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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하는 '이촌 르엘' 시공사-조합 갈등, 서울시 코디네이터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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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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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리스크에 허덕이는 롯데건설, 조합에 준공 연기·선분양 등 요구
조합 측 "약정금 연대보증 연장해 달라" 요청했지만 거절
공사 중지 위기에 서울시 개입, 현장에 코디네이터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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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촌동 현대아파트 리모델링 문주 투시도/사진=롯데건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인 ‘이촌 르엘(이촌 현대)’에 공사 중지가 예고됐다.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공사비 인상 △공사 기간 연장 △선분양 등을 요구하자 리모델링 조합이 이에 반발하면서다.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만 파견하던 '코디네이터'를 리모델링 현장에 파견, 본격적인 상황 중재에 나섰다.

삐걱대는 이촌 르엘 리모델링 현장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4월 이촌 현대 리모델링 조합에 공문을 보내 공사비 인상을 포함한 계약 변경을 요청했다. 도급계약서상 공사비를 3.3㎡당 542만원(총 2,727억원)에서 926만원(총 4,981억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와 함께 롯데건설은 당초 내년 2월이었던 준공을 2027년 5월로 미뤄 달라고도 요청했다. 2022년 8월 착공한 해당 현장의 공정률은 이달 기준 10.5%에 그친다.

아울러 롯데건설은 ‘후분양’에서 ‘선분양’으로의 일방적인 변경을 요구했다. 당초 이촌 르엘은 이달 예정돼 있던 일반 분양을 마치고 내년 2월 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이 경우 조합원은 입주 시에 중도금 등을 납부하면 된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조합 측에 이달 일반 분양 시기에 맞춰 조합원 분양을 함께 진행, 선제적으로 중도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조합은 시공사가 연대보증을 선 약정금 3,000억원에 대한 대출을 연장하기 위해 롯데건설에 추가적인 연대보증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와 관련해 이근수 이촌 현대 리모델링 조합장은 “분양가 상한제 지역임을 고려해 애초에 준공 전까지만 분양하는 것으로 도급 계약을 맺었다”며 “내년 2월까지 준공해 주기로 해서 대출 만기를 같은 해 5월로 잡았는데, 연대보증도 연장해 주지 않는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후 조합과의 합의에 실패한 롯데건설은 공사 현장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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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자금 상황 '빨간불'

이에 건설업계는 롯데건설이 무리하게 '선분양 선회'를 선택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금난에 허덕이는 롯데건설이 (선분양 선회를 통해) 자구책을 마련한 게 아닐까 싶다"라며 "최근 롯데건설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로 인해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2021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어 왔다. 올해 초 태영건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착수하며 부동산 PF가 '경제 뇌관'으로 떠올랐을 당시에는 신세계건설 등과 함께 가장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건설사로 꼽히기도 했다. 이에 롯데건설은 지난 3월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참여해 조성한 2조3,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통해 만기가 다가오는 PF 우발채무 일부와 관련한 유동성 문제를 해결했으나, 재정 건전성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매출액 대비 이자·세전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3.8%에서 올해 상반기 2.9%로 미끄러졌다. 차입금과 금융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며 세전 수익성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 차환 부담도 상당하다. 롯데건설이 1년 내 차환해야 할 PF 우발채무 규모는 9,000억원에 달한다. 미청구공사액은 전년 상반기 1조7,153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7,766억원까지 증가했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했으나 발주처에 공사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 채권을 일컫는다.

서울시, 현장 중재 착수

자금난에 시달리는 롯데건설 측과 자금·주거 계획에 차질이 생긴 조합 측이 좀처럼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자, 서울시는 현장에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본격적인 갈등 중재에 나섰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에만 파견하던 코디네이터를 이촌 현대에 투입했다. 코디네이터는 건축·도시계획·도시행정·도시정비 등 정비 사업 관련 분야의 전문가나 변호사 등으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조정·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서울시는 현재 주택법상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 조합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은 없지만, 시공사와 조합의 갈등이 심화하자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는 설명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실장은 "그동안 정비 사업의 공사비 갈등 해소를 위한 서울시의 노력으로 조합과 시공사 간 첨예했던 갈등이 봉합되고 사업이 정상화되는 등 성과가 나타났다"며 "리모델링 사업도 조합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대해선 시의 갈등관리 노하우를 활용하여 조기에 갈등을 봉합하고,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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