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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급여 수준은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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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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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 142가정에서 185가정으로 증가
업무 범위·근무 환경 둘러싼 잡음도 진정돼
"업무 시간 너무 짧다" 임금 관련 갈등 발생 가능성 
돌봄 업무를 수행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사진=서울시

서울시의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이 순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 도입 초기 불거졌던 각종 잡음을 딛고 안정적으로 사업이 운영되는 양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향후 시범사업이 종료되고 본사업이 실시될 경우, 가사관리사의 임금 수준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하며 인력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탄탄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수요

15일 서울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 수가 시범사업 시작 당시 142가정에서 현재 185가정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한자녀 102가정이 절반 이상(55.2%)을 차지했고, 이어 다자녀 75가정(40.5%), 임산부가 있는 8가정(4.3%) 순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고용을 희망하는 대기 가정은 795가정에 달한다.

서비스를 중도 취소한 가정은 총 35곳이었으며, 이 중 24곳은 서비스 개시 첫 달에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에서 서비스를 취소한 이유로는 ‘고객 단순 변심 및 시간 조정 불가(25건)’, ‘해외 이주(1건)’, ‘자녀 문제(2건)’ 등이 꼽혔다. 가사관리사에 의한 취소 사유는 ‘이탈(2건)’, ‘한국어 미숙(2건)’, ‘영아 돌봄 미숙(2건)’, ‘개인 사정(1건)’ 등이었다.

도입 초기 혼란 '일단락'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의 순항 소식을 접한 관련 업계는 '의외'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23년 초기 계약을 진행할 당시 높은 계약 취소율로 인해 우려를 산 바 있다. 당시 초기 계약 가정 157가정 중 계약을 포기한 가정은 89가정(5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기존 신청 가정을 대상으로 이용 가정을 추가 모집했고, 최종적으로 142가정과 계약했다. 이후 서울시는 추가 취소 발생을 대비해 12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가정이 상시 서비스 이용을 신청할 수 있도록 모집 방식을 변경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업무 범위 역시 사업 도입 초기 잡음을 낳았다. 서울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은 아이 돌봄 업무를 최우선으로 수행하면서 아이의 안전이 확보되는 범위 내에서 여타 가사 업무를 할 수 있다. 육아와 관련된 일은 대부분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만, 어르신이나 반려동물 돌봄은 제외된다. 또한 △입주 청소 등 집중적인 청소 △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제품 청소 △창틀·유리창·방충망 청소 등 돌봄과 무관한 가사 업무는 수행할 수 없다.

당시 곳곳에서는 이 같은 모호한 가이드라인이 실제 업무 현장의 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결과적으로는 큰 혼란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서비스 개시 전 업무범위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 서비스 제공 업체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 진행되는 만큼 우려와는 달리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실제 이용 가정에서는 아이 돌봄 위주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사업 초기 불거진 가사관리사의 열악한 근무 환경 관련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 가정 방문 전후 공원이나 지하철 역사 등에서 쉬던 가사도우미들에게 도서관이나 주민센터 등 공공기관을 휴게 장소로 안내하고,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을 안내해 주말과 공휴일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아울러 시는 가사관리사 상담 중 성희롱 등 인권 침해 고충 사례가 확인된 바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임금 관련 우려는 여전해

향후 관건은 오는 2월 말 시범사업이 종료되고 본사업이 시행됐을 때도 해당 서비스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을지다. 시장에서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임금 수준 등을 고려하면 잡음 없이 본사업이 순항할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가 가사관리사들이 기대하는 수입을 보장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최저임금이 적용돼 시간당 9,860원을 받는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했다면 월급은 주휴수당을 포함해 206만원가량이다. 문제는 호출형 서비스의 특성상 가사관리사들의 노동 시간이 매칭된 가정의 여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9월 30일 기준 직전 1주 동안 40시간 이상 일하지 못한 가사관리사는 13명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이주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통해 고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직장을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범사업이 제공하는 가사관리사 일자리는 근로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통계청의 ‘2023년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와 동일한 비전문취업 비자(E-9)로 국내에 입국한 이주 노동자들의 66.5%는 200만원 이상~3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았다. 300만원 이상을 받은 사람이 31.6%였고, 200만원 미만을 받은 사람은 1.9%에 그쳤다. E-9 취업자들의 63.3%는 주 40~50시간을 일했고, 주 50시간 이상 일한 사람도 35.6%에 달했다.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는 0.5%에 그쳤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임금과 노동 시간이 모두 E-9 취업자들의 평균을 크게 밑도는 셈이다.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을 따져보면 이 같은 편차는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총소득 대비 주거비 지출의 비중(약 20%)이 E-9 취업자 평균치(2.6%) 대비 눈에 띄게 높기 때문이다. 현재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역삼역 인근에 마련된 숙소에서 거주하며 월평균 46만원 수준의 주거비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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