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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시가격 올랐지만, 지방은 오히려 '내림세' 하락세 보이는 지방 부동산, 준공 후 미분양 건수도 지방 위주 PF 부실도 '윤곽', 지방 아파트값 추락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아파트를 비롯한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1.52% 올랐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이 동결돼 시세 변동분만 반영된 영향이다. 문제는 지방 부동산 시장이 점차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수도권 인근은 오른 반면 지방은 하락했다. 준공 후 미분양 건수 등 지표도 지방 부동산 상황이 악화했음을 보여준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평균 1.52% 상승
19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1,523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공개하고 내달 8일까지 소유자 의견을 접수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52% 상승했다. 2005년 공동주택 공시 제도 도입 이후 6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상승 폭 기준으론 3번째로 낮은 변동률이다. 현실화율이 동결돼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격에는 지난해와 같은 현실화율 69%가 적용됐다. 한국부동산원이 산정한 아파트 시세가 10억원일 경우 공시가격은 6억9,000만원으로 산정된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016~2020년 5년간 매년 4~5%대 상승률을 보이다 집값 급등과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도입이 겹친 2021년 19.05%, 2022년 17.20%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집값이 떨어진 데다 ‘보유세 부담 완화’를 공약을 내건 윤석열 정부가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도입하기 이전 수준(69.0%)까지 끌어내리면서 공시가격이 역대 최대치인 18.61% 하락했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현실화율을 지난해와 같은 69.0%로 적용한 게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 폭을 줄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당초 현실화 로드맵에서 2024년 공동주택 현실화율은 75.6%였으나, 윤석열 정부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추락하는 지방 부동산, 떨어지는 공시가격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지방 부동산 시장의 추락이다. 당장 공동주택 공시가격만 봐도 수도권 인근은 오른 반면 지방은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인천·경기 등 7곳은 공시가격이 올랐지만, 대구·부산 등 10곳은 떨어졌다.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상승한 곳은 세종으로 2022년 대비 6.45%나 올랐다. 반면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내려간 곳은 대구로, 4.15% 하락했다. 이외 광주(-3.17%), 부산(-2.89%), 전북(-2.64%), 전남(-2.27%) 등도 2~3%의 하락률을 보였다.
지방 부동산의 하락세를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는 준공 후 미분양 건수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해 10월 총 1만224가구로 전월 대비 7.5% 증가했는데, 이중 지방이 8,270가구로 전체의 81%에 달한다. 준공 후 불 꺼진 아파트 10채 중 8채가 지방에 몰려 있는 셈이다. 입주전망지수도 하락세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입주전망지수는 71.7로 전달 대비 1.2p 하락했다. 수도권은 11월 80.1에서 12월 81.6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지방이 광역시(76.5→74.4)와 도지역(67.5→66.0) 모두에서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체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여기서도 대구는 16.9p(86.9→70.0)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PF 문제도 수면 위로, '4월 위기설' 현실화할까
이렇다 보니 지방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도 수면 위로 드러나는 추세다. 2023년 11월 말 기준 신용등급 A1과 A2 이하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간 신용스프레드는 2.65%p다. 2022년 9월 말께만 해도 0.87%p 수준이었지만, 레고랜드 사태 이후 크게 확대된 상태가 1년 내내 지속됐다. 즉 그 기간 동안 PF 불안이 계속됐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지난 1년간 PF 옥석 가리기도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당국은 지난해 4월 부실 우려 PF 사업장과 관련해 채권 금융기관 주도로 채무조정을 통한 정상화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 금융권을 포괄하는 PF 대주단 협약을 개정·시행했다. 이후 일부 사업장에 대한 정리가 이뤄지기 시작했지만, 부동산 경기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만한 대형 사업장은 만기 연장에 급급했다. 르피에르 청담도 4,64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이 내년 5월까지 연장됐다. 선순위 채권자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만기 연장에 반대하다가 입장을 바꾼 영향이다.
금융기관들이 PF 만기 연장을 해온 건 1년만 버티면 상황이 나아지리란 막연한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Fed는 금리 인하를 올해까지 유보했고, 최근 들어선 지방 부동산 PF 부실 여력마저 확산하면서 상황이 오히려 악화 일로를 걷는 양상이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4월 위기설'도 거듭 언급된다. PF 대출 만기가 몰려 있고 고금리 상황에서 정부 정책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이 이어지면 4월 총선을 기점으로 건설업계 전반에 큰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방 부동산 입장에서 지방 아파트값 추락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