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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男수첩] 나라를 더 평등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배우자 선호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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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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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남다른 정치적 인사이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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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결혼할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대한민국 사람들은 주요국들에 비해 끼리끼리 결혼하는 문화인 소득동질혼 경향성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소득 남성이 저소득 여성과 결혼하거나 저소득 남성이 중위소득 여성과 결혼하는 경우가 타국에 비해 유의미하게 많고, 이것이 가구 단위의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발표된 ‘소득동질혼과 가구 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박용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차장, 허정 한은 금융안정국 안정분석팀 조사역은 한국의 소득동질혼 지수가 2019년 기준으로 1.16배로 34개 분석 대상국(평균 1.6배) 중 최하위라고 밝혔다.

이는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도(0.547)가 주요국 평균(0.510)보다 높은 대한민국의 불평등 정도가 결혼이라는 가족 결합을 통해 주요국 평균(0.407)보다 낮은 수준의 가구 근로소득 불평등도(0.361)로 귀결됨을 의미한다. 여기서 불평등도란 지니계수를 말하며, 지니계수의 경우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불균등이 적고 1에 가까우면 불평등도가 큼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개인 근로소득 불평등은 조사대상국 28개국 중 8위인데, 가구 근로소득 불평등은 24위로 대폭 낮아짐이 관찰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소위 ‘끼리끼리’ 결혼하지 않고, 거의 무작위적으로 결혼함으로써 가구 내적으로 소득이 공유되는 정도가 높아져 주요국에 비해 가구 단위의 소득불평등이 완화되는 것이다. 연구자인 박용민 차장은 이를 두고 “즉 소득과 상관없이 무작위로 하는 ‘제비뽑기 결혼’에 더 가깝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매우 빈번한 소득 10분위 고소득층간의 결합은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았다. 10분위 고소득자끼리 결혼할 확률은 한국에서 2.2배인 반면, 다른 주요국에선 3배였다. 또한 저소득·비취업 남성과 중위소득 여성 간의 결혼이라는 기타 주요국에선 잘 나타나지 않는 결혼의 양태도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제비뽑기’ 결혼이 소득재분배 효과를 낳고, 다소 높은 노동시장 불평등과 부족한 정부 재분배 정책을 보완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대한민국의 결혼이, 끼리끼리 결혼이 아닌 이유

그러나 주요국들과 다른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 왜 발생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보고서는 확답하지 않는다. 이유는 관련 선행 연구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저소득 남성과 결혼한 여성이 남편의 낮은 소득을 벌충하기 위해 낮은 노동시간 당 보수를 받지만 긴 노동시간을 유지해서 중위소득 정도를 벌고 있을 가능성 ▲고소득 남성과 결혼한 여성이 사교육 등으로 인해 분업화를 유지해 경제활동에 비적극적일 가능성 ▲고소득 남성이 애초에 배우자 선택에 있어 여성의 소득을 크게 고려하지 않을 가능성 등을 제시했다.

정확한 계량 연구는 없지만, 보고서가 제시한 세 가지 가능성 모두 일리가 있다. 일단 해당 보고서는 ‘결혼 시점’에서의 소득불평등을 조사한 것이 아니라 이미 결혼한 상태에 있는 가구들의 소득불평등도를 조사한 것이다. 결혼 당시의 배우자 선택 상의 선호와는 다소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중위소득 여성과 저소득 남성 부부의 경우, 결혼 당시에는 부부가 둘 다 저소득이었지만 여성이 결혼 이후 남성보다 경제적인 능력을 더 발휘하고 있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고소득 남성과 저소득 여성의 결합 또한 결혼 당시에는 둘 다 고소득인데 결혼 후 육아 등으로 인한 분업화 차원에서 여성이 자발적으로 비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남성들의 여성 경제력에 대한 낮은 선호가 평등한 결혼 트렌드를 만든다

또한 대한민국 남성들이 배우자감을 찾는 조건으로 상대 여성의 소득이나 자산을 크게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가정도 일정 부분 사실관계와 합치하는 서술이다.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2021년 12월 14일 발표한 25세 이상 39세 이하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오픈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남성들의 경우 가장 포기할 수 없는 조건으로 '성격·가치관(89.2%)', '외모(53%)', '연령(31%)', '직업(21.2%)', '소득(17.2%)', '자산(13.4%)' 등을 꼽았다. 소득과 자산이 상대적 후순위 조건에 해당했다. 반면 여성은 '성격·가치관(89.4%)', '소득(40.6%)', '직업(32.2%)', '외모(28.8%)', '자산(22%)', '연령(21.8%)' 등의 순으로 꼽았다. 성격·가치관을 제외하고는 남녀가 중요하게 여기는 순위가 모두 달랐던 것이다. 고소득 남성이 애초에 결혼 상대를 고를 때 외모 조건 등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을 중요시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특히 2016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조사인 ‘결혼 상황에서의 외모의 중요성’에 따르면, 소득수준별로 고소득을 올리는 남성일수록 여성의 외모를 더욱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학력 수준 역시 올라갈수록 여성의 외모를 더욱더 중시했다. 또한 남성들의 경우 배우자의 사회경제적 조건 평가에 있어 자기랑 비슷한 수준을 원한다는 응답이 49.1%였고, 배우자의 조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34.1%에 달했다. 외모를 중시하기에, 여성의 사회경제적 조건을 다소 타협하는 경향성이 고소득 남성들을 중심으로 관찰되고 그것이 고소득 남성과 저소득 여성의 결혼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남성들이 배우자감의 경제력보다는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전세계 공통이지만, 한국의 경우 유달리 그 경향성이 심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커플닷넷이 10년 간 커플닷넷에 가입한 한국를 비롯한 전세계 121개국의 싱글 남성 41,036명 (한국33,159명, 외국7,877명)을 대상으로 배우자 조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 남성은 외국 남성보다 여성의 외모를 더 많이 보고, 경제력을 덜 본다는 결과가 도출됐다.

즉 타국 남성들과는 다소 다른 한국 남성들의 배우자감에 대한 선호 체계가, 타 주요국과 상이한 결혼 양태를 파생한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상이한 결혼 양태는 다분히 ‘제비뽑기’에 가깝기에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한국의 개인별 소득불평등도를 완화시켜 부족한 사회부조 시스템을 보완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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