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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턴 노스아메리카 2023'서 세컨더리 거래에 대해 논의 투자·회수시장 위축되면서 세컨더리 시장으로 투자자금 몰려 LP에게 의사결정 위한 시간을 제대로 부여하지 않는단 지적도
지난 6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뉴욕에서 세계적인 투자 컨퍼런스 ‘슈퍼리턴 노스아메리카 2023(SuperReturn North America 2023)가 개최됐다. 해당 컨퍼런스에는 사모시장의 글로벌 리더와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참석해 자산배분, 마켓 디스로케이션(시장 혼란) 상황에서의 자금 조달, 공동 투자 등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틀째 날에는 최근 급성장한 세컨더리 시장과 관련해 거래를 주도하는 GP(위탁운용사)와 이에 대응하는 LP(출자자)의 운용 전략을 주제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투자 운용을 위한 의사결정에 최소 2주 이상 소요
'세컨더리 거래'는 기업공개(IPO) 등 새로 발행한 주식을 매입하는 프라이머리 시장과 달리 기존 주주나 투자자로부터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최근 투자와 회수 시장이 위축되면서 유동성이 필요한 벤처캐피탈(VC), 액셀러레이터, 엔젤투자자 등이 보유한 주식을 운용사가 매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에 토론에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GP 주도형 세컨더리 거래에 있어 LP들이 투자와 관련해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검토기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P들이 보유한 자산이나 지분을 전부 매각할지 아니면 규모를 줄여 투자를 지속할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시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세컨더리 거래에서 LP가 투자를 지속할지, 또는 완전히 종료할지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대해서는 GP와 LP간에 이견이 갈렸다. 일부 패널들은 세컨더리 시장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LP가 거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패널들은 GP가 LP에게 의사결정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투자 운용전략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최소 2주 이상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 기관 LP투자자협회(ILPA)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GP는 LP가 거래와 관련된 제안을 검토할 수 있도록 적어도 20영업일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뉴저지 주정부 실물자산 총괄 니라지 아가르왈(Niraj Agarwal)은 "GP는 LP가 지분의 매각이나 투자의 지속여부를 검토하는 데 평균 4주의 시간을 준다"며 "하지만 주정부가 운용하는 연금기금의 경우 거래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2주 정도의 시간을 주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때로는 GP가 LP에게 투자 결정을 위해 필요한 시간을 제대로 주지 않아 관계가 악화되기도 한다. 베어링스 자산운용사(Barings Asset Management)의 대체투자 총괄 미나 파체코 나제미(Mina Pacheco Nazemi)는 "최근 LP들은 일부 GP들이 심사와 협상, 계약에 소요되는 시간을 무리하게 단축시켜 LP들이 자신들의 투자 운용전략을 신중히 검토할 수 없도록 하는 데 불만을 가지고 있다"며 "어떤 LP들은 의사결정 기간을 단축해 자신들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GP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컨더리 시장 급성장, 적정한 가격인지 검토해야
통상 연금기금 등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과 사모펀드(PE) 출자 등 대체자산에 일정 비율씩 투자하는데, 지난해부터 주식과 채권이 하락하면서 대체자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전 세계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투자자들은 세컨더리 펀드 등 대체시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PE 시장의 침체로 LP와 GP들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컨더리 거래의 비중을 높였고 이에 최근 3년간 세컨더리 시장은 크게 성장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IPO 시장의 침체와 자산가치 하락의 영향으로 미국 PE 시장의 최종 청산 가치(Exit Value)가 전년 대비 6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전 세계 세컨더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GP 주도형 거래는 PE 매니저가 펀드가 종료되기 전에 일부 자산이나 지분을 매각하거나 혹은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유동성이 필요한 기존 LP들은 자산이나 지분을 매각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고 GP들은 불리한 회수 환경에서 검증된 기업의 지분을 할인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 그러나 세컨더리 거래가 확대되면서 LP와 GP 모두 이전보다 복잡한 프로세스를 거치게 됐다. 우선 LP의 경우 몇 가지 옵션이 있는데 보유한 지분을 유지하는 방법과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법, 혹은 두 방법을 모두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이러한 프로세스 속에서 LP는 자산가치나 거래 조건을 평가하는 등 투자와 관련한 판단을 해야 하는데 적절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GP는 잠재적인 매수자와 거래 조건을 협의한 후 LP자문위원회(LPAC)에 해당 거래를 알려야 한다.
이와 관련해 아가르왈 총괄은 “세컨더리 거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Continuation Fund)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며 “역사적으로 커밍글드 펀드(Commingled Fund)의 성과와 비교하면 현재의 가격이 적정한 것인지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컨티뉴에이션 편드는 당장 매각하기엔 아까운 자산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기존 자산을 옮겨 담는 투자 방식으로, 투자자들은 기존 펀드를 종료하지 않고 자산을 계속 보유하거나 새로운 투자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펀드를 유지하고 싶은 투자자와 처분하고 싶은 투자자간의 이해 차이가 발생하는 데다 거래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등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자산가치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는 점에서 거래 가격이 적정한지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컨더리 거래에 착수하면 자산을 처분하고자 하는 LP와 이를 인수하려는 GP간의 까다로운 협상 과정을 거쳐야 한다. 슈뢰더 로스 앤 자벨 법무법인(Schulte Roth & Zabel LLP)의 파트너 변호사이자 PE 펀드 매니저인 조셉 스미스(Joseph Smith)는 "세컨더리 거래를 시작한 GP들은 LP들과 최종 결정까지 시한을 두고 가격 협상을 진행한다"며 "만약 협상과정에서 일부 LP들이 거래를 지연시킬 경우, 전체 거래가 늦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경우 GP는 LP에게 거래를 제안하기 전에 이미 신중한 검토와 확인을 거치기 때문에 LP들에게 투자와 관련한 의사결정 기간을 길게 줄 필요는 없다"며 "투자 경험이 많고 적극적인 LP는 신중한 검토를 거쳐 미리 준비하기 때문에 세컨더리 거래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제미 총괄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LP들이 거래를 결정할 때쯤이면 대부분 투자와 관련된 의사결정은 마무리된 상태"라며 "세컨더리 거래에서 이같은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안은 LP와 GP가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갑작스럽게 투자 결정을 알리고 2주 안에 주요 사항을 확인하도록 하는 것보다는 LP들과의 소통을 현재 고려 중인 투자 전략에 대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