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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이 지난해 3분기 이후 1,0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영업자 가운데 과반이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며, 대출 규모도 평균 4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가운데 6명 정도가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는 뜻이다.
사업자대출·가계대출 합쳐 1,000조원 넘어, 역대 최대 규모
지난 3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자영업자의 대출(사업자대출+가계대출)이 1,019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해 3분기 1,014조2,000억원보다 5조6,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사업자대출은 671조7,000억원으로 가계대출 348조1,000억원의 2배에 달한다. 전체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56.4%(173만 명)는 3개(기관·상품) 이상의 대출로 자금을 끌어 모은 다중채무자였고, 이들의 대출 총액은 전체 자영업 대출의 무려 70.6%(720조3,000억원)를 차지했다. 다만 올해1분기 증가율(0.6%)은 전분기(2.0%)보다 소폭 감소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 대출자의 이자 부담 증가분을 추산한 결과, 대출금리가 0.25%p 상승하면 전체 이자액은 연 1조9,000억원, 1인당 평균 연이자는 60만원 늘어났다. 1.5%p 상승하면 1인당 증가액은 연 362만원까지 불어났다. 이번 금리인상기의 시작점인 2021년 8월부터 현재까지 기준금리 인상 폭이 3.00%p에 달하는 만큼, 이를 대출금리에 동일하게 반영할 경우 1인당 이자 부담은 최대 724만원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내년 최저시급 12,000원으로 인상” 요구
한편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약 25%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경제 여건 악화로 인해 경영 상황이 임계점이 다다른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2024년 적용 최저임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시급 1만2,000원, 월급 250만8,000원(209시간 기준)을 요구했다.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9,620원, 월급 201만580원보다 24.7% 높은 수치다. 이는 과거 최저임금 인상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부담 가중에 따라 고용시장의 전체 일자리 규모를 감소시키는 등의 부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임금 상승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있다. 2021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과거 기준 인상률 14.6%) 최소 12.5만 개에서 최대 30.4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률 높았던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15.9만 개, 27.7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했으며, 일자리 감소 비중은 대기업보단 숙박업이나 요식업 등 자영업 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주력 사업 대부분이 적자 행진, 힘든 건 기업들도 마찬가지
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지난 7일 삼성전자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5조원대에서 불과 1년 만에 95.75% 대폭 감소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분기 실적 기준으로 1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5,900억원을 기록했던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올해 초만 해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1조∼2조원 수준으로 전망했으나, 글로벌 반도체 업황이 불확실성에 놓이면서 실적 악화 폭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부문별 세부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만 3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자영업자 할 것 없이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금리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기존 대출 비중이 높은 기업 및 소상공인의 금융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과도한 대출금리상승 자제와 함께 이차보전이나 저금리 대환대출 등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