 공제금도 6,5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3% 증가했다. 노란우산은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소상공인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퇴직금 성격의 공적 공제 제도다.

개인사업자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5월 생산(-0.7%), 소비(-0.2%), 설비투자(-4.1%), 건설기성(-4.6%) 등 주요 지표도 모두 뒷걸음쳤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내수 지표 부진은 하반기 내내 이어질 수 있다"며 "더군다나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한 탓에 임금과 고용 증가세가 둔화해 소득 여건 개선이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장의 연체율 하락에 미래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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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부진한 세법 개정안에 밸류업 공시 참여율도 '저조', 중장기적인 정책 동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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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친화 경영 의지 내보인 기업들, 정작 밸류업 자율공시는 '외면'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 불안정, 세제 혜택마저 좌초 위기
중장기적 추진력 필요성 증대, 단기적 지표 두고 부화뇌동해선 안 돼
valueup policy FE 2024081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시작했지만, 정작 이 정책의 핵심인 밸류업 자율공시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요인이 불안정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탓에 밸류업 공시를 서두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유인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나가겠단 입장이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의 계획안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핵심 밸류업 정책이 빠져 있어서다.

밸류업 계획 자율공시 참여율 0.3%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상장회사 수는 유가증권시장 844개사, 코스닥시장 1,743개사 등 총 2,587개사다. 이 중 밸류업 계획을 자율공시한 건 키움증권, 에프앤가이드, 콜마홀딩스, 메리츠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DB하이텍 등 7곳이다. 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자율공시를 시작한 지 세 달이 흘렀음에도 참여율이 0.3%에 그친 것이다. 그나마 자율공시를 하겠다고 예고(안내공시)한 상장사 8곳을 합쳐도 참여율은 0.6% 수준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주주친화 경영 의지가 없는 건 아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을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 역시 8월 현재까지 9조원에 근접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자사주 소각 규모가 약 2조원에 불과했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가 줄면서 주당 가치는 올라간다.

이런 가운데 자율공시만 유난히 외면받는 건, 미국발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이 불안정해 밸류업 공시를 서두르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확산해서다. 이에 기업들은 세제 혜택이 담긴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만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2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엔 밸류업 자율공시를 이행하고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을 늘린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법인세를 감면하는 안이 포함됐다. 직전 3년 평균 대비 주주환원 증가액 중 5% 초과분에 대해 5%의 세액공제가 적용된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밸류업 자율공시 참여율이 크게 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밸류업 정책의 성패를 결정한 세제 혜택마저 거대 야당에 가로막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단 점이다.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이 개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업 내부의 투명성을 높여 '1인 지배'라는 후진적인 지배구조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런 현실은 덮어둔 채 대주주 특혜 감세를 밸류업 프로젝트로 내밀었다"며 "주주환원 촉진세제라며 내놓은 법인세·배당소득세 감면 등의 세법 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다 보니 법안을 심의해야 할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소위원회도 아직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법안이 국회에 올라온다고 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살펴볼 수도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조세소위위원장 자리를 두고 여야의 치열한 다툼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조세소위가 정부에서 제출하는 새법 개정안 등을 일차적으로 심의해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 간 '기싸움'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마저 눌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등 유인책 마련 나섰지만

정부는 우선 유인책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보겠단 입장이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9월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수익성,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과 등을 토대로 편입 종목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4분기엔 이와 연계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한다. 통상 새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ETF가 등장하면 기관·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편입 종목 주가는 상승 탄력을 받는다.

이를 위해 앞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 등 자율공시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은 상장사들이 거래소의 상장공시시스템을 통해 3∼5년 단위 중장기 목표치와 사업전략 등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연 1회 등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밸류업 공시는 기업 개요, 현황 진단, 목표 설정, 계획 수립, 이행 평가, 소통 등으로 이뤄진다. 핵심 지표로는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수익비율(PER)·총주주수익률(TSR) 등 재무지표와 더불어 지배구조 등 비재무지표를 함께 활용할 수도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 지배구조 관련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창구를 마련한 것이다.

이외에도 한국거래소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마케팅, 공동 IR(기업 설명회)를 추진하는 등 밸류업 공시 지원을 강화했다. 공시책임자·담당자를 대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교육 및 찾아가는 지역설명회를 개최하고 중소 상장기업에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 및 공시 영문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독려를 위해 상장기업 이사(사내·사외이사) 대상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안내도 실시했다.

valueup stairs FE 20240819

"실질적인 방책 마련해야, 밸류업은 중장기 과제"

다만 업계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지원 방안에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다. 개별 기업의 밸류업 계획 공시를 독려하는 것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실질적인 밸류업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밸류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전폭적이진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핵심 밸류업 내용이 빠진 건 뼈아픈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무료 공시 컨설팅 신청률 저조 등을 통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에 신청한 상장사는 총 52개사에 불과했다. 당초 목표치였단 100개사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특히 코스피 기업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시장별로 컨설팅에 신청한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가 8개사, 코스닥에서 44개사였다. 코스피 상장사가 927개사, 코스닥 상장사가 1,630개사임을 고려하면 컨설팅에 참여한 기업이 전체의 0.8%, 2%에 그쳤다는 얘기다.

이에 시장 관계자들은 일관되고 꾸준한 추진력을 유지하는 것만이 밸류업 프로그램 성공의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기업 밸류업을 이루기 위해선 제도적 지원과 인재 양성 등 중장기적인 과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시선에서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밑바탕이 된 일본이 중장기적 밸류업 정책으로 성공적인 가치 제고를 이뤄낸 바 있단 점도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최근 발간한 '일본 자본시장 개혁의 성과 동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일본은 지난 10여 년 동안 아베노믹스 정책, 기업 지배구조 개혁, 거래소 시장 개편 등을 한결같이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당장의 자율공시 참여율 등 단기적 지표만 보고 부화뇌동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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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금융 금리 5% 초반까지 하락, M&A시장 부활의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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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M&A 시장, 하반기 조 단위 매물 3~5건 전망
5조원 초우량 매물 에어프로덕츠 인수 흥행 예고
연기금 등 LP자본 유입, 리파이낸싱 시장도 활력
20240816 M&A fe

지난 3년간 침체됐던 인수합병(M&A)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때 두 자릿수까지 치솟은 인수금융 금리가 최근 연 5%대로 급락하면서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하반기 들어 에코비트, 에어프로덕츠코리아 등 조 단위 매물이 나오는 가운데 인수금융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리파이낸싱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대선,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 거시경제 리스크가 줄어드는 올해 연말부터는 M&A 시장의 회복세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美 금리 하락 본격화되면 올 연말 조 단위 '빅딜' 성사 기대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인수금융 금리가 지난 2021년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연 5%대까지 하락했다. 최근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스틱인베스트먼트·IMM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은 시중은행과 연 5%대 초반 금리의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수금융 금리는 글로벌 금리 인상이 본격화한 2021년부터 급등하며 2022년 말 연 10%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7~8%대 금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다가 올해 하반기 5~6%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M&A 시장은 더딘 회복세를 보였다. 실제로 상반기 거래가 완료된 조 단위 빅딜은 1조9,500억원이 거래된 MBK파트너스의 지오영 인수가 유일하다. 하지만 들어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시장에 유동성이 공급되면서 중소형 딜부터 차례로 재개되기 시작했다. 인수금융 금리 하락에 자금 조달의 부담이 줄어들면서 M&A 시장이 온기를 되찾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미국이 금리 인하를 본격화하면 조 단위 빅 딜이 다수 성사될 것이란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이거나 거론되는 조 단위 매물은 3~5건에 달한다. 태영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국내 최대 폐기물 처리 업체 에코비트의 매각은 이미 흥행에 성공하며 칼라일·케펠인프라스트럭처·IMM인베스트먼트 등이 막바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2위 산업용 가스회사 에어프로덕츠코리아도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2,328억원으로, 예상 매각가가 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매물이다. 현재 10여 곳의 사모펀드(PEF)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하던 홈플러스도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하는 슈퍼 사업부를 매물로 내놨다. 본체인 마트 사업부 역시 인수금융 금리 인하를 계기로 곧 매각에 착수할 가능성이 크다.

리밸런싱을 추진하는 대기업들도 비주력 사업의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추진 중이며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매각 대상을 솎아내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도 SK해운, 현대LNG해운 등 PEF가 대주주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20240818_ecorbit

금리 인하 기대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수요도 증가

인수금융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으면서 리파이낸싱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만기 도래를 앞두거나 엑시트(투자금회수)를 위해 낮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상반기에는 MBK파트너스가 풀 엑시트를 앞두고 홈플러스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마쳤다. 총 1조3,000억원 규모다. 지난 4월에는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연 10%에 달했던 버거킹 인수금융 이자율 8%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총 2,050억원 중 주선사를 맡은 KB국민은행이 약 700억원을 책임지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잔액의 절반씩 인수하는 구조다.

같은 달 진행된 2조6,7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에는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보험사, 연기금 등이 선순위채권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공제회와 증권사, 캐피털사들이 메자닌 대출에 자금을 집행했다. 대출 금리는 선순위 5%대, 메자닌은 7% 중반 수준으로 정해졌다.

최근에는 롯데손해보험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JKL파트너스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JKL은 2019년 롯데손보 지분 77% 인수에 7,296억원을 투입했다. 이 가운데 인수금융으로 조달한 금액은 약 2,831억원으로 올해 10월 만기가 돌아온다. JKL은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상시 매각으로 전환, 동시에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 기업대출에 주력해 온 시중은행도 최근 증권사보다 더 공격적으로 리파이낸싱 영업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인수금융 금리가 5~6%대까지 내려왔는데 시중은행은 그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HMM 매각전처럼 인수대금 대부분을 차입으로 메우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에 시중은행이 주선 과정에서 인수한 자산을 재매각하는 대신 만기 때까지 보유하는 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인수금융 주선은 통상 재매각을 통한 수수료 이익을 취하는데, 시중은행이 차주로 남아 이자 이익의 비중을 높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금리 하락세 전환에 대비해 LP도 인수금융에 투자

기존 인수금융을 상환하고 보다 낮은 금리에 더 큰 규모의 대출을 조달하는 리캡(자본 재조정)도 활발한 추세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조만간 신규 조달이 예상되는 인수금융 규모가 총 7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PEF 케이엘앤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인수한 버거 브랜차이즈업체 맘스터치에 대한 인수금융 리캡을 완료했다. 기존 3,100억원 규모였던 대출 금액을 4,000억원으로 늘리면서 맘스터치 인수 당시 출자했던 기관투자자(LP)에 일부 자금을 상환했다.

현재 진행 중인 조 단위 인수금융 건도 다수 있다. 글로벌 PEF 운용사 맥쿼리PE는 2019년 인수한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에 대한 1조8,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금리는 연 6%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증권·KB증권·KB국민은행·신한은행 등 4개 기관이 공동 주관을 맡았다. 2020년 조달한 1조,5300억원 규모 인수금융을 상환하면서 더 큰 대출을 일으키는 리캡 성격이다.

이런 가운데 LP들도 금리가 하락세로 전환하기 전에 국내 선순위 인수금융에 투자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월 우체국예금은 3,000억원 규모로 국내 선순위 인수금융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했다. 리파이낸싱 거래를 포함해 M&A 거래가 수반되는 인수금융에 80% 이상 투자하고 해외투자는 한도를 총약정액의 30% 이내로 한정했다. 우체국예금 담당자는 해당 투자와 관련해 "금리가 떨어지기 전 국내 선순위 인수금융을 집행하고자 자산 배분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LP들도 국내 인수금융 출자를 선순위 위주로 접근하는 모양새다. 앞서 노란우산공제회는 국내 선순위 위주 인수금융 펀드에 2,500억원 이내로 출자하기 위해 위탁운용사(GP) 두 곳을 선정했다. 기준 수익률은 순내부수익률(IRR) 6% 이상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역시 국내기업 선순위 인수금융 블라인드펀드에 총 600억원 이내로 투자하기로 했다. 담보대출비율(LTV) 65% 이하의 선순위로만 구성된 대출 투자 비중이 70% 이상인 블라인드펀드를 대상으로 한다. 목표 수익률은 6%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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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진 금리 인하 시계, 美 CPI 3년여 만에 2%대 진입 "빅컷 가능성에는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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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만에 2%대 물가, 경제 연착륙 기대 높여
9월 0.25%p 인하에 무게, 페드워치 전망 64.5%
예상 부합 CPI에도 '빅컷' 기대↓'끈적한 주거비' 영향
CPI FE 001 20240815

미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넉 달 연속 둔화하며 3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물가가 확연한 안정세에 접어들면서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도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다만 그동안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지목돼 온 주거비가 재차 반등함에 따라 빅컷(0.5%p) 기대감은 후퇴했다.

CPI, 3년 4개월 만에 2%대로

14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9%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CPI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2.6%) 이후 처음이다. 7월 CPI는 컨센서스(시장 예상치)와 전달 상승률인 3.0%도 밑돌았다. 전월 대비로는 0.2% 상승했는데 전달의 0.1% 하락보다는 높았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이는 4개월 연속 둔화이자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연간 상승률이다.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예상치와 일치했고 전달의 3.3%에서는 소폭 둔화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식품, 에너지, 상품 및 주거 비용을 제외한 ‘슈퍼 코어’ 물가는 전월 대비 0.21% 상승했다. 3개월 만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완만한 상승세라는 평가가 다수다. 식품은 전월 대비 0.2% 올랐고, 에너지는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신차와 중고차는 각각 0.2%, 2.3% 하락했으며 항공료와 의료서비스도 각각 1.6%, 0.3% 떨어지며 CPI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전날 발표된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오르며 6월(2.7%)보다 상승 폭을 줄였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전반적인 경제 관련 지표가 물가 안정화를 가리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CME Fedwatch 20240815 02
출처=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

9월 금리 인하 청신호, '베이비컷' 유력

미국 기준금리 방향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CPI 상승률이 2%대로 진입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언제 금리 인하를 개시하느냐가 아닌 얼마나 내릴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앞서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실업률이 4.3%로 상승해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해야 할 압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재확인된 만큼 연준이 물가 부담 없이 금리를 내릴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의 무게추는 9월 25bp(베이비컷) 인하로 크게 기우는 분위기다. 15일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오는 9월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25bp인하할 확률은 64.5%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 31.0%의 두 배를 상회한다.

반면 빅컷 가능성은 위축됐다. 월가 일각에선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를 이유로 9월 빅컷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50bp 인하 확률은 35.5%로 전일 마감 무렵 대비 15%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이와 관련해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시마 샤(Seema Shah) 글로벌 수석전략가는 "7월 CPI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개시를 막고 있던 인플레이션 장애물을 없애준다"면서도 "이번 수치는 0.5%p 금리 인하에 대한 긴급성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높은 주거비에 빅컷 인하 기대는 감소

빅컷 전망에 찬물을 끼얹은 건 연준이 근원CPI보다 중시하는 주거비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CPI 가중치의 35%를 차지하는 주거비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7월 주거비는 전월 대비 0.4%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5.1% 오른 것으로 여전히 고착화한 모습을 보였다. 앞서 6월 주거비가 0.2% 오르며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자 둔화가 시작됐다는 기대감이 커졌으나 다시 반등한 것이다. 주택 소유자가 주택을 시장에 임대했을 경우 받을 수 있는 가상임대료인 소유자등가임대료(OER) 역시 0.36% 오르며, 전달(0.27% 상승)보다 속도가 빨라졌다.

임대료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지 2년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정부 발표 인플레이션 수치가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유는 CPI의 주거비 책정이 실제 시장의 임대료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주거비는 매달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계가 임대료를 갱신할 시점에 가격이 변한다. 게다가 CPI의 주거비는 6개월마다 해당 시점에 주거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갱신되지 않은 임대료와 갱신된 임대료가 혼재해 실제 시장 가격보다 훨씬 더 비탄력적이다. 전형적인 주택가격 움직임에 일정 시차를 두고 쫓는 후행지표란 의미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조사업체 코어로직(Core Logic)이 집계한 미국 단독주택 임차료 상승률의 경우 2022년 14%에서 올해 1분기 3.37%로 떨어졌지만, CPI에서는 올 1분기 5.7%로 기록됐다. 여기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저금리로 집을 산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은 영향이 크다. 새집을 사려면 신규 대출로 갈아타야 하는데 현재 고금리로 인해 기존 계약 갱신이 많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CPI의 주거비 흐름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이번 7월 CPI도 주거비를 제외하면 연간 상승률이 1.7%에 그친다는 점에서 피벗 결정의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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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인수전' 깜짝 등판한 메리츠화재, 네 번째 공개 매각 새 국면 맞나?

'MG손보 인수전' 깜짝 등판한 메리츠화재, 네 번째 공개 매각 새 국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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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 재무 건전성 이슈에 제3차 매각 무산
예비입찰에는 없었던 메리츠화재 본입찰 참여
PEF 데일리파트너스·JC플라워와 삼파전 양상
20240814 MG fe

세 차례 공개 매각이 무산됐던 MG손해보험의 4차 매각 입찰에 메리츠화재가 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MG손보 인수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앞서 진행된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던 메리츠화재가 깜짝 등판하며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으나, 각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인수전에 참전하는 메리츠화재의 의중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보 '최소 비용 원칙' 희망 지원 금액이 관건

14일 예금보험공사(예보)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MG손보 재입찰에 참여한 메리츠화재 등 인수 후보에 대해 최종 인수 제안서와 첨부 서류 등을 심사한 뒤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번 재입찰에는 메리츠화재와 함께 국내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 미국계 PEF JC플라워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입찰은 세 번째 공개 매각의 연장선상으로 예비입찰 없이 바로 본입찰 단계로 진행된다. 

삼정KPMG는 인수자 선정에서 입찰 금액, 계약이행 능력, 자금조달 능력, 인수 방식과 범위, 인수 뒤 경영 능력 등을 평가하는데, 특히 희망 지원 금액을 최우선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예보는 3차 공개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전과 달리 공적자금의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고 지원 한도 역시 사전에 정했다.

인수 후보 3곳은 입찰에 참여하면서 희망 지원 금액을 적어냈는데 만약 희망액이 지원 한도를 초과한다면 바로 인수자 선정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 반면 인수 후보 모두 희망액을 한도 내에서 써냈다면 가장 적은 액수를 제시한 후보가 전체 평가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부실 금융기관 정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매각인 만큼 예보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는 '최소 비용 원칙'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0240814 meritz

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로 외형 확장 가능

현재 자금력만 놓고 보면 메리츠금융지주를 모회사로 둔 메리츠화재가 단연코 유리하다. 하지만 이번 재입찰의 경우 세 회사의 정보력에 차이가 있다. 메리츠화재는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와 달리 실사를 진행하지 않아 MG손보의 내부 사정에 상대적으로 어두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메리츠화재가 공격적으로 가격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크지 않아 보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기본적으로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인 데다 인수합병에 나서더라도 가격과 수익성 등을 중요하게 따지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권에서 메리츠화재의 인수 의중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메리츠화재의 등장이 불쏘시개 역할에 그칠 수 있다는 시선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연 확장 시도로 보기에는 MG손보의 시장점유율이 매우 낮아 인수해도 당장 실익이 없고, 투입 자금도 막대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구축이 목적이라면 생명보험사가 더 적합하다"며 "향후 전략 구상 중 하나로 열어두고 시장 탐색에 나섰거나 유찰을 막기 위한 제안이 들어왔을 수도 있어 실제 인수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각에선 MG손보 인수로 메리츠화재가 얻을 수 있는 외형 성장의 이익에 주목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순이익 기준으로 업계 2~3위권을 다투고 있지만 자산 규모 기준으로는 5위권인 KB손해보험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메리츠화재(39억원)와 MG손보(4조원)의 자산을 더하면 총 43조원으로 4위인 현대해상과 비슷해질뿐만 아니라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규모도 확대된다.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와 MG손보의 CSM을 더하면 11조4,000억원대로 급증하는 만큼, 2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DB손해보험(12조4,440억원)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이번 매각이 P&A(자산부채이전)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메리츠화재가 가져갈 리스크가 예상보다 적을 수도 있다. 원매자가 우량 자산과 부채를 선별해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메리츠화재는 MG손보의 부실 자산과 부채를 떠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예금보험공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금을 투입하는 점도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총 3,000억~4,000억원의 자금이 제공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만큼 인수 자금 부담이 줄어들고 외연 확장도 가능해진다.

네 번째 매각, 완주 가능성 두고 전망 엇갈려

다만 이번 매각 절차가 끝까지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MG손보의 고질적인 건전성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MG손보의 지금여력비율(K-ICS, 킥스)은 올해 1분기 기준 52.1%으로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금융당국의 권고치(150%)에도 한참 못 미친다. 현재 보험사 매물의 매각가 평균보다 낮은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인수하더라도 이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쏟아부어야 하는 비용이 1조원가량으로 인수자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앞서 MG손보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지난달 진행된 3차 매각에서는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가 본입찰에 응하지 않으면서 공개 매각이 불발된 것이다. 당시에도 MG손보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부담감이 매각 불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팽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3차 매각이 무산됐을 때 예보가 청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연이은 매각 실패로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매각도, 청산도 모두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자 결국 예보는 네 번째 공개 매각을 진행하게 됐다.

이번 매각조차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계약법상 두 차례 유찰 이후에는 수의계약이 가능한데 이 경우 자금력이 풍부한 메리츠화재와의 계약이 가능해져 수의계약에 대한 우려는 한풀 꺾인 상태다. 매각 중단 리스크도 여전한 변수다. MG손보의 최대주주인 JC파트너스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부실 금융기관 지정 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데, 오는 9월 항소심 결과에 따라 최악의 경우 매각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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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대출에 명예지점장 행세까지 한 손태승 처남, '내부통제 부실'에 바람 잘 날 없는 우리금융

부정대출에 명예지점장 행세까지 한 손태승 처남, '내부통제 부실'에 바람 잘 날 없는 우리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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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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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 확산, 명예지점장 행세 사실 드러나기도
사태 수습 나선 우리금융 "부당한 상사 지시 거부할 수 있는 문화 만들어야"
내부통제 강화 방안으론 '원스트라이크' 제시, 사실상 불시 검사 시사한 셈
woori risk FE 20240814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 친인척이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명함을 사용하며 홍보대사 노릇을 해온 것으로 나타나면서 업계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부정대출 의혹에 이어 상식에 어긋난 모습을 거듭 노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내 비위 행위가 잇달아 밝혀지자, 우리금융도 대응에 나섰다. 기업 내부 문화를 개선해 부당한 상사의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다. 다만 시장에선 기업 문화 개선보단 내부통제 강화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원들의 횡령 사고와 전 회장 친인척의 부정대출로 내부 감시 체계 부실이 노출된 만큼 이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손태승 처남 우리은행 명예지점장 행세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의 처남 A씨는 우리은행 신도림동금융센터, 선릉금융센터 등에서 명예지점장 행세를 하며 우리은행 홍보 활동에 참여했다. 우리은행 명예지점장은 영업점별로 VIP 고객 중 1명을 선정해 해당 지점과 본점의 홍보대사 역할을 맡기는 제도로, 본점에서 개최하는 사회공헌활동 등에 초청된다. 

문제는 A씨가 우리은행이 '공식 임명'한 명예지점장이 아니었단 점이다.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명예지점장 전원 목록을 본점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A씨는 임명 이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A씨는 "해당 지점과 거래를 많이 하니 지점 권한으로 명예지점 명함을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우리은행은 명예지점장에게 명함을 따로 제공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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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대출 논란에 주변 인물들까지 '입방아'

A씨의 부정한 행보가 포착되자 우리금융 내부에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쏟아졌다. 그러잖아도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건으로 심란한 가운데 추가적인 이슈가 발생한 셈이어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지난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이 A씨와 관련 있는 법인 및 개인 사업자를 대상으로 454억원(총 23건)에 달하는 대출을 취급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의심이 가는 대출까지 포함하면 총 42건,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이 A씨 관련 사업자에게 이뤄졌다고 금감원은 전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기준 이 대출 가운데 부실이 발생하거나 연체된 건수는 19건(잔액 269억원)에 이르렀다. 조사 결과 28건의 대출에서 심사와 사후관리가 부적정하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의도적인 부정대출이 대규모로 발생했단 의미다.

사건의 개요가 알려지자 우리금융 내에선 부정대출이 손 전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대출이 실행된 시기가 손 전 회장의 임기와 얼추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손 전 회장은 2018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4년 3개월간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지낸 바 있으며, 회장 직전 2017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는 우리은행 은행장을 역임했다.

손 전 회장에 대한 의구심이 더해지면서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우선 A씨는 이전부터 우리금융 인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파워'가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여신 관련 부서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A씨가 회장(손태승) 이름을 팔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해 여신 부서 다수의 인원이 관련 내용을 손 회장에게 보고까지 한 적이 있다"며 "A씨를 통하면 인사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사내에) 퍼져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부정대출 사건에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은 신도림금융센터장과 선릉금융센터장을 역임했던 B씨다. A씨가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차주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내줄 때 B씨의 주도로 대출이 실행된 정황이 금감원 조사 결과 확인돼서다. 이에 A씨에게 명예지점장 직함과 명함을 임의로 제공한 것도 B씨인 것으로 시장은 추측하고 있다.

B씨가 대출을 승인할 동안 본점에서 이를 보고 받고 총괄한 이는 C씨로 전해진다. C씨는 부정대출이 본격적으로 실행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원활한 대출을 조력한 인물로 꼽힌다. 핵심 관계자들 역시 C씨가 그룹 내 숨은 실세로서 손 전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특혜성 부정대출의 진원지가 C씨일 가능성이 높다는 언급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으론 다른 해석도 전해진다. 손 전 회장의 부인이 부정대출 사태의 근원이란 것이다. 실제로 손 전 회장이 처남 A씨의 대출 문제로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는 전언이 들려오기도 한다. 우리은행 측 관계자는 "그 당시 처남 문제가 여러 차례 보고되자 손 전 회장이 부부싸움을 많이 했다고 한다"며 "처남 문제가 그룹에까지 영향을 주자 제지하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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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우리금융그룹

기업 문화 쇄신 강조한 임종룡, 업계선 "내부통제부터 강화해야"

이처럼 손 전 회장과 다양한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리스크에 휘말리자, 임종룡 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기업 문화 쇄신을 강조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앞서 지난 12일 임 회장은 본사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불합리한 기업 문화, 업무 처리 관행, 상하 간의 불합리한 관계, 내부 통제 작동 여부를 되짚어보고 객관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무엇보다 올바른 기업문화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부당한 상사의 지시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와 같이 원칙에 따라 처리한 직원은 조직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부 문화 개선을 통해 부정대출 사태 재발을 방지하겠단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기업문화 개선보단 우리은행 자체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시선에서다. 이번 부정대출 건은 손 전 회장이 퇴임한 이후부터 우리은행의 자체 내부 검사가 이뤄진 지난 3월까지 한 차례도 발각된 바 없다. 전방위적인 대출 실행 및 내부 감시 체계가 미흡하단 방증이다.

우리은행에서 주기적으로 횡령 사고가 발생하고 있단 점도 내부통제 부실 논란을 키운다. 실제 지난 2022년엔 차장급 직원이 712억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 6월엔 직원 한 명이 100억원에 달하는 액수를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우리은행 측은 향후 '원스트라이크' 제도를 확대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상 징후가 발견된 영업점을 대상으로 본점에서 예고 없이 현장 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내부 제도를 변경하는 게 골자다. 기존엔 지점 검사 예정일로부터 약 2주 전에 미리 통보했었지만, 앞으로는 현장 검사 하루 전 오후 8시에 통보하겠단 것이다. 오후 8시는 지점 업무가 대부분 종료되는 시점이다. 즉 사실상 '불시 검사'를 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거듭되는 비위 문제로 리스크를 재차 노출한 우리은행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고 은행'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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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안중에 없는 ‘서울·수도권 맞춤 부동산 정책’, 빨라진 지방 소멸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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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공급대책, PF 대출 보증 확대하고 CR리츠 재도입
재탕 대책에 현실성 낮은 방안들, "실효성 없다" 비판
또 수도권 위주 부동산 공급 대책, 양극화 심화 우려도
CR REITs FE 002 20240813

정부가 주거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8·8 부동산 대책'이 수도권 쏠림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치솟는 서울·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신규 주택 공급에 집중한 반면, 미분양 주택 물량이 대거 적체된 지방의 수요 촉진 방안은 사실상 외면함으로써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편중 대책, 지방 건설·부동산 실효성 의문

지난 8일 정부는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PF 대출 보증 공급 규모를 30조원에서 35조원으로 확대해 정상사업장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17조원, 주택금융공사가 13조원씩 공급하기로 했으나 이를 HUG 20조원, 주금공 15조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번 PF 대출 공급 규모 확대는 지방 등 정상 사업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원활하게 이뤄지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부는 지방 준공 전 미분양 관련 건설사업자에게 HUG 미분양 PF 대출 보증한도도 전용면적에 관계 없이 분양가의 70%까지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2년 이상 활용하면 주택 건설사업자의 원시취득세를 50% 감면해 주고, 기존 1주택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구입하면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방 건설사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지방 신규 PF 사업장의 위험성이 확대됨에 따라 신규 대출 실행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보증 한도 확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상반기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부동산 PF 관련 금융 익스포저 현황 및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 1분기 말 기준 134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000억원(1.0%) 줄었는데, 이는 금융사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PF 대출의 신규 취급을 줄인 결과다. 업계에서는 ‘한 지방 은행에선 2년간 PF 대출의 신규 진입이 한 건도 없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하나의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지방 건설사일수록 PF 대출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미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대한 세금 경감 대책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시취득세 감면을 위해 임대주택으로 2년간 활용할 경우 미분양 주택의 종부세 합산 배제 기간 5년 중 상당 기간이 지나게 되는데, 임대주택으로 활용한 이후에도 분양이 되지 않으면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1가구 1주택 특례를 준다고 하더라도 추가적인 혜택 없이 현상 유지만으로 미분양 주택을 구입할 유인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지방 주택에 대한 수요 진작책은 빠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수요'가 먼저 회복돼야 한다는 비판이다.

CR REITs FE 001 20240813

철 지난 'CR리츠' 대책 재탕, 지방은 구색 맞추기용인가

정부의 기업구조조정(CR)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구색 맞추기 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CR리츠는 지난 2009년, 2014년에 이어 10년 만에 재등장한 제도로 재무적 투자자(FI), 시행·시공사 등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입대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CR리츠를 통해 지방 신규 주택 공급에 여력이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정부는 내달 CR리츠를 출시하고 연내 미분양 주택 매입을 개시할 수 있도록 심사 소요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리츠 운용 기간 동안 임대로 운영되며, 투자금과 임대보증금으로 PF 대출을 상환, 부동산 경기가 회복된 시점에 자산을 매각해 리츠를 청산하고 수익을 배분한다. 여기에 정부는 CR리츠 수익성을 높이고자 지방 미분양 주택에도 HUG의 모기지 보증을 발급하기로 했다. 채무자(리츠)가 모기지 대출을 갚지 않으면 보증기관인 HUG가 자금을 대신 상환하는 구조다. 정부는 국토교통부가 CR리츠에 대한 업계 수요를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약 5,000가구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CR리츠 방안은 정부가 지난 6월 경제장관회의 의결을 통해 내놓은 '국민소득 증진과 부동산 산업 선진화를 위한 리츠 활성화 방안'에 담긴 내용의 재탕이다. 업계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게다가 모두 공급자 중심 일색으로 시장의 최종 종착지인 소비자가 지갑을 열도록 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리츠는 미분양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시행사와 시공사에 인공호흡기만 달아줄 뿐,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인책이 없는 셈이다.

CR리츠 규모가 미분양을 해소할 만큼 충분하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과거 CR리츠를 도입해 건설사들의 손실을 줄인 사례가 있긴 하나, 그 규모가 전체에 비해 턱없이 적어 큰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구성된 CR리츠는 미분양 물량 2,200가구를 매입했고, 2014년에는 500가구를 사들였다. 그럼에도 CR리츠로 해소된 경우는 2009년 12월 기준 미분양 물량 총 12만3,297가구 가운데 1.8%에 불과했고, 2014년 4만379가구에 비하면 1.2% 수준이었다.

전문가들도 CR리츠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리츠가 일부 사업성이 나오는 지역으로만 한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리츠 사업자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해 수익률을 내면서 5년 안에 되팔아야 하는 만큼 우량 매물 중심으로 살 수밖에 없어서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란 볼멘소리도 높다. 서울·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경기가 극단적인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실정에서 지방 미분양 물량에 누가 투자하려 하겠냐는 것이다. 이처럼 지방을 배제한 서울·수도권의 무차별적인 주택 공급은 오히려 지역 부유층들의 투기 심리를 자극해 지역 자본 유출로 이어지고, 이는 지역 부동산 경기를 더 침체하게 하는 원인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만 있고 지방은 없다, 지방 소멸 불꽃에 기름 붓는 정부

실제로 서울과 지방의 온도차는 아파트 매매시장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다섯 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8% 오르며 1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거래량도 꺾일 줄 모른다. 국토부에 따르면 6월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150건으로 전월보다 18.7%, 전년 동월보다는 48.7% 늘었다. 지난 2020년 12월(8,764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치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거래량은 전월보다 9.3% 줄어든 2만7,057건을 기록했다. 수년간 침체해 있던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고 있으나 양극화가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정책 방향을 수도권에 집중시키며 양극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번 8·8 부동산 대책 내용만 봐도 정부는 지방균형 발전은 외면한 채 수도권 일극체제를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둔 모습이다. 일례로 정부는 수도권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는데, 정비사업으로 신축이 서울 핵심지에 공급되면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올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각 시장에 맞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동산 양극화로 인해 빚어질 지방 소멸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가 당면한 저출생과 지방소멸의 원인이 수도권 집중화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초저출생의 원인을 청년들이 체감하는 높은 ‘경쟁 압력’과 고용·주거·양육 불안을 꼽으면서 수도권 집중 완화가 이들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역시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경쟁이 저출생의 원인”이라며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했다. 하지만 되려 수도권의 비대화를 재촉하는 이번 대책은 정부가 지향하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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