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전 중요” 서울교통공사,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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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검증위 “시행 여건 충분치 않아”
노조는 반색, 임단협 합의안 도출
‘구불구불’ 2호선, 안전사고 위험 높아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2호선을 대상으로 추진하던 1인 승무제 도입 검토를 중단했다. 안전성과 관련한 노동조합의 강력 반발과 안전 검증 위원회의 권고 의견에 따른 것으로, 노조는 이 같은 결정을 반기며 여타 합의안에 대한 조속한 이행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규모 개선 투자 불가피, 도입 중단 결정
12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서교공)는 전날 승무원 2명을 1명으로 줄이는 지하철 2호선 운행 방안 검토를 중단했다. 앞서 학계와 철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을 위한 안전성 검증위원회’는 지난 2일 2호선 현장을 점검한 뒤 “기술·운영·경영·안전 측면에서 시행 여건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1인 승무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교공은 2호선 본선에 1인 승무 방식을 적용할 목적으로 자동운전 신호시스템(ATO·Automatic Train Operation)과 자동운전에 적합한 전동차를 전량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신호시스템의 경우 2013년 시설 개량 후 추가적 개량 없이 지금까지 운영된 탓에 상당 부분 노후화했고, 이에 대규모 개선 투자를 전제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검증 결과 확인됐다.
당초 비용 절감 등을 목적으로 1인 승무제 도입을 강력 추진해 왔던 서울시와 서교공은 이번 결정으로 한발 물러서게 됐다. 기광환 서울교통공사 승무본부장은 “1인 승무제 2호선 도입에 따른 편익과 안전성, 시민 불편 등을 다각도로 고려한 결과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1인 승무 도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 신규 채용 합의로 구조조정 제동
2호선 1인 승무제 반대는 노조 측에서 임금인상과 더불어 강력하게 요구한 사안이기도 하다.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 2024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서교공은 1노조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을 시작으로 2노조인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3노조 서울교통공사올바른노동조합과 순차 합의에 이르렀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근로자와 이용 승객의 안전을 고려해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최종 확정했다.
합의안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 중단 외에도 올해 임금인상을 전년도 총인건비 대비 2.5% 이내로 하며, 내년 신규 채용 시 장기결원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또 정부 및 서울시 정책사업 수행 시 추가로 발생하는 인건비는 총 인건비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 건의하고, 기후동행카드 판매 손해금 중 공사 재정 분담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서울시에 공동 건의하기로 했다.
노조원이 가장 많은 서울교통공사노조는 협상 타결 후 주요 쟁점이었던 2호선 1인 승무제 도입에 대해 “신규 인력 채용 합의로 수도권 지하철 구조조정에 대해선 제동을 걸었지만, 불씨가 여전하다”고 짚으며 “향후 행정안전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무리한 인력감축 일변도의 경영 혁신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호선 일평균 탑승객 200만 명 육박
수도권 지하철 5~8호선의 경우 설계부터 ATO 시스템이 도입돼 승무원 1명이 차량을 운행한다. ATO는 열차의 속도와 정거장 정위치 정차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으로, 기관사는 열차의 출발과 출입문 제어, 안전 조치 등의 업무만 수행하면 된다. 1~4호선은 설계 당시 기술적 한계로 비상시 열차를 자동으로 정지시킬 수 있는 ATS(자동열차정지장치)만 설치됐다. ATS는 열차 비상 정지 장치에만 개입해 여타 모든 운행 업무는 사람의 몫이다. 최소 2명의 승무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당초 서교공은 2호선의 ATS 설비를 ATO로 교체하고, 1인 승무제를 도입해 연간 인건비 약 140억원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2호선 수도권 지하철 가운데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을 뿐 아니라 곡선 승강장이 다수 존재해 안전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서교공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하루 평균 7만 명 이상이 승차한 역은 잠실, 강남, 홍대입구 등 모두 2호선이다. 같은 기간 하루 평균 수송 인원 또한 2호선이 196만4,75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에 서교공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2호선 운행 중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돌발적인 일들이 발생한다”며 “기관사들은 운행 때마다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인명사고는 물론 상상하기도 싫은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음을 절감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당시 서교공은 “1인 승무 방식 도입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사항을 지속 협의하고 있다”며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이번 노조와의 합의로 비용절감보다는 안전성에 더 무게를 두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