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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스타트업 중 최대 누적 투자유치금액
2년 사이 물동량 300% 이상 증가
2PL→3PL 흐름 주도하는 디지털 포워딩
디지털 운송주선업(포워딩) 스타트업 셀러노트가 6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B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에는 기존 투자자인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와 더불어 신규 투자자 엔베스터가 합류했다. 이로써 셀러노트의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136억원을 넘어서며 국제 물류 관련 스타트업 통틀어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됐다.
교육 사업에서 직접 운영으로
디지털 포워딩 솔루션 '쉽다(ShipDa)'의 운영사 셀러노트는 2019년 5월 이중원 대표가 설립했다. 창업 전 대기업에서 약 5년간 포워딩 업무를 수행한 이 대표는 재직 시절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회사를 설립, 포워딩 관련 교육 사업으로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이 대표는 “물류 업계의 디지털화가 느리다 보니 수강생들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불편사항)가 많았고, 이를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에 투자를 받아 디지털 포워딩 솔루션을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탄생한 쉽다는 수출입 기업의 화물을 직접 책임지고 운송하는 서비스로, 웹 페이지를 이용해 운송 스케줄부터 운송수단 확인 및 추적, 통관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실시간 제공한다. 여기에 국내 보관 및 배송이 가능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자체 시스템으로 구축해 소비자 편의를 높였다.
서비스 론칭 이후 쉽다는 빠른 속도로 물동량과 고객사를 늘려 왔다. 셀러노트가 2020년 쉽다를 시장에 선보인 이후 물동량은 2021년 4만2,000CBM(㎥)에서 지난해 17만5,000CBM으로 316% 뛰었고, 가입사 수는 같은 기간 7,000개사에서 1만1,500개사로 64% 증가했다.
셀러노트는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이달 15일 출시한 싱가포르 서비스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셀러노트는 지난해 7월 KB금융 산하 스타트업 보육기관 KB이노베이션허브가 모집한 ‘2023 KB스타터스 싱가포르’ 프로젝트에 선정된 후 꾸준히 해외 진출을 준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그간 수입에 집중됐던 서비스를 수출입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엔베스터의 전형순 전무는 “유통 사업의 본질은 결국 좋은 상품을 얼마나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짚으며 “글로벌 전자상거래가 일상화된 시대에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운송 서비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셀러노트는 유통과 물류에 대한 본질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디지털화해 성과를 만들어 낼 역량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국제 물류 시장 연평균 12.9% 성장
팬데믹을 전후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를 수행하는 국제 물류 사업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렌스포트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1년 약 100조원 수준이던 국가 간 전자상거래(CBE) 물류 시장은 2026년에는 176조원으로 연평균 12.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독일의 DHL과 DB쉥커, 미국의 UPS 등 주요 물류 기업들이 앞다퉈 포워딩 시장에 뛰어든 배경도 여기에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포워딩 사업 확대를 선언하고 나섰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국내 포워딩 시장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2PL, 즉 자회사 물류 형태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이들 물류기업은 모회사에서 발생하는 물량 중 상당 부분, 심지어 거의 모든 물량을 처리하며 포워딩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는 포워딩을 전문으로 수행하는 3PL(제3자 물류)가 주를 이루는 글로벌 시장과 가장 대비되는 특징이다.
전문가들은 협업에 보수적인 국내 시장 분위기가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 포워딩 업계 관계자는 “3PL 형태가 활성화하려면 기업 간 협업이 필수인데, 아직 국내기업들은 정보 공유 등을 민감하게 여기는 성향이 크다”고 풀이했다. 2PL이 주를 이루는 시장 구조에서는 특정 기업이 구성한 시스템 안에서만 이동하는 물류가 많아 3PL 형태가 자리를 잡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기업 자회사가 주름잡던 국제 물류, 디지털 포워딩으로 변화 바람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포워딩이 고도화하면서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정보기술(IT)서비스를 기반으로 퍼스트마일(해운·항공운송)과 미들마일(내륙운송) 통합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이 연이어 출시되면서다. 이들 디지털 포워딩 서비스는 특정 물류의 무역 및 통관에 필요한 서류 확인, 실시간 이동 현황 등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탐색 시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하면서 소비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제고했다. 대기업 가운데선 삼성SDS가 디지털 포워딩 솔루션을 제공 중이며, ‘G-솔루션’을 운영 중인 씨에어허브, ‘위트(Wet)’ 운영사 쿠콘, ‘코바스(COVAS)’ 운영사 엔터크론아이앤씨 등 스타트업들도 활발히 성장하고 있다.
물류 시장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른 디지털 포워딩 분야에서 셀러노트는 쉽다의 경쟁력으로 풀필먼트가 결합한 원스톱 서비스를 꼽았다. 해운·항공 운송부터 수입 통관, 풀필먼트 센터, 최종 소비자 및 거래처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통합 관리해 고객사는 상품 판매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쉽다 플랫폼 내에서는 수출자 정보만 입력하면 운송 스케줄과 수단, 통관을 비롯한 모든 내역에 대한 실시간 추적이 가능하며, 수입 물건의 풀필먼트 센터 입고 후에는 최종 소비자에게 보내는 택배 발송까지 위탁할 수 있다.
이중원 대표는 “요즘 같은 투자 혹한기에 우리의 성장과 비전에 공감하고 투자를 제안해 준 투자사가 있다는 것은 쉽다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과 같다”고 평가하며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무역을 쉽게 만드는 디지털 포워딩 서비스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