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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분당선 연장 사업에 속도
접근성 수혜, 일부 주민에 그쳐
분담금 납부 후 연장안 확정 하세월

서울 내 뉴타운(구도심 개발을 위한 재정비촉진사업) 가운데 최강의 입지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 용산구 한남뉴타운 주민들이 교통 불편을 호소하고 나섰다. 4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몰릴 예정이지만, 지하철역이 멀어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많은 유동 인구가 예상되는 만큼 역 신설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으면서도 신분당선 연장과 관련한 잡음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신분당선 연장 관련 수요예측 재조사 예정
11일 정비사업 업계에 따르면 한남2·3·4구역 조합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용산구에 신분당선 신한남역 신설을 요구하고 정식 건의했다. 신분당선이 한남대교 남단을 관통하는 만큼 이른 시일 내 예비타당성 조사를 착수하고, 역 신설을 확정해달라는 내용이다. 조합 관계자는 “2030년 이후 한남2·3·4구역에만 약 1만1,000가구가 들어올 예정”이라면서 “유동 인구만 3만5,000명을 훌쩍 웃ㄷ는 만큼 지하철역 신설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역부터 경기 수원시 광교역을 잇는 신분당선은 현재 신사역에서 용산역을 잇는 2단계 연장을 추진 중이다. 해당 연장 계획은 애초 2019년 착공 예정이었지만, 용산공원 부지를 점유 중인 미군 측이 현장 조사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착공에 필요한 현장 조사와 그에 따른 설계가 지연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미 대사관 숙소 이전이 확정되면서 다시 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처음 계획보다 사업추진 시기가 늦어진 만큼 수요예측 재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군기지 이전과 별개로 신분당선 연장을 추진할 방안을 마련했다”며 “수요예측 조사 결과에 따라 민자적격성 조사를 다시 진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용산구와 서울시도 역 신설이 필요하다는 데 뜻이 일치했다. 한남3구역과 4구역 사이에 보광역(가칭)이 들어서면, 미니 신도시에 버금가는 한남뉴타운 입주민의 교통 편의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남2·3·4구역 조합은 해당 역의 이름을 신한남역으로 해줄 것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용산구청은 이르면 내달께 신분당선 2단계 연장에 대한 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다. 역 신설의 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뉴타운 개발로 유입인구는 폭증할 전망이지만 대중교통 환경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라며 “새로운 역이 필요한 이유와 구체적인 위치, 조합 분담금 여부 등 타당성을 객관적인 용역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일한 역세권 2구역 입주 물량 1,500여 가구 그쳐
업계는 한남뉴타운 재개발이 완료되면 강남에 버금가는 부촌이 형성될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지하철역 신설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데 전망이 일치했다. 서울 강북 한강변 노른자 땅으로 통하는 한남뉴타운은 가장 속도가 빠른 한남3구역이 지난해 하반기 기준 95%의 이주율을 기록하며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6년 일반분양, 2029년 입주가 목표다. 2구역 역시 조합원 분양신청을 끝내고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으며, 이들보다 사업 속도가 늦던 4구역도 지난 1월 시공사로 삼성물산을 선정하며 사업 추진을 가속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하철역과 인접한 곳은 2구역이 유일하다. 6호선 이태원역과 가까운 2구역은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하이엔드 브랜드를 적용한 ‘한남써밋’을 단지명으로 정해놨다. 문제는 해당 구역이 국토계획법에 따라 고도 제한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는 한남뉴타운 일대에 모두 적용되는 내용이지만, 2구역은 여타 구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아 ‘해발 고도 90m 이하’ 제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른자 중 노른자’로 꼽히는 한남 2구역 정비사업이 가장 소규모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2구역에 들어서는 한남써밋에는 총 1,537가구가 입주하게 된다. 이는 3구역(6,006가구), 4구역(2,331가구)과 비교해 매우 적은 규모다. 한남뉴타운 중 가장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2구역이지만, 역 신설이 확정되기 전까지 그 접근성을 누릴 수 있는 주민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업성 이유로 10년 넘게 지연 중인 호매실역 신설
분당선의 교통난을 해결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된 신분당선은 개통 이후 줄곧 크고 작은 잡음에 시달려왔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광교역을 둘러싼 갈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광교역 부지 근처에 차량기지 건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나, 소음과 분진 등을 우려한 경기대학교가 크게 반발하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당초 계획에는 없던 간이역 성격의 현 광교역 건설을 조건으로 부지 매각이 진행됐다. 이후로도 해당 역 명칭을 두고 경기대와 지역 주민 간 갈등이 심화했지만, 해당 논쟁은 ‘광교(경기대)역’ 병기역명으로 결정되며 일단락됐다.
광교에서 호매실을 연결하는 연장안 역시 이미 계획이 나온 지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까지 착공에 이르지 못했다. 2014년 진행된 민자사업 타당성분석에서는 비용편익분석으로 비용 대비 편익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수치인 B/C가 0.57, △경제성 △정책적 △기술성 등의 타당성 종합평가 수치를 말하는 AHP가 0.345를 받았고, 이후 2017년에는 B/C 0.39, AHP 0.359로 도출되며 추진이 어려워진 탓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B/C 수치가 1.0을 넘거나 AHP가 0.5 이상으로 나와야 한다.
사업이 계속 좌초되자, 입주 당시 각각 3,500여억 원과 1,500여억 원의 광역교통 개선대책 분담금을 부담했던 광교와 호매실 주민들은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결국 지난 2019년 예타 제도 개편으로 일부 항목을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 후에야 연장을 확정할 수 있었다. 수원 호매실지구가 2011년부터 입주가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주민은 분담금 납부 후 14년이 지나는 동안 공사의 첫 삽을 뜨는 것조차 확인하지 못한 셈이다. 일각에서 신한남역 신설을 위한 한남뉴타운의 분담금이 여타 사업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