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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동결했다. 지난해 내내 0.5%에서 3.25%까지 빠른 인상이 있었으나 올 2월부터 2개월째 동결을 선택했다.
시장에서 기대하는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런 생각은 너무 과한 게 아닌가"라며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7차례 연달아 금리 인상 후에 숨 고르기에 들어간 시점에 자칫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 당분간 금리 인상 없을 듯
금융권 전문가들은 금통위의 이번 결정을 지난해 7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던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정책 효과는 최대 8분기에 걸쳐 나타난다는 것이 거시경제학계의 속설이고, 금리 움직임의 효과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나타난다는 것이 그간 알려진 연구 결과다.
이 총재는 “주요국에서 금융 부문의 위험이 증대되는 등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다”며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 금융안정 상황, 여타 불확실성 요인의 전개 상황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3월에 발표된 물가상승률은 4.2%로 예측치인 4.3%보다 소폭 낮았고, 지난해 하반기 내내 6%를 목표로 하던 것에 비해서도 크게 감소한 수치다. 천연가스와 유가가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 데다 최근 들어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물가 상승을 유발할 경기 요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근원물가(에너지·식료품 제외 지수) 상승률은 여전히 4%대를 유지하고 있어 한은에서는 올해 목표인 3%를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상할 수 있다는 한은,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
물가 상승폭이 크게 꺾인 것이 확인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은은 추가 금리 인상의 여지가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고, 이 총재도 미국에서 금리 인하 기대가 생긴 것이 한국에도 영향을 줬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는 여전히 금리 인상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국내 금융 전문가들은 실제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어려운 상태에서 시장이 자칫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지나치게 선반영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채권시장에서는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았다. 한은이 긴축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긴축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선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금통위는 올해 경제 성장이 당초 예상인 1.6%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IT부분이 기대치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어 우려 상황이지만 나머지 산업 분야에서 성장세를 이어간다면 1.9%의 성장을 가늠해 볼 수 있도 있으나, 역시 반도체 경기 하락 등이 전반적으로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금리 인하 카운트 다운(Count down)에 들어갔다는 여론
금통위는 경제 성장률에서 당초 예상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은 예측치인 3.5% 수준을 맞출 것으로 전망했다. 우려했던 4% 이상 인플레이션이 사라진다면 더더욱 긴축 완화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민간 금융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인터넷 언론, SNS, 커뮤니티 등에서 조합한 여론에서도 '금리' 움직임에 대해서는 민간 전문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예측이 나타난다. '기준금리' 키워드에는 '인상' 대신 '동결'이 직접 연관 키워드(이상 하늘색 키워드)로 나타나고, 이어 '금리', '인상', '가능성'에는 '경기', '글로벌', '투자' 등의 키워드(이상 붉은색 키워드)가 맞물리면서 금리 인상 선택이 경기 침체를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에서는 12일(현지 시간)에 있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와 이달 말에 있을 미 연준의 기준금리 발표를 신호탄으로 금리 인하의 시점과 속도를 논의하는 장(場)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그간 미국 동맹국들이 비용을 감당하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다려줬으나, 미국 내에서도 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나타나면서 더 이상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12일에 발표되는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를 5.2%로 전망했다. 지난해 4월 12일에 발표된 수치는 8.5%, 지난달에 발표된 2월 수치는 6.0%였다. 예측치가 맞다면 미국 인플레이션도 끝났다는 신호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