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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시장에는 변화가 생겼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해외 OTT 사용자가 증가세를 보인 반면 토종 OTT는 상대적으로 더딘 분위기다.
넷플릭스의 지난달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1,258만명이다. 전월 대비 약 97만명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 30일 공개한 <더 글로리>를 시작으로 오리지널 영화 <정이>, 예능 <피지컬: 100>까지 연이은 흥행 성공이 지난 한 달 동안 100만명의 가입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최민식 주연작 <카지노>를 공개한 디즈니+는 같은 기간 21만명 이용자를 늘려 218만명을 기록했다.
시즌(seezn)과 통합한 티빙(TVING)은 처음으로 MAU 515만명을 기록하며 토종 OTT 1위의 기세를 드러냈다. <재벌집 막내아들>로 지난해 12월 약 490만명을 기록한 데 이어 500만명을 넘어선 것. 반면 왕좌를 내준 웨이브(Wavve)는 MAU 401만명으로 전월 대비 7만명 감소 추세를 보였고, 왓챠(WATCHA)는 2,000명 정도 늘어 MAU 약 82만에 그쳤다.
OTT 부진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엔데믹 시대와 함께 코로나 특수가 끝났고, 콘텐츠 글로벌화와 함께 본격적인 무한 경쟁체제가 시작됐다. 여기에 실내 마스크 착용 자율화로 영화관이 활기를 띠면서 OTT 플랫폼의 경쟁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올해 첫 천만영화 <아바타: 물의 길>, 300만 돌파를 앞둔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흥행작의 등장도 힘을 보탰다.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체험으로 관객 동원에 성공한 <아바타2> 제임스 카메론은 "이번 기회로 극장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제 극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단언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5,953만명에 머물렀던 연간 관객 수가 지난해 1억 1,280만명으로 늘었다. 실제로 주요 멀티플렉스는 적자 폭을 줄이거나 흑자를 기록하며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 국민의 OTT 사용률은 72%(방송통신위원회)에 육박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 불리는 10대(84.5%)는 스마트폰이 일상 필수매체가 된 세대로 OTT 플랫폼과 가장 가까운 연령층이기도 하다.
10대 남녀가 선호하는 OTT 플랫폼은 무엇일까? 웹매거진 한국영화와 CJ CGV가 CGV 10대 회원 412명을 대상으로 2022년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진행한 설문 결과 압도적으로 넷플릭스(84.0%) 선호도가 높았다.
이어 티빙(31.8%)이 2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1위와 50%p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주목할 점은 티빙을 향한 여성 지지도다. 여성 선호도가 35.5%로 남성(17.6%)의 두 배에 가깝다. 유료가입기여도가 높았던 오리지널 프로그램 <환승연애2><유미의 세포들2><술꾼도시여자들2> 등의 콘텐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10대 사용자의 취향은 확고했다. 지상파 채널 VOD를 보유한 웨이브(11.9%)와 쿠팡플레이(6.1%) 보다 자체 콘텐츠나 마니아층 타깃 콘텐츠를 보유한 디즈니+(20.4%)와 왓챠(18.9%)를 더 선호했다.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애플 TV+는 0.5% 선호도로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지만, 딱히 선호하는 플랫폼이 없는 비율도 13% 이상으로 높았다. 여성(9.2%)보다 남성(29.4%)의 경우가 더 많았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관 관람이 가능한 영화 장르의 경우 95.4%가 OTT보다 극장 관람을 선호했다. OTT 선호도는 47.1%에 불과했다. 극장과 OTT 플랫폼에서 보고 싶은 장르도 달랐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느끼는 역동감과 귓가를 때리는 풍부한 음향에는 역시 액션(33.3%)이었다. 특히 남성 선호도 38.8%로 타 장르(범죄-스릴러 12.9%, 애니메이션 11.8%, 로맨스 9.4% 등)에 비해 큰 관심을 보였고, OTT에서도 액션(36.5%)에 흥미를 보였다. OTT를 통해 보고 싶은 장르 1위는 로맨스(21.1%)로 꼽혔다.
전문가들은 10대가 평소 영화를 관람하는 채널 중 '유튜브'에 집중했다. 24.5%의 선호도로 VOD, IPTV와 같은 부가판권 채널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선택을 받았다.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는 공식 채널 외 개인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영상이 활발하게 소비되는 공간이다. 최근 논란으로 떠오른 요약본(일명 '패스트 무비', 전체 에피소드를 짧게는 10분에서 1시간 내외로 편집한 영상)을 쉽게 접할 수 있다. 10대가 요약본 시청을 '영화 관람'으로 생각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OTT 업계 1위 넷플릭스는 광고 요금제 도입에 이어 아이디 공유 제한 예고로 살길을 모색 중이다. 10대 OTT 선호도가 글로벌 OTT를 향한 가운데 뒤처져가는 토종 OTT의 확실한 생존 전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