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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개혁] 지방사립대학 압박하기 전에 유치했던 해외 대학들 왜 떠났나 살펴봐야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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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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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외국교육기관특별법이 통과된 이래 전국에서 총 7개 대학을 유치했으나 학생 수 미달, 유지비 과다 등의 이유로 현재는 송도 인천글로벌캠퍼스에만 5개의 대학이 남아있다. 이 중 뉴욕주립대 2곳 (SBU, FIT)을 제외하고는 정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만 남아있는 상태다.

2008년 3월 전남 광양에 설립됐던 네덜란드 국제물류대학 한국캠퍼스(STC-Korea)는 2013년에 폐교했고, 2011년 3월 부산에 개교한 독일 국립대 프리드리히-알렉산더 대학교(FAU) 부산캠퍼스도 2019년에 폐교 절차를 밟았다.

7곳 들어와 5곳 생존, 2곳만 정원 절반 이상 채워

인천 송도로 들어온 5곳의 대학들은 명맥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정부 지원금 없이는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2012년 3월 한국뉴욕주립대(SBU)가 들어왔고 이어 2014년 3월에는 조지메이슨대, 2014년 9월 겐트대, 2014년 9월 유타대, 2017년 8월 뉴욕주립대 FIT가 문을 열었다.

그러나 남아있는 5개 대학 중 국비와 지자체 지원이 감축된 2개 학교는 적자를 보이고 있는 데다 나머지 3개 대학들도 정원의 절반을 채우기 힘든 상황 탓에 지차체 지원이 축소되면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송도국제도시 관계자는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 명문대학들을 유치한 만큼 혈세만 충당하고 끝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은 있으나, 기대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수요가 저조하다"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관계 공무원은 앞으로 신규 해외 대학은 공신력 있는 대학 순위 기관 발표를 기준으로 '해외 100대 대학'에 한해서만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대학 순위가 높아야 학생들이 더 믿고 대학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정책 변경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해외 100대 대학이 뭐가 아쉬워서 학령인구도 줄어들고 정부도 제대로 지원 안 해주는 나라에 분교를 열려고 하겠냐"며 "대학 순위가 높다고 학생들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교육 인프라, 네트워크, 교육 내용 등이 모두 갖춰져야 되는데 그 비용을 학교더러 내라고 하면 낼리가 없다"는 반박과 함께 현실성 없는 정책을 지적했다.

정부 지원 줄어들자 바로 적자 전환

외부에 공개된 각 학교별 최근 재무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한국뉴욕주립대 SBU와 유타대만 각각 6,900만원, 8억2,100만원의 흑자를 냈을 뿐, 다른 대학들은 모두 적자로 돌아섰다. 특히 겐트대의 경우 초기 운영비 지원금이 사라진 2018년부터 매년 2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는 상태다.

학계 관계자들은 지자체의 지원이 국내 대학들 지원과 유사한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해외 대학 사정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국 학생들이 해외 대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교육과의 격차로 인한 두려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인해 도전 의지를 가진 학생이 적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책상물림 식의 단순 재정지원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도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해외 대학을 유치한 만큼 지자체 차원의 홍보는 물론, 산학연협력의 마중물에 해당하는 초기 연구 프로젝트 발주, 국내 기업과의 네트워크 모임 주선 등도 적극 지원했어야 함에도 이 모든 것을 대학들 자체 역량으로 해결하라며 방치했기에 해외 대학들이 한국에서는 '돈 벌 길이 없다'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는 평도 덧붙였다.

해외 대학 사정도 모른 채 국내 대학 대하듯

해외 대학 한국 분교 관계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에 네트워크가 형성된 국내 대학과 유사한 방식으로 해외 대학을 상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인재 유치를 위한 지원이 없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송도 인천글로벌캠퍼스의 해외 대학 관계자는 "국내 대학처럼 논술 시험도 치고, 수능 성적을 깐깐하게 보고 뽑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런데 정작 지원자가 없으니 아예 한국어로도 글을 못 쓰는, 거의 문맹 수준인 학생들을 받아야 하고 또 그런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줘야만 한국 교육부가 원하는 장학생 비율을 맞출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안타까운 속사정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한국에 남아있는 5개 해외 대학 출신 중 한 명을 채용했다 두 달만에 해고를 결정했다는 반포동의 한 스타트업 대표는 "처음에는 한글 맞춤법이나 문장력이 너무 심각해서 교포라서 그렇겠다는 생각에 영어로 같은 일을 시켰는데 평범한 국내 대학 출신들과 다르지 않은 수준의 어색한 영문장만 만들어 냈다"며 "교육 수준이 문제라기보다 처음 뽑았던 학생 수준이 문제였지 않을까 짐작한다"고 답변했다. 그 외 몇 명의 학생들과도 면접을 진행했다는 대표는 "국내에서 '인서울' 혹은 '지거국'을 못 가는 학생 수준이 가는 대학으로 인지하게 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름뿐인 해외 대학만 유치한 상태에서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 지원금만 받아가는 교육기관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모 해외 대학 관계자는 "이미 학령인구 감소로 정부 지원금 끊기면 다들 문 닫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지난 15년간 실패 사례가 쌓인 만큼, 국내 진출하려는 해외 대학은 없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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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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