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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다 오르는데 강동구만 내린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등 대단지 입주 이어지며 물량 급증
서울 전역 전셋값 상승세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
서울 전셋값이 52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가운데, 강동구의 전셋값은 눈에 띄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11월 ‘올림픽파크 포레온’ 등 신축 아파트의 대규모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량이 급증한 결과다.
강동구의 전셋값 하락세
한국부동산원이 16일 발표한 5월 2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지난해 5월 넷째 주 이후 52주 연속 상승세다. 이에 대해 한국부동산원은 역세권·대단지 등 선호도 높은 단지 위주로 전세 수요가 꾸준한 반면, 매물은 부족해 전셋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강동구의 전셋값은 서울 25개 구 중 유일하게 하락세를 보였다(-0.02%). 곳곳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지며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뒤집힌 것이다. 일반적으로 대단지 입주가 시작되면 일대 전셋값은 한동안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세 공급 물량 자체가 크게 늘어나고, 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세 매물 가격을 낮추는 소유주들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강동구 전세 매물은 2,51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아실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21년 3월 이래 최대 수준이다.
강동구에서는 올해 1월 말 고덕동 ‘고덕풍경채어바니티’(780세대), 2월 말 ‘e편한세상 고덕 어반브릿지’(593세대)가 입주를 시작했다. 당장 오는 6월 말에는 1,299가구 규모 ‘강동 헤리티지 자이’가 입주를 시작하고, 9월에는 999가구의 ‘강동밀레니얼중흥S-클래스’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입주 규모가 1만2,032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장이 열린다.
'둔촌주공'이 시장 뒤집었다
강동구의 전셋값 하락세를 견인하고 있는 단지는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이다. 네이버 부동산 조회 결과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둔촌주공 전세 매물은 약 1,400건에 달한다. 입주가 6개월여 남았음에도 벌써부터 집주인들이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지난 2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를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처리하면서 매물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에서는 전용 84㎡형 전세 매물이 6억원 중반대에부터 나와 있지만, 실제 거래되는 전세가는 7억원 중반에서 8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매물에는 특히 가격이 저렴한 미끼 매물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실제 거래된 전용 84㎡ 전세 가격은 8억원 내외"라고 귀띔했다. 다만 관망 중인 세입자들로 인해 전세 거래는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영향력은
일각에서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이 서울 전셋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4월 ‘아파트 입주 전망’ 발표에서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이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풍부한 매물을 공급해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입주가 서울 전세시장 전반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입주장에서의 전세가 폭락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2018년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헬리오시티(총 9,510가구)' 입주 당시 벌어졌던 일시적 전셋값 하락 사태는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입주한 이 단지는 입주를 3개월 앞둔 7월에 전용 84㎡ 평균 전셋값이 6억899만원까지 미끄러진 바 있다. 하지만 1년 뒤 전셋값은 8억1,250만원으로 올랐고, 2년 뒤에는 9억3,929만원까지 뛰었다. 대단지 입주로 인한 전셋값 하락 효과는 채 1년도 가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강동구 인근에 위치한 경기도 하남시 전세 시장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강동구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 하남으로 이동하는 전세 수요자가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하남시 전세 매물은 1,1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1,009건) 9% 이상 증가했다. 가장 매물이 적었던 지난해 8월에 비해 68% 급증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