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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다변화와 콘크리트층의 붕괴, '개인화 서비스' 촉발한 OTT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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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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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근거리를 비추는 등불은 앞을 향할 때 비로소 제빛을 발하는 법입니다. 과거로 말미암아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비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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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뜬뜬 유튜브

방송인 유재석과 가수 김종민·데프콘이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현 시장에 대해 공통된 고민을 털어놨다. OTT 플랫폼이 다변화되면서 시청자층의 분리가 발생했고 이에 따라 각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떨어져 아쉽다는 의견이다. 다만 일각에선 OTT 플랫폼의 다변화가 소비자 입장에선 오히려 긍정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재석 "OTT·콘텐츠 많아져, 화제성 떨어졌다"

7일 유튜브 채널 <뜬뜬>에 '보답은 핑계고'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서 김종민은 "방송 콘텐츠가 너무 많아졌다. 이거 괜찮은가"라며 최근 콘텐츠 업계에 대한 불안감을 표했다. 이에 유재석은 "OTT도 생겨서 우리 일자리도 늘어나고 더 좋은 거 아닌가 싶었는데 콘텐츠가 많아지다 보니까 화제가 되기도 힘들다"며 "(예전엔) 한 번 작품이 터지면 화제성이 1년까지도 갔다. 최소 6개월은 갔는데 대박이 나도 이젠 몇 개월을 못 간다"고 토로했다.

데프콘도 "뭘 보면 그다음에 또 뭐가 나오니까 (반응이) 커지지 않더라"고 공감했다. 이에 유재석은 "요즘은 본인 관심사와 관련된 콘텐츠를 많이 보신다. '그거 봤어?'라고 물어보면 '당연하지'가 기본이었는데 이제는 '그거 뭐야? 인기 있어? 한 번 볼게' 이런 느낌"이라며 "내가 재밌게 본다고 해서 내 주변 사람까지 이걸 같이 보는 건 아니다"라고 씁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콘텐츠들, 방송 업계 고심 깊어져

최근 OTT 시장이 성황을 이루면서 콘텐츠가 그야말로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다만 여전히 OTT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건 공룡 OTT 넷플릭스다. 최근 디즈니플러스에서 <무빙>이 큰 흥행을 이끌고 있음에도 정작 <무빙> 팬들 사이에선 "역대급 관심을 끌고 있긴 하지만 플랫폼을 잘못 만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또한 넷플릭스의 압도적인 영향력에 기반한 의견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 락인 효과가 너무 크고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아쉬움이 여전하기 때문에 이 같은 말이 나오는 것 같다"며 "실제 많은 이용자들이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빙>을 시청하기 위해 추가로 지갑을 여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방송 업계에서 OTT 시장의 다변화로 시청자층이 분리되는 현상을 우려하는 것을 기우로 치부해선 안 되는 이유다. 업계에선 "<무빙>이 만일 넷플릭스에서 나왔다면 <더 글로리>를 능가하는 더 큰 흥행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쏟아진다. OTT 플랫폼에 따른 시청자층 분리가 이미 가시화됐음을 방증하는 양상이다. 유재석이 "이젠 콘텐츠가 많아져 특정 프로그램이 화제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청자층 분리가 심화하면서 일명 '콘크리트층'이라 불리는 고정층이 다소 빠져나갔다. 방송 업계의 고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OTT 플랫폼의 다변화가 경쟁 미디어의 형성을 가져옴으로써 오히려 시청자의 선택권을 강화시켜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는 데 더 유용해졌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곧 OTT 플랫폼마다의 '색깔'이 나뉘고, 나아가 OTT가 자신의 색채에 맞는 시청자를 유입하기 더 쉬워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실제로 글로벌 OTT 디즈니플러스와 훌루는 미국 내에서만 약 4,000~4,50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만의 색채를 찾아 이를 시청자 유입 전략에 적절히 사용한 덕이다. 최근 디즈니플러스 위기론이 업계에서 새어 나오고 있긴 하나, 이는 디즈니플러스의 절대적 구독자 수가 적어서가 아닌 상당수의 구독자가 낮은 구독료를 내는 구독자기 때문이다. 즉 지속적인 투자를 위한 구독료 회수가 잘 안되고 있다는 점에 위기론이 발생하는 것이지, OTT 플랫폼 자체로서 실패한 건 아니라는 뜻이다.

'무빙'의 한 장면/사진=디즈니플러스

개인화 맞춤 서비스 영향력 '급증'

특히 최근 업계 사이에선 "개인화된 서비스가 존중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OTT 미래 경쟁력은 이용자별 개인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 기능이라는 분석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액센츄어는 '스트리밍의 넥스트 액트' 보고서를 통해 OTT 미래 경쟁력은 정교한 콘텐츠 개인화 추천 알고리즘에 달렸다고 예상했다. 다양한 OTT가 출시되고 이용자가 늘어남에 따라 향후 'OTT 전문 애그리게이터'가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애그리게이터는 여러 회사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모아 하나의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상품과 서비스 비교·분석이 가능해 합리적 소비를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액센츄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용자의 58%가 여러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는 검색엔진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용자 44%는 OTT에서 시청할 콘텐츠를 찾는 데 평균 6분 이상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OTT 이용자 89%는 OTT 콘텐츠 추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OTT가 제공하는 콘텐츠는 늘어나지만 부정확한 알고리즘으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액센츄어는 "개인화 알고리즘 고도화 정도에 따라 기존 가입자 유지·신규 가입자 유치 등 OTT 미래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콘텐츠 선택·개인화·편의성을 담보할 수 있는 스마트TV 제조사나 케이블TV와 IPTV 등 기존 사업자가 OTT 애그리게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IP를 개발하고 해당 IP로 상품(콘텐츠)을 제작해 내는 게 공급자의 역할이고, 소비할 수 있는 상품 중 자신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 소비하는 건 소비자의 역할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비자는 소비자 각 개인마다의 성향이 가지각색으로 다르다는 점이다. 결국 최근 OTT 다변화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시청자층 분리 현상은 결국 소비 시장에 있어선 긍정적인 변화인 셈이다.

방송인 입장에서 각 프로그램의 화제성이 저하된 점은 분명 뼈아픈 일이겠으나, 소비자인 시청자 입장에선 보다 다양한 상품을 찾아나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시장이 진화함에 따라 시청자층 분리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청자는 이제 경험을 경제재로 인식하고 있다. OTT 서비스 사업자들이 시장 생존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은 고객 맞춤화를 통해 가치 있는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는 것밖엔 남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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