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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7천억원‧인력 300명' 정쟁에 기약 없던 우주항공청, 청사진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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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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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1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누리호 발사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7일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중 하나인 '우주항공청'의 청사진을 발표했다.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 브리핑은 언론에 느닷없이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취업제한 및 백지신탁 특혜 조항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의 역할 중복 △차관급 외청 및 장관급 본부 등 계속되는 논란에 맞서 과기정통부가 국회에 법 통과를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주항공청의 임무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주항공청은 우주항공 분야의 범부처 정책 수립은 물론 연구개발을 통한 독자 기술 확보를 주도하고 여러 부처에 흩어진 산업 육성, 국제협력 및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각 부처에서 수행하는 우주항공 분야 범부처 정책, 산업육성, 국제협력 등을 우주항공청으로 이관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학·연구기관은 기존 고유연구를 수행하면서 우주항공청의 임무센터로 지정해 우주항공 관련 국가의 특정한 임무를 수행토록 하고, 항우연, 천문연 등 정부출연연구소의 기존 과학기술연구회 소속은 유지한다.

임무조직은 분야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해 정책, 연구개발, 비즈니스, 국제협력 등의 기관 고유의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는 발사체, 인공위성, 우주과학탐사, 첨단항공 등 기술 분야별로 임무 발굴 및 설계와 연구개발 총괄 업무 등을 수행한다.

나로호도 성공시켰는데, 괄시받는 항우연

이번 계획에 기존 항공우주 전담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항우연과 새로 설립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통합하는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항우연은 과기정통부 소속으로 계속 남게 된다. 한편 발사체 및 인공위성 등의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산하 연구기관은 외부 '미션 센터'로 간주된다.

이에 전국과학기술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부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부는 "미션센터를 빙자해 기존 항우연과 천문연을 분리-해체하려는 근시안적 계획"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이어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주청 특별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예고했다. 천문연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27일 열리는 과방위 회의 결과를 보고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영남면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시민들이 실용위성을 싣고 우주로 향하는 누리호(KSLV-Ⅱ)를 지켜보고 있다/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스타그램

쇄도하는 비판

우주청 설립은 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정부‧여당은 연내 우주항공청 출범을 목표로 지난 4월 6일 '우주항공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세부 조직 구성과 예산 등을 공개하지 않아 야당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설립 및 운영 계획은 법안 통과 이후 각 부처와 조직 및 예산 관련 협의를 거쳐야만 확정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갑작스럽게 우주청 설립 및 운영 계획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회에 법안 통과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런 지적에 대해 “아무래도 올해 안에 개청을 하려면 저희가 적극적으로 준비는 완전히 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것을 국민들께 알려서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만들어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별법에 담긴 주식 백지신탁 및 퇴직 후 취업제한에 대한 특혜 조항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능한 민간 전문가 확보를 위해 특별법 제12조와 제13조에는 각각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의무 특례조항'과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특례' 등이 담겨 있다. 이 장관은 "임무를 수행하는 본부장에 한해 주식 백지신탁 제도 특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훌륭하신 분을 모시기 위한 수단으로 그렇게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얼마든지 그 부분도 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사 등 해외 우주항공 관련 조직에 이같은 특혜 조항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보현 우주청설립추진단 전략기획팀 과장은 "저희가 모든 국가의 정책이나 이런 것을 다 분석한 건 아니다"라며 "미국 같은 경우는 퇴직 후에 취업 제한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우주청 설립을) 진행하면서 엄격한 장치를 보완해 진행을 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위한 진보인가, 과거의 답습인가?

한국형 우주청 설립에 앞서 NASA의 모델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NASA의 'A'는 'Administration'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에선 청이나 국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우주항공청도 이를 직역한 것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청이나 국은 범위가 한정되지만, NASA는 다부처 업무를 총괄해 부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무회의에 참석하지도 못하는 ‘청장’이 어떻게 여러 부처의 현안과 정책을 조율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격상했지만, 부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장관으로 그대로 둔 만큼 외청 역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 정부가 설명하는 우주항공청의 역할이 전통적인 ‘청’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미국의 우주 패권 모델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우주 관련 총괄 조직은 구시대적인 부처, 부서, 기관이 아닌 혁신적인 모델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계획에서 국방부 민군 겸용 사업과 국토부 항공 안전 분야 사업 다른 부처의 우주항공 서비스 사업은 우주항공청과 협업 사업으로 두기로 한 만큼 조정과 협업 능력이 필수다. 하지만 이번 조직안에서는 사무국을 우주 정책 부문의 역할 중 하나로만 한정했다. 광범위한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결국 '청'을 고집한다면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더해질 수밖에 없다. '부'로의 승격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장관은 “관계부처, 연구관리 전문기관, 출연연 등에서 수행 중인 다양한 업무와 사업을 사전에 면밀히 분석해 우주항공청 개청과 함께 원활하게 이관되도록 철저히 준비하고, 우주항공청 개청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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