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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내년부터 2026년까지 매년 200억원 규모의 경기도형 도시재생사업인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사항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진행해 주민 체감과 만족도를 높여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로 마련되었다. 경기도는 기존 도시재생사업의 ‘성과 중심 물리적 사업’에서 탈피해 ‘주민·공동체 중심의 프로그램 사업’을 지향하겠다고 밝혔으며 12월 말 최종 사업 공고를 앞두고 시·군 공무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도의회·학계·연구원·민간 등 다양한 의견 수렴 통해 마련된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
경기도는 이에 앞서 지난 9월 개최된 염태영 경제부지사 주재 도시재생사업 개선방안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11월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전문가 심층자문회와 도 지원센터와의 합동 실무회, 12월 전문가 추가 자문회까지 도의회·학계·연구원·민간 등과의 자리를 마련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였으며 그 결과 이번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이 마련됐다.
사업 대상 지역의 경우 2026년까지 매년 200억원(도비 50%, 시·군비 50%) 범위에서 선정했다. 해당 자금은 사업규모·면적·사업비·사업기간 등의 조건을 시군이 단독적으로 여건에 맞게끔 계획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인구·사업체 감소, 노후건물 증가 등 시군·지역별 다양한 쇠퇴 양상과 문화재·군사시설·상수원 보호 규제, 미군기지 이전, 인근 지역 개발로 인한 인구이동, 농촌지역 소외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시·군과 주민이 해결방안을 고민하고,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주민이 창업·경영전문가와 함께 공동체 조직을 구성해 다양한 테스트베드(실험사업)를 구상하도록 해 공동체 조직의 자립적 경제활동도 보장하도록 했다.
시·군과 주민의 역량에 맞는 맞춤형 단계별 지원도 가능하도록 한다. 기반구축 단계부터 사업추진 단계, 사업종료 후 지속운영 단계까지 지원하면서 쇠퇴지역 도시재생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전망이며, 공모 과정에서 사업지역에 민선 8기 도·시군의 정책사업을 집적화하거나 도시재생 기반 시설을 조성하는 경우에는 선정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가점을 부여해 사업의 성과를 극대화할 예정이다.
도는 시·군과 주민이 함께 청년·전문가·기업 등 사업주체 발굴과 지역 문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공모 시기를 2023년 4월로 정하고, 도 지원센터에서는 도시재생 자문단 66명 등 전문가를 활용한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홍지선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공동체 기반이 무너지면 도시재생은 지속될 수 없다”면서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을 통한 공동체 중심의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 지속 가능한 모델이 발굴될 수 있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도시재생사업이란?
도시재생이란 인구의 감소,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하는 도시를 지역 역량의 강화, 새로운 기능의 도입 및 창출, 지역 자원의 활용을 통해 경제적·사회적·물리적·환경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즉 쇠락한 지역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활력을 불어넣고, 자생력을 갖추게 하여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을 도시재생사업이라 일컫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을 받아 쇠퇴한 구도심에 도시재생은 좋은 해답이 되어준다. 자력 기반이 없어 공공지원이 필요한 쇠퇴 도시 경우 물리적 환경을 개선해줄 뿐만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되는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함으로써 경제와 사회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대상 지역은 인구 감소, 사업체 수 감소, 생활환경 악화와 관련된 5개 법정 지표를 기준으로 선정한다. 인구 감소의 경우 지난 30년 중 가장 많았던 시기보다 20% 이상 줄었거나, 최근 5년간 3년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일 때 선정된다. 사업체 수 감소는 지난 10년 중 가장 많았던 시기에서 5% 이상 줄고, 최근 5년간 3년 연속 감소한 하락세를 보일 경우 해당된다. 생활환경 악화는 20년 이상 된 노후건축물이 50% 이상을 웃돌 때 해당된다.
도시재생사업, 서울 곳곳에 활력 불어넣었다
도시재생 사업은 서울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다. 세운상가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세운상가는 1990년대 이후 용산 전자상가 등으로 상권이 이전되면서 슬럼화되었다. 이에 전면 철거 후 오피스 중심으로 재개발하기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세운상가 전방에 종묘가 위치해 있어 문화재청의 경관심의에서 매번 거절당했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며 세운상가는 낙후된 채로 장기간 방치됐다.
박원순 시장 부임 이후, 재개발 정책이 도시재생사업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세운상가 또한 도시재생사업의 대상이 됐다. 설계안에 포함시켰던 공중데크를 모두 연결시키고, 보행데크 인근에 로드숍을 조성해 종묘-남산 보행축을 20분 내로 연결시키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궁극적으로 광화문 광장-세운상가-서울역 고가를 연결시켜 서울 도심부를 보행친화적 공간으로 조성했다.
서울의 성수동 또한 도시재생의 수혜를 받은 지역이다. 과거 성수동은 서울의 대표적 공업 지역이었으나, 도시구조와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낙후되었다. 이후 성수동 수제화 거리를 중심으로 도시재생 사업이 결정됐다. 기존 공장을 리모델링한 카페와 브랜드 쇼룸이 곳곳에 입점하면서 성수동은 젊은이들이 찾는 거리로 변모했다.
서울의 사례에 힘입어 경기도도 도시재생사업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 10월 도시재생지원센터 협의회를 출범시켰다. 협의회는 도시재생사업이 도시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경기도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도록 센터 간 협력을 강화하고, 도시재생 거버넌스의 정착과 경기도 내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위상 및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 설립됐다. 주요 활동으로는 ▲센터 간 네트워크 구축, 센터 위상 및 역할 제고 ▲센터 역량 강화와 회원 권익신장 ▲현장 사례와 데이터에 기반한 도시재생 관련 조사·연구와 정책 제안 ▲지역 주민 공감대 형성과 역량 강화 등이 있다.
한국형 도시재생, 구체적인 예산집행계획 세워야
한국형 도시재생의 추진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도시 전체의 산업과 기능을 활성화하는, 경제 기반형 도시재생이다. 도시 경제를 살리는 신성장 동력을 만들고, 시급한 지역 거점 도시재생은 선도 사업으로 추진한다. 다음은 근린형 도시재생으로,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공동체를 활성화한다. 마을단위의 사회적 안전망을 만드는 것은 물론, 도시재생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에 주민과 지역사회가 직접 참여한다.
도시재생은 무조건적인 재개발이 아닌, 본래 지역을 경제·사회적으로 새로이 부흥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도시재생사업에도 맹점은 있다. 과거 도시재생사업이 이루어진 창인·숭인 지구가 그 예다. 거리 곳곳에 박물관 등 구경거리가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창인·숭인 지역의 주민들은 ‘도시재생사업을 체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기반 시설만 갖춰졌을 뿐, 창인·숭인 지역의 본래 사업은 봉제 사업은 여전히 쇠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심 쇠퇴는 일자리가 사라지며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사업 역시 일자리를 창출해 자생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창신·숭인 지구의 경우 200억 원을 투입해 직·간접적으로 창출된 일자리가 391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반 시설 및 지역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사업을 새롭게 부흥시키기 위한 도시재생계획이 필요하다.
각 지자체에 매년 200억원을 제공해 도시를 재생하겠다는 ‘경기 더드림 재생사업’의 취지는 좋다, 그러나 사업 조건을 시와 군이 단독적으로 계획하도록 하는 것은 자금이 허투루 쓰일 위험이 있다. 도시재생사업이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의 삶을 향상시키는 사업이 될 수 있도록, 각 지자체별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세금을 집행하게끔 주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