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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PF 위기 터진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하며 낭떠러지로 위기 감지한 태영그룹, '기업가치 3조원' 에코비트까지 매각한다 부동산 시장에 감도는 불안감, 건설사 PF 시한폭탄 터지나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위기에 따른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가운데, 모회사인 태영그룹은 주요 계열사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종합환경기업 에코비트를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책을 확정,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을 중심으로 부동산 PF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하자, 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건설사 줄도산' 사례를 떠올리며 공포에 떨고 있다.
"태영건설 살려라" 계열사 매각 나선 태영그룹
28일 시공 능력 평가 16위 대형 건설사인 태영건설은 28일 PF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시공 순위 30위권 이내 대형 건설사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것은 2013년 쌍용그룹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현재 태영건설의 PF 대출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28일 만기가 돌아온 480억원의 서울 성수동 오피스 빌딩 PF 대출도 상환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모기업인 태영그룹은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숨통을 틔우고, 그룹 전반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태영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전량을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매각하고, 평택싸이로의 일부 지분을 처분한 바 있다. 알짜 기업으로 꼽히는 에코비트 역시 매물로 내놨다. 에코비트는 2021년 태영그룹의 TSK코퍼레이션과 KKR의 에코솔루션그룹(ESG)을 합병해 만든 기업이다. 현재 지분은 TY홀딩스와 KKR이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에코비트는 지난해 6,427억원의 매출과 1,20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자그마치 18.8%에 달하는 흑자 기업인 셈이다. 지난해 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500억원에 육박한다. 시장에서는 에코비트의 몸값이 2조~3조원에 달할 것이라 점치고 있다. 거대한 몸집을 자랑하는 에코비트를 매각하는 데 성공할 경우, 태영그룹은 낭떠러지에 몰린 태영건설을 끌어올릴 만한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PF 폭발' 위기감 고조
태영건설의 부동산 PF 위기는 시장 전반에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동산 호황기 당시 덩치를 불린 부동산 PF가 분양 시장 침체로 빠르게 부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말 92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부동산 PF 규모는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올해 9월 말 134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까지 뛰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건설업체의 지난 8월 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21개 건설사)에 달한다. 우발채무는 부동산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가 실제로 떠안게 되는 채무를 일컫는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시장은 본격적인 혼란에 휩싸였다. 차후 금융권이 건설사 대상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신용 보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4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며 GS건설의 신용등급도 ‘A+(부정적)’에서 ‘A(긍정적)’로 내려 잡은 바 있다.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하락했다.
신세계건설 역시 부채비율이 467.9%에 달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대우산업개발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건설, 대창기업, 신일 등은 이미 올해 기업회생 절차에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 PF 위기가 불러올 '여파'에 대한 불안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동산 PF 위기가 본격화하며 내년도 분양시장이 눈에 띄게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