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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C레벨' 품은 종목들, 급등 후 폭락 반복해
리딩방 통해 투자자들 끌어모은 뒤 차익 실현하는 수법
'골든센츄리' 주가 조작 사태 이후로도 피해 이어졌다
나스닥 상장사가 국내 세력의 '시세 조종'에 이용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소위 '리딩방(주식 종목 추천 채팅방)'을 통한 투자 사기 피해가 미국 등 해외 증시까지 확산한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나스닥 상장사의 주주 또는 핵심 임원인 중국계 인사가 이번 시세 조종 사태를 이끌었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중국 세력의 시세 조종 정황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급락한 △메종솔루션스(MSS) △노던(NCL) △샹숑인터내셔널홀딩(CHSN) △이홈하우스홀드서비스(EJH) △마이크로클라우드홀로그램(HOLO) 등 나스닥 상장사는 모두 현재 시가총액이 100억~300억원대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 증시에서도 초소형 종목으로 분류되는 규모다. 이처럼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기업은 적은 자금으로도 시세를 조종하기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소위 '작전세력'의 타깃이 되기 쉽다는 의미다.
현재 논란의 중심축에 선 한 세력은 시세 조종의 무대로 한국을 택했다. 한국에서 리딩방을 운영하며 이들 종목의 주가를 한 달 만에 5배 이상 올리고, 하루 만에 60~80%대로 폭락시키는 패턴을 반복하며 수익을 올린 것이다. 리딩방 운영진은 수익을 챙긴 이후 오픈채팅방을 삭제하며 종적을 감췄다. 이들 기업 주가는 현재 주당 5달러 미만까지 미끄러졌고, 거래 역시 사실상 말라붙었다. 리딩방 운영진의 말에 속아 투자를 단행한 국내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을 떠안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업계는 해당 세력이 시세를 조종한 종목들의 'C레벨(CEO, CFO, CMO 등의 기업의 최고 경영진)'들이 모두 중국과 연관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리딩방 운영진의 계좌가 중국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해당 사례는 한국 금융감독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중국 세력의 국내 주가조작 전례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처럼 중국 작전 세력이 국내 시장을 '무대' 삼아 시세를 조종한 사례가 상당수 누적돼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한 중국 기업(이하 A사)의 경영진 등 회사 관련자들을 자사 주가 시세 조종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A사는 코스닥에 상장된 시가총액 1,000억원 이하 규모 중국 기반 기업으로, 실제 사업은 중국 내 사업 자회사를 통해 영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은 A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중국인 B씨, A사의 한국연락사무소장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C씨 등이 2017~2018년 중 5개월간 시세 조종 주문 약 3만4,000여 회를 제출해 A사의 주가를 끌어올렸다고 봤다. 수백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유상증자 결정 발표 이후 주가가 미끄러지자, 신주 발행가액을 일정 수준으로 상승·유지하기 위해 시세 조종을 단행했다는 지적이다.
A사의 한국 연락사무소장 C씨는 본인을 비롯해 가족, 지인 명의 차명 계좌 여럿을 개설한 뒤 중국 내 주가조작 '선수'에게 계좌 정보를 제공해 시세 조종에 활용했다. 주가조작 선수는 해외에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고가 주문, 허수매수, 가장매매 등 시세 조종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계 기업 A사의 정체
당시 업계에서는 A사의 정체가 트랙터 휠과 완성차를 생산 및 판매하는 중국계 기업 '골든센츄리(Golden Century, 케이만금세기차륜집단유한공사)'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로 골든센츄리는 2017년 11월 17일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약 407억원을 조달하기 위한 유무상증자를 결정하고, 2018년 중 유상증자를 실행했다.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이 최종 결정된 2018년 1월 중순까지 골든센츄리 주가는 14.41% 상승했다.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진행한 유상증자의 1차 발행 가격은 2,400원이었지만, 시세 조종 이후 2차 발행 가격은 2,860원까지 상승했다. 결과적으로 골든센츄리는 유상증자 최종 발행가격을 2,430원으로 확정하며 애초에 모집하려던 자금(407억원)보다 더 많은 자금(411억원)을 확보했다.
이듬해인 2019년 추가로 진행한 2차 유상증자에서는 골든센츄리의 한국 연락사무소장이 유상증자 실시 정보를 사전에 알고 보유 주식을 미리 처분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한국 연락사무소장은 3억5,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미공개정보를 무단 이용해 개인의 손실을 최소화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