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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적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탓이다. 이에 따라 1,000여 명이 넘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구성원들은 대부분 카카오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퇴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백상엽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는 12일 사내 공지를 통해 "성장성과 투자 가치가 높은 클라우드 사업 중심으로 회사 전체를 개편하는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성장성·수익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비핵심 사업들에 대해서는 사업 철수·매각·양도를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핵심 사업인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사업을 모두 정리하겠단 의미다.
자금줄 끊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결국 구조조정 수순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기업을 돕는 B2B(기업 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AI와 클라우드, 검색 등 시스템을 결합해 기존에 진행하던 사업을 더욱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기업 간 거래로 다양한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 카카오였지만, 실상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실적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최근엔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자금줄마저 끊겼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지난 2021년 산업은행 등 외부에서 유치한 1,000억원가량의 투자금은 올해 내로 모두 소진될 전망이다.
이런 와중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서비스는 개발 및 완성도 제고가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상 기업의 핵심 '캐시카우(현금 창출원)'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적자폭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406억원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500억원 늘어난 수치다. 현상 유지가 이어질 경우 더욱 큰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된 의견이다.
결국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클라우드 외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1,000여명의 직원들은 대부분 퇴사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임하는 백 대표 대신 이경진 부사장이 새 대표로 내정됐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카카오 본사 측에서 이번 주 초 실장 이상 임원 전원에게 구두로 퇴사를 통지했으며, 클라우드 부문을 제외한 그룹장 등 임원 대부분이 현재 퇴사 전 안식 휴가에 들어갔다.
임금 인상 등으로 수익성↓, "투자 가치 높은 클라우드 중심으로 개편할 것"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회사의 방향성 자체를 수정한 이유로 높은 초기투자 비용과 낮은 수익률이 꼽힌다. 공공 기관 등에서 발주하는 대규모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선 많은 인력과 IT 인프라가 요구되는데, 최근 개발자 임금 인상 및 금리 인상, 공급망 마비로 인한 IT 인프라 가격 상승 등으로 마진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존 10% 미만의 낮은 수익 마진조차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성장성과 투자 가치가 높은 클라우드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 전체를 개편하는 활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서비스 측면에서 보다 유리한 클라우드 분야로 사업 방향성을 아예 틀어버리겠단 의미다. 최근 AI나 데이터 분석 등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AI 도입이 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또한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해 사업 확장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다방면으로 노력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하지만
그간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다양한 기업들과 손을 잡으며 나름의 영향력을 넓혀왔다. 앞서 지난 4월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지역기업 및 기관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전환 및 AI 기반 사업화를 지원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에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제주센터는 ▲제주센터 보육기업 대상 클라우드 및 AI 지원 ▲클라우드 기반의 혁신 기업 발굴에 대한 오픈이노베이션 협력 및 사업화 지원 ▲스마트워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 및 역량 강화 등의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업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카카오워크'와 인력 관리(HRM) 솔루션 '시프티'를 연동해 조직도, 구성원 정보, 근무 일정 연동 등 기능을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적 역량을 강화시키기도 했다. 카카오워크에서 시프티를 이용할 경우 인사 담당자의 세팅이 없어도 자동으로 카카오워크의 조직도 및 구성원 정보가 연동돼 빠르게 변화하는 업무 환경에서 유연한 인사 정보 관리가 가능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모토 'AI를 통한 연결'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지난 11일엔 대유위니아그룹 '위니아에이드'와 물류 고도화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당시 협약으로 위니아에이드는 풀필먼트(전자상거래 통합 물류) 관련 물류 사업 확대, 신규 물류 네트워크 구축, 설치·배송·AS 영역에서 시너지 창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물류 서비스 이용 고객 발굴 및 연결 협업, 주문관리시스템(OMS), 창고관리시스템(WMS) 등 카카오 i라스 솔루션 공급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역량 있는 국내 스타트업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며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틀도 마련하던 차였다. 실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창업진흥원과 함께 재도전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는 '상생 부스트업 프로젝트-리본'을 진행한 바 있다. 특히 올해엔 4개년에 걸쳐 우수한 아이디어로 재도약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였으나, AI 및 클라우드 연계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 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지난 2020년 AI 프로젝트를 추진한 기업들 중 수익화에 성공한 기업은 단 10%에 불과했다. 많은 기업들이 수준 높은 AI 기술을 개발하거나 비즈니스에 적용했음에도 수익 실현에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서비스는 시장에서 자연히 묻힐 수밖에 없었다.
당초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국산 AI 반도체 기업과 국내 앱 개발사들과 함께 한국 클라우드 기술 경쟁력 확보에 앞장설 '수장' 중 하나로 꼽혀왔다. 특히 기업용 통합 클라우드 플랫폼 '카카오 i 클라우드'의 클라우드 인프라, 하드웨어, AI 딥러닝 서비스 전체를 '국산' 기술력으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대중들의 큰 찬사를 받았다. AI 혁신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하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빛을 발하는 듯한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하다. 아쉬운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클라우드 사업이라도 붙잡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미래를 잘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