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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매력 없어" 이공계 엘리트들의 탈(脫)한국 움직임, 국가경쟁력에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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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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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령인구 줄어드는데 해외로 나가는 이공계 학생은 여전한 수준
2050년에는 국내 이공계 인력 현재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도
연구환경·비자 문제 개선 등 정부 차원의 인재 유치 전략 마련해야
이공계 고급인재 탈한국 현상_20240102

최근 10년간 해외로 난 국내 이공계 인재가 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이공계 학부생을 비롯해 석·박사급 고급 인력은 매년 3만 명에서 4만 명씩 지속적으로 떠나는 추세다. 이에 인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간 50년 뒤 이공계 인재 부족 문제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발 빠른 정책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이공계 인력 유출, 심각 수준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 이공계 학생 유출 현황이 총 33만9,275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10년간 해외로 떠난 석·박사 급 인력은 9만6,000여 명에 달한다. 최근 캐나다 AI 솔루션기업 엘리먼트AI가 국가별 AI 인재들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국의 AI 인력 유입 지수는 -0.297로 집계됐다. 이는 AI 인재를 해외에 공급하는 ‘생산국’, 즉 인재 유출국에 속한다는 의미다.

보다 심각한 것은 초중고·대학 학령인구가 2013년 약 940만 명에서 2022년 약 750만 명으로 20% 이상 감소했음에도 해외로 떠나는 이공계 학생 수는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은 앞으로 2050년경에는 국내 이공계 인력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공계 인력 유출은 국가기술력의 급락을 견인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에서 발표한 ‘세계 경쟁력 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전체 64개국 중 28위로 2022년보다 1단계 하락한 수준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는 ▲경제성과 14위 ▲정부효율 38위 ▲기업효율 33위 ▲인프라 16위로 집계됐다. 특히 인프라 중 기술부문은 64개국 중 23위로 전년 대비 4단계나 하락했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 기술인프라 경쟁력이 8위를 차지한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수치다.

IMD 과학·기술경쟁력_한국나라지표_20240102
2017~2023년 IMD 과학·기술경쟁력 지표, 주: 국가경쟁력(블루), 과학경쟁력(퍼플), 기술경쟁력(옐로우)/출처=한국나라지표

국내 체류 망설이는 건 '돈 문제' 때문만은 아냐, 연구환경 개선도 필요

나날이 심각해지는 이공계 인재 유출은 국내 이공계 산업 환경의 질적 저하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과학·공학자들은 “국내에 이공계 석·박사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해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부에서 이공계 인재들의 국내 정착을 위해 여러 제도를 시행한다는데 실효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들이 꼽는 국내 이공계 정책의 문제점은 ▲과학기술 정책 일관성 부족 ▲관리·평가 중심의 연구 환경 ▲수직적인 연구문화 ▲해외 공동연구 전무 ▲우수한 동료 연구진 부족 ▲데이터·컴퓨팅 시스템 등 연구인프라 미비 등이다.

물론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4년에는 박사급 연구자를 유치하는 BP(Brain Pool) 사업을 실시했으며, 비교적 최근인 2020년부터는 신산업 분야의 정상급 연구자를 유치하는 BP플러스 사업도 시행했다. 하지만 성적은 처참하다. 18년간 약 1,830억원을 투입했으나 이공계 인재 2,619명을 유치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보다 실효성 있는 이공계 육성책 및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관련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부 인재 유입률이 높은 글로벌 주요국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영국, 독일 등은 이공계 인재를 대상으로 비자 취득을 간소화하고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연구 환경의 질적 개선 등에 전념하고 있다. 영국은 학비·생활비 지원은 물론 영주·귀화 패스트트랙까지 지원하고 있으며, 독일은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줄이고, 연구인프라를 전담 운영하는 테크니션들이 배치된 막스플랑크연구소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정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우수 인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비단 돈 때문만은 아니라 주거·교육 문제 등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면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면 인근에 우수 인재를 위한 주택 단지를 조성하고 좋은 학교를 설립하는 등 정주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전했다. 기술 패권 경쟁시대에서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 인재다. 인재가 될 학령인구의 감소가 피할 수 없는 미래로 다가오는 만큼 '소수정예 국내 이공계 인재 지원책'이나 해외로 떠난 인력을 한국으로 '리턴'시킬 정책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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