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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韓 이어 英까지" 속속 중단되는 CBDC 도입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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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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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행, 디지털 파운드 발행 사실상 중단해
美·韓 정부도 CBDC 관련 논의 '제동'
CBDC, 섣불리 도입하면 금융시장 병폐 키운다?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이 디지털 파운드(중앙은행 디지털화폐, CBDC) 도입을 사실상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앙 주도형 CBDC나 스테이블코인에 의존하기보다는 민간 은행권의 예금을 디지털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한국 등 주요국 역시 CBDC 도입 논의를 중단하고 대안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CBDC 외면하는 英 중앙은행

27일(현지시간) 크립토랭크 등 외신 보도와 업계 소식에 따르면, 최근 영국은행은 대중용 디지털 파운드 발행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 앤드류 베일리 영국은행 총재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상업은행이 결제 혁신에 성공한다면 브리트 코인(디지털 파운드) 필요성에 대한 설득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중앙 주도의 CBDC 대신 민간 은행권이 이끄는 결제 시스템 혁신에 힘을 싣겠다는 영국은행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영국은행은 2021년부터 디지털 파운드 연구·개발에 2,400만 파운드(약 421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으나, 다른 국가들에 비해 개발 수준이 크게 뒤처져 있는 상태다. 여론 역시 좋지 않다. 최근 진행된 디지털 파운드 관련 공개 협의에는 무려 5만 건이 넘는 의견이 쇄도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디지털 파운드 도입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와 정부 감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내용이었다. 이에 더해 일부 영국 국민들은 음모론과 정부의 의도에 대한 허위 주장을 퍼뜨리며 디지털 통화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

다만 영국은행이 향후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민간 가상화폐 시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사실상 낮을 것으로 보인다. 베일리 총재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근본적 불신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시스템의 자금이 빠져나가고, 신용 공급 기반을 흔들 수 있다”며 CBDC보다는 기존 은행 예금을 토큰화하는 방식을 더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다.

주요국, CBDC '대체재' 모색 나서

영국은행의 정책 선회 결정은 세계적인 CBDC 개발 중단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CBDC 발행 준비 작업을 금지했고, 미국 의회도 ‘반(反) CBDC 감시국가법(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을 통과시키며 이 같은 행보에 힘을 보탰다. 현재 미국 정부는 CBDC의 대체재로 스테이블코인(미 달러 등 법정 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한 가상 화폐)을 낙점하고, ‘지니어스법(GENIUS<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nited States Stablecoins> Act·미 스테이블코인 혁신법)’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시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6월 26일 CBDC 2차 실험을 잠정 중단한다고 실험 참여 은행들에 공식 통보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CBDC, 스테이블코인, 예금 토큰이 함께 적용될 수 있는 방향이 명확하지 않아,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시범 사업 연기를 검토한다”고 실험 중단 사유를 설명했다. 1차 테스트에 참여한 7개 은행도 약 350억원을 투입했지만, 추가 비용 부담은 사실상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CBDC,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화폐 도입 논의 자체가 한국에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CBDC 모두 한국 현실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CBDC는 실명제 때문에 국내 수요가 없어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며 "원화의 국제적 입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시장에서 외면당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CBDC, 왜 외면받나

CBDC가 몰고 올 수 있는 '부작용'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CBDC는 지금의 중앙은행권을 단순히 디지털로 표시한 것인 만큼, 상용화되면 시장에서 보편적인 교환 매개체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CBDC가 근본적으로 불환지폐(한 나라의 화폐제도의 기초가 되는 본위 화폐와의 교환이 보증되어 있지 않는 지폐)이므로 과거 불환지폐가 초래했던 폐해를 고스란히 답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1972년 부분적으로나마 금본위 체제였던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지고 불환지폐 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했을 당시, 세계 각국의 화폐가치는 급속도로 미끄러졌다. 절반 이상 구매력을 유지한 국가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불환지폐가 과다하게 발행되면 순식간에 경제위기가 발발할 위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말 동아시아 국가들이 겪은 외환위기와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다.

일각에서는 CBDC가 보편화할 경우 ‘빅 브러더(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가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앙은행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주관하면 지나치게 중앙집권적인 통화 체제가 구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거래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 디지털 화폐 특성을 고려하면, 정부가 CBDC를 이용해 국민을 감시·통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국민의 사생활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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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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