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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무역수지 적자에도 화장품은 흑자, 수출국 다변화로 순항하는 ‘K-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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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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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태국 한국문화원

중국 코로나 봉쇄 정책 등의 여파에도 수출국 다변화를 통해 약진을 거듭한 국내 화장품 업계의 수출액이 2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수출실적 아시아 1위를 달성했다. 제품의 높은 가성비와 기획력에 더불어, K-콘텐츠를 기반으로 재확산되기 시작한 K-뷰티 수요가 성공의 배경으로 꼽힌다.

화장품, 2년 연속 10조원 수출 달성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6일 발표한 지난해 ‘화장품 생산·수입·수출 통계 자료’를 발표하며 국내 화장품 무역수지가 8조5,631억원(6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한 반면 동남아시아 국가로 수출이 증가하는 등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분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생산실적은 13조5,908억원, 수출실적은 10조2,751억원을 기록했으며, 수출실적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음에도 2년 연속 10조원을 상회하면서 세계 4위, 아시아 1위 수출 규모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화장품 수입실적은 전년 대비 14.6% 증가한 1조7,12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낮아진 점이 지난해 화장품 시장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화장품 수출국은 2021년 153개국에서 지난해 163개국으로 주요 선진국에 더해 중앙아시아 지역까지 세계 각지로 다변화됐다. 실제 중국으로 수출은 감소(36억 달러, -26%)했으나, 한류 영향으로 베트남(3.8억 달러, +23.4%), 대만(2억 달러, +21.1%), 태국(1.5억 달러, +13.2%), 필리핀(0.6억 달러, +44.4%) 등 동남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전년 대비 수출이 증가했다. 또한 프랑스와 캐나다 같은 선진국 수출과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의 수출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

2‘K-뷰티시대가 도래한 배경

이렇듯 국내 화장품 수출액은 2011년부터 한해도 빠지지 않고 10여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다. 아시아 1위 수출국에 등극한 지금 사실상 제2의 K-뷰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출 실적이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과 관련된 제품들에 관심도가 높아지자 화장품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화장품 업체가 강점을 보이는 기초제품의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국내 화장품 수출 규모 1위인 중국에서 기본적인 보습제나 자외선 차단제에 큰 관심을 보인 데다, 여타 국가에서도 트러블이나 민감한 피부에 대한 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화장품 수출 실적이 증가했다.

국내 화장품의 높은 가성비와 기획력도 해외 소비자들을 끌어당겼다. 일본의 설문조사 플랫폼 TesTee의 한국 화장품 사용 경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구매 이유’를 두고 10~30대 설문자 대다수가 ‘효과가 좋기 때문’ 또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기초적인 화장품 기능과 더불어 모공, 여드름 등 피부 트러블 고민을 함께 관리해 주는 멀티 유즈(Multi-use)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마지막으로 국내 제품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클린 뷰티(Clean Beauty)와 같은 친환경 트렌드에 부합하는 점도 한몫했다. 클린 뷰티 제품이란 환경에 미치는 영향, 성분, 제조방식 등 모든 정보가 소비자에게 공개되는 제품을 뜻한다. 국내 화장품 산업계는 2020년 팬데믹 이후 3년 연속으로 클린 뷰티를 상품개발 키워드로 선정하며, ‘비건 뷰티, ‘지속 가능성’ 등의 컨셉과 함께 관련된 제품 개발에 집중해 왔다.

이제는 K-뷰티 롱런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기

대중국 수출 감소에도 ‘K-콘텐츠’ 확산에 따라 미국, 일본, 동남아(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유럽 등의 신시장의 활로를 개척 중인 점은 국내 화장품 산업의 미래에 있어 고무적인 부분이다. 이에 더해 코로나19 앤데믹으로 국내 화장품 수출을 낙관하는 이들이 많지만, 변화하는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분석 없이는 장기적인 성과를 끌어내기 어렵다.

우선 K-뷰티의 롱런을 위해 국가별 맞춤형 마케팅 및 유통 전략에 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기경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만 해도 각 지역과 성은 우리나라 이상의 면적과 인구수를 가지고 있고 다른 특성의 기후와 피부 특징, 이에 따른 상이한 화장품 수요가 존재하며 구매 수준을 결정하는 경제수준과 문화수준, 인터넷 보급률과 속도 등 인프라 수준이 모두 상이하다”면서 “하물며 한 국가 안에서도 이러한 세밀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데 각각의 글로벌 권역과 그 안의 상이한 나라별 진출전략 수립은 당연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별 맞춤형 전략을 세울 때도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를 가진 미국 시장에 대한 집중과 브랜딩을 통한 공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화장품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광고 및 홍보 대행사 원섬커뮤니케이션의 비비안 이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K-뷰티만을 내세워 진출을 모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K-뷰티가 크게 붐을 일으켰던 당시 대형 유통점 매장 내 K-뷰티 섹션에 진열됐던 일부 제품들의 경우 적절한 브랜드 구축에 실패해 결국 철수됐다”고 말했다.

K-뷰티의 성공을 위해서는 브랜딩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대표는 또 “당장 제품을 판매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기보다는 브랜딩을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하고 타깃 고객 설정해 홍보 및 마케팅, 유통채널 진입 등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예컨대 미국 대형 유통사 입점이나 샘플 마케팅 등의 투자를 통해 미국 소비자들에게 한국 제품을 알릴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과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특히 기업이 현장 활동과 미래시장 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R&D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기업들은 당장의 성과를 내기 위한 활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정부가 학계 및 연구기관 중심으로 미래를 위한 준비의 장을 마련해 의지가 있는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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