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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빈 방문 일정 시작한 푸틴 대통령, 공동성명서 우크라 전쟁 언급
서방과 대결구도 이어가는 러시아, 반면 중국 발걸음은 미국 중심 '세계질서'로
서방 제재에 중국 의존도↑, 러시아도 중국 협력 받아 관계 회복 나서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대 우방국 중국에 도착해 이틀에 걸친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첫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언급한 가운데 이튿날엔 하얼빈을 방문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방문한 푸틴, "우크라 위기에 건설적 역할 환영"
16일(현지 시각) 러시아 타스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새벽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승리와 이달 7일 취임식으로 집권 5기를 시작한 후 첫 해외 일정이다. 언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오는 17일엔 하얼빈을 방문한다.
두 정상은 이날 베이징 정상회담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수교 75주년에 즈음해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조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는 것에 관한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을 상대로 한 미국과 동맹국들의 군사적 도발 행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미국 및 그 동맹국의 군사 영역에서의 위협 행동과 북한과의 대결 및 유발 가능성 있는 무장 충돌 도발로 한반도 형세의 긴장을 격화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미국이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 군사적 긴장 형세를 완화하고 유리한 조건을 만들며 위협·제재·탄압 수단을 버리기를 촉구한다"며 "북한과 다른 관련 국가가 상호 존중하고 서로의 안보 우려를 함께 고려한다는 원칙 위에서 협상 프로세스 재가동을 추진하기를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하고, UN 헌장의 충분하고 완전한 준수라는 기초 위에서 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관점에 찬성한다"며 "러시아는 중국이 정치·외교적 경로를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명시했다.
그리곤 "양국은 전쟁의 장기화와 충돌의 고조를 야기하는 모든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위기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일을 피해야 한다고 호소한다"며 "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점진적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위기의 근원'을 없애고 '안보 불가분의 원칙'을 준수하며 각국의 합리적 안보 이익과 우려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인식한다"고 덧붙였다. 안보 불가분의 원칙이란 일국의 안보를 위해 타국의 안보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하는 맥락에서 자주 거론해 온 단어다.
'동상이몽' 중-러, "중국의 중요한 파트너는 서구권"
그간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러시아와 다소 인식 차이가 있음을 거듭 표출해 왔다.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서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2년 10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합병을 규탄하는 UN 안보리 결의안에서 중국이 반대가 아닌 기권 표를 던진 것이다. 이듬해 2월 UN 긴급특별 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채택됐을 당시에도 역시 중국은 기권 표를 던졌다. 개혁개방 추진 및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세계질서에 편입돼 성장 동력을 찾아가는 중국이 서구와의 대결을 이어가려는 러시아와 보조를 맞추기에 한계가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실상 강대국과 척을 진 러시아와 달리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과의 관계 관리에 큰 비중을 두고 있기도 하다. 실제 중국의 대외 교역에서 러시아는 2020년 0.8%에 불과했고 최근 수년간 높아졌지만 2%에 불과해 유럽연합(EU)의 14∼5%에 비해 크게 낮다. 시 주석 입장에선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보다 미국 등 서구가 더 중요한 전략 파트너인 셈이다.
우크라 전쟁에 기울어진 중-러관계, "러시아가 중국 속국화"
더군다나 현재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방의 제재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에 중국이 전자제품 등 전반적인 물품을 공급하면서 생명선을 제공한 데 반해 러시아는 중국에 큰 힘이 못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제공업체 CEIC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 전체 무역의 약 33%를 차지하는 반면 러시아는 중국 무역의 4%에 불과하다.
이에 러시아는 수출 거래 대금 중 위안화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실제 수출 거래 대금에서 위안화 비율은 2022년 0.4%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34.5%로 급증하면서 미국 달러를 앞질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속국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와중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의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를 언급한 건 서방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장기적인 생존전략을 짜겠단 취지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에 대한 국제여론이 험악해진 가운데 우방국인 중국을 앞세워 관계 회복의 초석을 쌓는 게 이번 중국 방문의 최종 목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