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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광고 수익 급감으로 궁지에 몰린 SNS들이 줄줄이 유료화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메타는 유럽에 월 10유로(약 1만4,000원)에 광고 없이 자사 SNS(인스타그램·페이스북)를 이용할 수 있는 'SNA(광고 없는 구독)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다.
한편 2021년 애플의 앱 추적 투명성 기능(ATT) 도입,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 DSA) 등 개인정보 보호 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시장 안팎으로 SNS '맞춤형 광고'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메타를 비롯한 SNS 사업자들이 속속 활로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유료화 선두 주자 X, 따라가는 메타
기본 사업 모델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없는 무료 SNS는 일반적으로 수익성 확보를 위해 광고 사업을 영위한다. 이용자 기반을 갖춘 대형 SNS의 플랫폼의 경우 특히 수익률이 높은 '맞춤형 광고'를 통해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눈에 띄게 강화하면서 사용자의 이용 기록을 수집해야 하는 맞춤형 광고 사업은 힘을 잃기 시작했다.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SNS 서비스들은 '유료화' 전략을 채택했다. 가장 먼저 출발선에 선 것은 X(구 트위터)였다. X는 유료 계정 인증 상품인 X 프리미엄(구 트위터 블루)을 출시했다. X 프리미엄은 한 달에 8달러(약 1만원)을 납부하면 X 계정에 ‘인증됐다’는 의미의 파란색 배지가 표시되는 상품이다. 기업 계정에는 ‘골드 체크’, 정부 기관에는 ‘그레이 체크’를 부여한다.
이 밖에도 X는 30분 이내에 내용을 최대 5회 수정할 수 있는 '트윗 수정하기' 기능, 최대 4,000자에 달하는 ‘긴 트윗’ 기능 등을 X 프리미엄 혜택에 포함했다. 이에 더해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 9월 이스라엘 총리와의 대담에서 "X 사용에 대한 소액의 월 구독료를 받는 쪽으로 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X를 아예 '유료 SNS'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공개한 것이다.
메타 역시 이 같은 유료화 흐름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은 구글이나 애플의 앱마켓 수수료 정책에 따라 인스타그램·페이스북 SNA 서비스 비용이 약 13유로(약 1만8,500원)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양쪽에서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18유로(약 2만4,000원)를 납부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 베리파이드'로 유료화 시동
메타는 올해 초 이미 한 차례 유료화에 시동을 건 바 있다. 메타는 지난 1월 ‘메타 베리파이드(Meta Verified)’ 서비스를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했으며, 2월 미국에서 정식 출시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46억5,000만 달러(약 6조2,751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이상 급감하며 사내 위기감이 고조된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 베리파이드 서비스의 골자는 기존에 정치인, 연예인 등 유명인 사칭 방지를 위해 발급했던 블루 배지를 일반인에게도 제공하는 것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제출하는 정부 발행 신분증을 확인해 해당 계정이 실제 본인의 것임을 인증하는 블루 배지를 계정에 부여하는 식이다. 메타 측은 이를 통해 본인을 사칭하는 가짜 계정으로부터 진짜 계정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메타 베리파이드 서비스 이용자는 메일이나 챗봇이 아닌 실제 사람이 응대하는 고객지원 서비스에도 바로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 인증에 편의성 기능을 포함해 판매하는 X 프리미엄과 사실상 유사한 형태인 셈이다. 메타 베리파이드 구독료는 웹 이용자의 경우 월 11.99달러(약 1만5,600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모바일 앱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 월 14.99달러(약1만9,600원) 수준이다.
'개인정보 보호 규제' 속 SNS의 생존 전략
SNS 수익 구조 변화의 원인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 강화에 있다. 애플은 2021년 ATT를 도입하면서 이용자들이 맞춤형 광고의 차단 여부를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2021년 메타의 매출과 광고 매출은 각각 1,179억 달러(153조원), 1,149억 달러(149조원)까지 미끄러지며 사상 최초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EU가 DSA를 내놓으며 상황이 한층 심각해졌다. DSA는 특정 인종이나 성별, 종교 등에 대한 편파적 발언, 불법 콘텐츠 유포 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법안이다. 적용 대상은 EU 내 월간이용자수(MAU) 4,500만 명 이상 기업으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약 2억5,000만 명), 유튜브(4억170만 명), 트위터(1억90만 명) 등이 규제 최전선에 서게 됐다. DSA를 적용받는 기업은 외부 독립 회계, 데이터 공유 등 새롭게 부과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최근 아일랜드와 독일 등 EU 국가들은 최근 메타가 광고를 위해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전 동의를 제대로 얻지 않았고 판단, 과징금을 부과하고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ECJ(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 7월 메타가 사용자들의 사전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을 경우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메타는 오는 11월 말까지 ECJ 판결에 따라 모든 사용자로부터 맞춤형 광고 관련 동의를 새로 받아야 한다.
매출 대부분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에서 나오는 메타는 순식간에 낭떠러지에 몰렸다. 그런 만큼 최근 등장한 유료화 전략은 사실상 메타의 생존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SNS를 돈 주고까지 해야 하나", "대다수 이용자에게는 굳이 필요 없는 기능이다" 등 유료화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사면초가의 위기 상황에서 메타의 유료화 카드는 과연 '동아줄'이 돼 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