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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쏠림 심화, 저축은행 연체율 급등
지방 저축은행 상황 더 열악, 연체율 최고 8%대
다시 고개 드는 경공매 의무화, 그 이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가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방저축은행의 연체율이 8%대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위험수위에 오르면서 신용평가사들은 저축은행 신용등급을 줄줄이 강등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PF 사업장 경공매 활성화에 난색하고 표하던 저축은행들도 금융당국의 강한 건전성 압박까지 이어지자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광주·전남·전북지역 저축은행 연체율 8.1%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예금보험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광주·전남·전북지역 저축은행 연체율은 8.1%로 전년 동기 4.3%보다 3.8%포인트p 상승했다. 이어 대구·경북·강원과 대전·충남·충북은 7.8%를 기록했다. 두 지역은 전년에도 4.2%로 같았으며 1년 만에 3.6%p 높아졌다.
경기·인천이 7.6%, 부산·울산·경남이 6.4%로 각각 전년 같은 기간 3.5%·3.8%에 비해 4.1%p, 2.6%p 올랐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55%로, 전년 대비 3.14%p 올라 2011년 저축은행 사태(5.8%p)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이는 서울(6.0%)과 부산·울산·경남(6.4%)을 상쇄한 것으로 이들 지역을 제외한 지방저축은행의 전국 평균 연체율을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이 7~8%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미 지방의 경우 이 수치를 찍은 것이다. 이는 곧 그만큼 저축은행 연체율이 최악의 상황에 도달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정이하여신비율도 심각하다. 대구·경북·강원의 경우 10.2%까지 치솟았고, 경기·인천(8.8%), 광주·전남·전북(8.5%), 대전·충남·충북(8.4%)도 8%대로 뛰어올랐다.
지방저축은행의 연체율이 급등한 이유는 부동산 관련 대출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그간 비대면 모바일뱅킹의 발달로 지역밀착형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기능이 축소된 상황에서 부동산 담보·부동산 PF 대출 취급 비중을 높였는데 건설·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전체 연체율도 동반 상승한 것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광주·전남·전북 지역 저축은행 7개사의 전체 대출금 규모 대비 부동산 관련 대출(부동산 담보·건설업·PF 대출) 비중은 37.3%였고, 연체율은 9.33%에 달했다. PF 연체율도 13.8%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이 직격탄을 맞긴 했지만 이는 업권 전체의 문제기도 하다. 지난해 말 저축은행 PF 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 대비 1.38%p 오른 6.94%로, 전 업권 중 가장 상승 폭이 컸다.
저축은행 신용등급 줄줄이 하향조정
저축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신용평가사들은 줄줄이 저축은행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저축은행업권 자산 순위 6위인 페퍼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로 기존 등급(BBB, 부정적)보다 하향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고금리가 이어지며 자본 조달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자산건전성이 악화한 점을 강등 이유로 밝혔다.
한국기업평가는 바로저축은행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내렸다. 지난달에는 한국신용평가가 JT친애저축은행의 신용등급을 BBB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저축은행이 퇴직연금을 운용하려면 BBB 이상을 받아야 하는데, 회사채 등으로 자금 조달이 어려운 저축은행업권의 경우 이러한 신용등급 강등은 신규 자금 조달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최근 10여 개 저축은행에 재무구조 관리 방안과 비상시 자본조달 계획 등을 담은 자본확충방안을 마련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다시 고개드는 경공매 활성화
높아진 연체율 압박을 풀기 위해 여러 방안이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경공매 활성화 또는 의무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PF 사업장 가격을 둘러싼 이견이 극심한 와중에 경공매 절차가 지연되면서 PF 대출 연체율로 인한 저축은행들의 전반적인 실적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또한 새출발기금에만 매각할 수 있었던 개인사업자 연체 채권의 경우 지난 2월부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부실채권(NPL)투자사 등으로 매각 통로가 넓어졌지만,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비슷하게 연체율이 치솟고 있는 상호금융권에 경공매 압박이 강하게 들어가면서 저축은행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는 형국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새마을금고를 비롯해 농협, 수협, 신협 등 상호금융권은 모범 규준을 개정해 부실 부동산 PF 대출 사업장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햇다. 새 규정에 따라 각 상호금융 단위 조합들은 PF 대출 원리금이 6개월 이상 연체되면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3개월 단위로 무조건 경공매를 통해 사업장 처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골자다.
최종 유찰 가격을 기준으로 3개월 후 다시 경공매를 실시해야 하는데, 직전 진행한 경공매 최종 유찰 가격을 첫 입찰 가격으로 제시하게 되면 수차례 반복 후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계속 유찰이 되더라도 떨어진 가격에 맞춰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사업장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고, 연체율 관리도 가능하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인 것이다.
금융당국 압박 수위 높아져, 버티기 어려울 것
경공매 의무화가 처음으로 거론된 것은 오히려 상호금융권보다 저축은행업계가 더 빨랐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저축은행업권에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저축은행중앙회는 부실화된 일부 부동산 PF 대출 효율적 정리를 위해 경공매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3개월 이상 연체된 PF 대출에 3개월 단위로 경공매를 진행해야 한다는 표준 규정에 반영해 지난달부터 실시한다고 밝혔다. 또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달 연체율 관리 계획이 미진한 일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건전성 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PF 경공매에 소극적인 저축은행들이 연체 채권을 제대로 매각하고 있는지에 대해 현장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경공매 압박에도 불구하고 부실 채권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미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했을 뿐만 아니라, 경공매가 유찰되면 최종 가격이 깎이게 되고 낮은 가격으로 손해를 보면서까지 부실 채권을 매각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향해 PF 채권 경공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날로 높이고 있어 오래 버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국이 직접 사업장 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는 만큼 위험 등급 분류를 세분화해 사업장을 유지하는 비용을 높여 경공매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으로서는 버티길 희망하겠지만 결국 실적이 좋지 않은 순서대로 경공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부실채권 매각에 정부 지원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업계의 선택지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