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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무빙>, 넷플릭스의 <마스크걸> 등 K-콘텐츠의 눈부신 성공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반면 한때 K-콘텐츠를 대표하던 한국영화계에는 암운이 드리워져 있다. 여름철 극장 관객 감소와 넷플릭스, 디즈니+와 같은 OTT 플랫폼의 급증하는 인기, 이 두 가지 악재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한 여름 성수기인가
8월은 일반적으로 영화 관람객이 가장 많은 달로 꼽히지만 한국영화에 있어서만큼은 예년 같지 않았다.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 한국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전체 관객 1,456만 명 중 64.5%에 불과했다. 전체 관객 1,495만 명 중 81% 이상이 한국영화를 선택했던 전년도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 같은 저조한 성적은 최근 대작 네 편이 모두 관객몰이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공식 작전>과 <더 문>은 각각 100만 명과 5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고, <밀정>과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510만 명과 3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러한 국내 극장의 고전과 대조적으로 OTT 오리지널 콘텐츠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마스크걸>, <무빙>이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달 18일 공개된 고현정, 나나, 이한별 주연의 <마스크걸>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주간 누적 시청자 차트 2위에 올랐고, 이후 개봉 2주차에는 1위에 올라섰다. 지난 9일부터 디즈니+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무빙>도 현재까지 한국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미국 유명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오징어 게임>이후 아시아 최고의 히트작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OTT 콘텐츠 수익 다각화
다만 OTT들도 예전 같지는 않다. 영화관에 비하면 나은 처지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어 다양한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으로 불리는 넷플릭스의 2분기 가입자 수는 2억3,8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589만 명이 증가했고, 매출도 2.7% 성장한 81억8,700만 달러(약 10조3,700억원)를 기록했지만, 월가의 전문가들이 예상한 83억 달러(약 11조90억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가입자당 평균 수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수익성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며 올해 지출을 3억 달러(약 3,978억원)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계정 공유 및 광고 요금제에 대한 조치를 포함한 여러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디즈니+의 2분기 가입자 수도 전년 대비 7.4% 감소한 1억4,610만 명으로 집계됐다. 디즈니는 수익성 강화를 위해 구독 가격을 인상하고 광고 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편 구독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비용 절감 조치를 통해 적자 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밥 아이거 CEO는 "제가 복귀한 후 8개월 동안 우리는 회사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창의성을 비즈니스의 중심으로 회복시켰고, 비용 절감을 위해 효율적으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두 기업 모두 성장이 정체됨에 따라 기존 콘텐츠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모두 기존 영화관과의 협업을 유력한 대안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관은 역사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배급 채널이기 때문이다. 2017년 넷플릭스의 <옥자>가 OTT와 영화관에서 동시에 개봉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 주요 인사들도 "영화관과 OTT 모두 새로운 수익 창출이 절실하다"는 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OTT와 영화관, 공존할 수 있을까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멀티플렉스가 최근 라이브 공연과 스포츠 중계에 진출한 것처럼 OTT 드라마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례로 롯데시네마는 <체르노빌>, <파친코>, <럭> 등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상영해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실제로 논의 중인 콘텐츠가 있다"며 다양한 방면에서 OTT와 협업할 의사를 내비쳤다.
메가박스 역시 양질의 콘텐츠 제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강조하며 협업에 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메가박스 관계자는 "대형 스크린과 최적의 음질이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표 영화관 체인인 CGV는 OTT 협업에 대해 개방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콘텐츠 수급에 대한 조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