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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관련 키워드에 '바닥'이 등장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동산 연착륙 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책이 발표된만큼 설명절 연휴를 지나며 조만간 반등의 기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꾸준히 제기되어 온 바 있다.
서울 아파트 가격, 이제 '바닥' 찍었다?
10일 잠실, 강동, 목동 일대 등의 서울 주요 지역에서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도 35주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직전 주인 12월말 63.1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1.0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시내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가 전주 대비 상승한 것은 지난 2022년 5월 첫째 주의 91.1 이후 8개월만에 처음이다.
반포동 일대의 재건축 지구 경력이 20년이라는 한 부동산 소개업자 A씨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 발표 이후 일주일 사이에 6개월 만에 처음으로 구매 의사를 담은 문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해 여름 이후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에 대한 '매기(구매 의향 및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가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규제가 철폐되자 조심스레 부동산 투자 의향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반 년 사이에 가파른 하락세를 타며 2018년 수준으로 아파트 시세가 크게 떨어진 점을 지적했다. "강남 분들은 고가 추격매수보다 저가에 묻어두는 매수성향이 강하고, 특히 부동산에는 그런 경향이 더 강한데, 이제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나 판단하는 것 같다"며 "금리 인상도 소폭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제는 '줍줍'을 해야할 타이밍인가 고민하는 눈치"라는 바뀐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아직 '바닥'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인근 부동산 관계자인 B씨는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입을 사실상 포기하고, 심지어 재건축으로 1+1인 경우도 한 채를 팔 계획이었던 분들마저 이번 1.3 규제 완화로 급급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자금력이 탄탄한 투자자들 일부가 다주택 보유에 대한 중과세가 사라지는만큼, 적절한 가격에 부동산을 매수할 적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반면, "규제 완화로 매수 문의가 반짝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추가 할인이 가능하냐는 문의 위주"라며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나기 전까지는 대규모 매수세 없이 급급매만 소화되는 시장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신중론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초에 아파트를 구매하려다 시기를 놓쳤다는 예비 구매자 C씨는 "하락세는 진정되더라도 결국 고금리로 덜컥 계약서에 서명하기는 조심스럽다"며 "2-3월까지 시장금리 추이나 미국, 한국 물가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지 않나 생각 중"이라는 망설임을 밝히기도 했다.
'예상', '가능성', '전망'에 '바닥'도 함께 등장
정부 정책 발표 후, 지난 7일간 '집값' 관련 언론, 커뮤니티 등의 부동산 빅데이터를 추적해 본 결과, 1.3 정책에 따른 아파트 가격 반전에 대한 기대감(붉은색 키워드), 제외 지역인 강남3구와 용산(녹색 키워드), 그리고 '예상, '가능성', '전망'과 '분양', 공급' 등의 현 시장 상황에 대한 해석(보라색 키워드)을 담은 그룹으로 구분된 키워드 네트워크에서 시장 해석과 전망에 '바닥'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 84㎡ 기준 최저 16억3천만원의 매물이 나와있는 가운데, 지난 1월 3일까지만해도 16억원, 혹은 그 아래였던 매물들이 16억5천만원으로 호가가 다시 인상되기도 했다.
재건축 이전인 가락시영아파트 시절부터 인근 부동산 거래를 해 왔다는 관계자 D씨는 이번 1.3 대책으로 '급매', '급급매'였던 매물들이 일단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자는 쪽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시장에서도 조심스레 바닥에 가까이 왔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D씨는 "결국 수급인데, 다주택자들을 풀어줬으니 돈 있는 사람들이 시장에 들어오려고 할 것"이라며 "이미 많이 떨어졌고, 바닥 확인하는 시간이 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설 연휴 지나고나면 본격적으로 매수세가 눈에 보일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