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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광객 발길 끊겼다. 면세점 매출 5개월 만에 하락 전환 중국으로 가지도, 중국에서 오지도 않는다? '반중 정서'의 영향력 경제 전반에 낀 먹구름, 소비 여력 없는 중국인들은 관광 포기해
면세점 매출이 5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은 1조1,553억원으로 전월 대비 13.1% 감소했다. 송객 수수료(리베이트)가 감소하며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6년 만에 재개된 중국 단체 관광 역시 이렇다 할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면세점 매출을 책임지는 중국인의 관광 수요는 현재 세계 각국의 반중 정서, 중국 경제 수축 등 각종 압박에 짓눌리고 있다.
급감한 중국 관광객, '반중 정서' 의식했나
9~10월 연휴 기저효과를 제외한 면세점 매출 저하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중국인 수요 감소'가 지목된다. 업계는 올해 초부터 매출 40% 이상을 차지했던 송객 수수료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다. 송객 수수료란 면세점이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한국 현지 여행사, 관광통역 안내사, 출발국 여행사 등에 지급하는 관광객 유치 대가를 의미한다. 송객 수수료가 줄어들면서 대량 구매 고객인 다이궁이 면세점에서 자취를 감췄고, 면세점 매출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중국 단체 관광객(유커) 수요 역시 말라붙었다. 지난 8월 중국 정부는 6년 만에 방한 단체 관광을 허용한 바 있다. 이후 중국 여행사를 중심으로 꾸준히 모객이 이뤄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체감이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달 전국 공항의 중국 노선 이용객 수는 73만7,632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11월 대비 48%에 그쳤다.
중국인의 관광 수요가 급감한 원인으로는 중국의 폐쇄적인 대외 정책 및 미-중 갈등으로 인한 ‘반중 정서’가 꼽힌다. 세계 각국이 중국에 대해 본격적인 반감을 품기 시작한 가운데, 중국 관광객 역시 차별 어린 시선을 우려하며 관광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중국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끊겼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 문화여유부의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여행사를 통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5만2,000명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 1분기(370만 명) 대비 1.4% 수준이다.
가라앉는 중국 경제, 여행 갈 여유는 없다
중국의 경기 침체 기조 역시 관광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국의 소비 전반이 위축되며 해외 관광 수요 자체가 쪼그라들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올해 초 제로 코로나 정책을 마무리하며 '리오프닝'을 꿈꿨지만, 결국 팬데믹의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중국의 경제도 꾸준히 가라앉고 있다. 중국 대형 부동산 기업들은 줄줄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전 세계 투자은행들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려 잡기 시작했다.
중국을 지탱하는 '축'으로 꼽히는 제조업 역시 휘청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30일 '11월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가 지난달보다 0.1포인트 하락한 49.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49.7)는 물론 기준치(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국의 제조업 PMI는 4월 49.2를 기록한 이후 8월까지 5개월 연속 50 이하를 기록했으며, 9월에 접어들어서야 겨우 50.2로 반등했다. 하지만 10월 다시 50 이하로 미끄러졌고,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50 아래를 유지하고 있다. PMI는 관련 분야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다. PMI 수치가 50보다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 국면이라고 풀이한다.
4분기 들어 중국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경기 전반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중국 소비자들은 관광을 비롯한 '사치'를 하나둘 포기하는 실정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중국인의 중화권을 제외한 순수 해외 국가 출국 비중은 2019년 3분기 61.3%에서 2023년 3분기 40.9%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