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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롯데카드 매각 제반 작업 착수
1조원 규모 리파이낸싱으로 5년 확보
실적·건전성 악화에 기업가치 훼손 우려
롯데카드가 2년 만에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나선 금융지주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인수전 결과에 따라 카드사 및 금융그룹 경쟁 판도 또한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는 2022년 매각 시도 당시 롯데카드의 기업 가치로 3조원 이상을 제시한 바 있다.
내년 상반기 본격 매각 작업 전망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는 롯데카드의 경영권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글로벌 IB인 UBS를 선정, 제반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카드의 티저레터(잠재 인수자에게 매물을 간략히 소개하는 문서) 배포 등 본격적인 매각 작업은 내년 상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은 국내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인사를 단행하는 만큼 매각 추진에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롯데카드는 2019년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정책에 따라 매각됐다. 당시 MBK는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롯데카드 지분 79.83%를 약 1조7,500억원에 인수했다. MBK와 우리은행이 각 지분 59.83%, 20%를 보유하는 구조다. 나머지 20%는 롯데쇼핑이 보유 중이다.
MBK는 롯데카드 인수 이후 여러 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원매자와 가격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최종 매각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가장 최근에는 글로벌 IB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하나금융과 KT 등이 인수 후보로 나섰으나, 이 또한 가격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무산됐다. 이후 MBK는 지난해 롯데카드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맥쿼리자산운용에 4,150억원에 매각해 투자금을 일부 회수했다.
올해 10월에는 1조원 규모의 리파이낸싱을 단행하기도 했다. 5년 전 롯데카드 인수 때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고, 남은 자금을 투자자금 회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MBK는 1조770억원을 조달하면서 5년 만기, 조달 금리로 평균 5~6%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주단에는 KB증권을 비롯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다수 참여했다. 인수 금융을 5년 연장한 만큼 MBK는 롯데카드 매각을 여유 있게 저울질할 수 있게 됐다.
3조원 이상 몸값 제시, 자산 건전성엔 의문
시장에서는 롯데카드의 기업가치 산정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통상 카드사 기업가치는 보통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이상으로 산정된다. 3분기 말 롯데카드의 자본총계가 3조5,000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가치는 2조8,000억원 안팎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MBK는 지난 2022년 매각 시도에서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로 3조원 이상을 제시한 바 있다.
문제는 최근 롯데카드의 실적이 다소 약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롯데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28억원으로 전년 대비 79.5%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 효과를 제외하면 전년 대비 41.7% 줄었다.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로 전년 대비 0.4%p 감소했다.
자산 건전성에도 빨간 불이 들어온 상태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의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보다 21.3%(9,157억원) 늘어난 4조2,954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론은 제2금융권인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신용대출 중 하나로, 카드론 잔액이 많다는 것은 아직 차주가 상환하지 못한 대출 금액이 많이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제공되는 카드론은 이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연체율도 높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카드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도 큰 편이다. 올 6월 말 기준 롯데카드의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총 1조723억원으로 영업자산의 5.1%를 차지한다. 부동산 PF 자산은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큰 탓에 지속적인 관리 강화가 요구된다. 롯데카드는 부동산 PF 부문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29.1%로 상승 흐름인 데다, 고정이하여신 순발생이 3,428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리 필요성이 강조된다.
금융지주 인수 가능성↑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롯데카드가 매물로 시장에 나왔을 때 유력한 인수 후보로 KB국민, 하나 등 금융지주들을 거론 중이다. 먼저 하나금융의 경우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평가를 꾸준히 듣고 있는 만큼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2019년 롯데카드가 처음 매물로 나왔을 때 입찰에 참여했지만, MBK·우리금융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이후 MBK가 2022년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할 때도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가격 눈높이가 맞지 않아 돌아서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 기준 카드업계 4위인 KB국민카드는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2019년 16%를 기록한 KB국민카드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17.5%까지 증가했지만, 신한·삼성·현대카드의 분전에 밀려 지난해 다시 16%로 내려앉았다. 그룹 전체로 봐도 KB금융이 롯데카드 인수 시 신한금융과 압도적으로 격차를 벌리고 1위에 올라설 기회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MBK는 현재 우리은행과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40%를 함께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MBK가 롯데카드를 매각할 때 롯데쇼핑이 보유한 지분을 함께 팔도록 하는 동반매도참여권(태그얼롱)을 갖고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롯데그룹 입장에선 자금 수혈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MK가 과거 롯데카드 몸값으로 제시한 3조원이 현실화할 경우 롯데쇼핑은 6,000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