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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국내 미디어 정책은 콘텐츠 발전에만 집중된 경향이 있습니다." K-콘텐츠가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 위해선 콘텐츠와 서비스 플랫폼의 동반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제 OTT 포럼'이 개최됐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주최하고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국내에서 개최된 최초의 글로벌 OTT 행사다. 국내 OTT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할 방안을 모색하고, 국내외 업계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럼은 '미래를 향한 도약'을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글로벌 OTT 산업 발전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 OTT 산업의 성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주제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의 OTT 시장 변화 대응 △아시아 OTT 산업의 변화 △해외 주요 국가 시청자의 OTT 이용 실태 △K-OTT의 지속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점 등 4가지 주제로 나눠 토론했다.
국내 시장, OTT들 간 경쟁보단 협력해야
포럼은 아만다 로츠 호주 퀸즈랜드 공과대학 교수가 '진화하는 OTT 생태계'를 주제로 기조발제하며 시작했다. 그는 영상으로 참석해 "인구 1억 명이 되지 않는 국가에서 전 세계에 OTT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선 보다 강력한 국내 기반이 필요하다"며 "국내 시장에선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얻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로츠 교수의 기조발제에 이어 캐서린 박 파라마운트 아시아 사업 대표가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는 OTT 시장에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파라마운트+의 사례를 들어 "우리는 올해 6월 한국 OTT 티빙을 통해 아시아 국가 가운데선 처음으로 한국에 진출했고, 내년에는 인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아시아 전역에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두 번째 세션은 '아시아 OTT 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루이스보스웰 아시아비디오산업협회(AVIA) 회장, 파수쓰리히룸 태국 국가방송통신위원회(NBTC) 사무처장, 타웨이 첸 대만 LiTV 대표의 발표가 진행됐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브라이언 퓌러 미국 AC닐슨 부사장과 김기주 한국리서치 상무가 각각 '해외 주요 국가 시청자들의 OTT 시청행태', '대만, 인도네시아 시청자의 OTT 시청행태'를 주제로 발표했다.
국내 OTT 산업 발전, 공적인 부분 지원 절실
마지막 세션은 'K-OTT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로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고려대 이헌율 교수는 "OTT 시장의 급성장과 플랫폼의 진화 속에서 콘텐츠 수급과 자본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전략을 적극 모색하는 것이 국내 OTT 서비스 발전의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국내 OTT 산업이 마주한 공통 현안으로 기금 부과, 중복 규제, 영상물 자율심의 등을 꼽았다. 그는 "전기통신사업법을 비롯해 전자상거래법, 공정거래법 등 여러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상황인데, 방통위는 미디어법 논의에 들어갔다"고 지적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어 주요 현안에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과 영화발전기금 등 징수 대상 확대에 대한 논의를 꼽았다. 이 교수는 "국내 OTT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세금 공제 확대와 공공 지원 강화 등 공적인 부분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와 미디어 플랫폼의 동반 성장 모색해야"
이날 토론에 참석한 사업자들 역시 이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며 정부의 구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희주 콘텐츠웨이브 실장은 "현재 우리나라 안에서만 OTT 사업을 진행했을 땐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글로벌 진출을 생각해야 하는데 방발기금 등에 대한 요구가 많은 상황"이라고 짚으며 "안 그래도 글로벌 대형 OTT와의 경쟁에서 자금력 차이가 큰데, 방발기금까지 내라는 것은 무리"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특히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국내 정책은 콘텐츠 발전에만 집중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며 "이제는 콘텐츠뿐만 아니라 미디어 플랫폼과의 동반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효과적인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미디어 컨트롤 타워가 구성되는 것부터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통합된 부처와 일관된 정책을 통해 콘텐츠와 플랫폼, 미디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발전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책과는 별개로 이어진 발표에서 이 실장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대형 OTT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국내 OTT 플랫폼들 사이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의 기조발제를 맡은 로츠 교수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는 "웨이브는 토종 OTT 플랫폼은 물론 세계 각국의 OTT 플랫폼들과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올해 시작된 포럼이 글로벌 OTT 업계에 발맞춘 공동 발전과 국제 협력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방통위는 국내 OTT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높이는 동시에 협력관계를 보다 증진할 수 있도록 꾸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