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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자본, EPL·NBA·NHL 등 프랜차이즈 구단 인수 아크토스·777파트너스 등 스포츠 부문 투자 확대 2023년 스포츠 시장 최고의 PE 투자 5건 선정
지난 10년간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구단 소유와 관련한 규정들이 완화되면서 미국의 사모펀드(PE) 자본이 주요한 딜메이커로 등장했다. 그동안 미국 스포츠팀의 가치는 S&P500보다 빠르게 상승했고 이들은 각 리그의 인기 구단을 인수하면서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유럽 축구 5대 빅리그의 클럽에 대한 투자 거래가 대폭 증가했다. 시작은 2005년 미국 스포츠 재벌 말콤 글레이저(Malcolm Glazer) 가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Manchester United FC)였다. 20년 전만 해도 유럽 축구 클럽은 대부분 억만장자 개인이 소유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축구 클럽의 매출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이다.
올해 유럽 축구 5대 빅리그에서 PE, 국부펀드 등 투자회사가 소유한 클럽의 비중은 17%에 이른다. 현재도 미국의 PE 자본이 유럽 빅리그로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투자 거래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유럽 축구 5대 리그 클럽 중 36.5%가 소유, 경영, 후원 등을 통해 미국의 PE 자본과 연관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에는 미국의 투자회사 777 파트너스(777 Partners)가 프리미어 리그 에버튼FC(Everton FC)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PE 자본은 유럽 축구 클럽을 넘어 북미 지역의 프랜차이즈 구단을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美 투자회사 아크토스, 리그앙 PSG 지분 12.5% 인수
피치북은 최근 유럽 축구 빅리그 클럽, 북미 프로 스포츠팀과 관련된 PE 투자를 분석해 올해 프로 스포츠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은 PE 투자 5건을 선정했다. 이 중 첫 번째는 아크토스 파트너스(Arctos Partners)의 파리생제르맹(Paris Saint-Germain, PSG) 지분 인수다.
지난해 리그앙(Ligue 1)의 챔피언인 PSG는 확보한 자금을 구단 운영과 부동산 사업 확장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투자 거래를 통해 자본을 강화한 PSG의 구단 가치는 40억 유로(약 5조6795억원)으로 상향됐다. 아크토스는 PSG 투자에 앞서 잉글랜드 축구 클럽 리버풀 FC(Liverpool FC)의 구단주 펜웨이 스포츠 그룹(Fenway Sports Group, FSG)에 자금을 지원하며 유럽 축구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지난 2010년 FSG는 약 3억 파운드(약 4,960억원)에 리버풀을 인수했다.
NBA 샬럿 호네츠, NHL 탬파베이 라이트닝 지분 매각
두 번째는 미국프로농구(NBA)팀 샬럿 호네츠(Charlotte Hornets)의 매각이다. NBA는 미국프로야구(MLB), 미국프로풋볼(NFL), 미국프로하키(NHL)과 함께 북미 지역에서 PE 자본의 구단 소유를 허용하는 4대 스포츠 리그 중 하나다. 현재 NBA 30개팀 중 20개팀이 구단 경영이나 재정 측면에서 PE와 관련돼 있으며 이는 4개 프로 스포츠 중 가장 큰 규모다.
올해 6월 16일 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은 13년간 구단주로 있던 샬럿 호네츠의 지분 대부분을 멜빈 캐피탈(Melvin Capital)의 창업자 게이브 플롯킨(Gabe Plotkin), CD&R(Clayton, Dubilier & Rice) 공동 대표 릭 슈넬(Rick Schnall), 다일홈코트 파트너스(Dyal HomeCourt Partners) 등이 참여한 투자 그룹에 매각했다. 거래가격은 약 30억 달러(약 4조원)로 알려졌으며 이는 2010년 조던이 구단을 매입했을 때 지불한 2억7,500만 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오른 금액이다.
반면 NHL은 32개팀 중 10개팀이 PE 자본과 연관돼 있으며 이는 미국 4대 스포츠 리그 중 PE 자본의 비중이 가장 낮다. 아이스하키팀 탬파베이 라이트닝(TampaBay Lightning)의 구단주 제프 비닉(Jeff Vinik)은 지난 2021년에 이어 두 번째로 아크토스에 지분 일부를 매각했다. 이번 거래로 탬파베이 라이트닝의 구단 가치는 전년 대비 40% 이상 오른 14억 달러(약 1조8,400억원)로 평가됐다.
EPL에선 첼시·리버풀에 각각 5억 달러, 2억 달러 투자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클럽에 대한 투자 사례다. 올해도 전통적인 인기 구단이 많은 EPL에 대한 투자가 이어졌다. 지난해 토드 보엘리(Todd Boehly), 클리어레이크 캐피탈(Clearlake Capital), 마크 월터(Mark Walter), 한스요르그 위스(Hansjörg Wyss)가 이끄는 컨소시엄이 잉글랜드 축구클럽 첼시 FC(Chelsea FC)을 인수했다. 당시 매각가는 40억 파운드(약 6조3,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올해 9월에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아레스 매니지먼트(Ares Management)가 첼시에 5억 달러(약 6,500억원)를 투자했다. 앞서 지난해 아레스는 스포츠·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37억 달러(4조8,400억원)를 모았는데 이 자금은 첼시 홈구장 재건을 비롯해 다른 축구 클럽의 지분을 인수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올해 9월에는 EPL 클럽에 대한 투자가 활발했다. 미국의 스포츠 투자회사 다이너스티 이퀴티(Dynasty Equity)가 2억 달러(약 2,600억원)를 투자해 리버풀 FC(Liverpool FC)의 소액 지분을 매입했다. 구단주인 FSG는 다이너스티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이번 거래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부채 상환과 기타 운영 경비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