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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재무장관들, 中에 공동 대응 협의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비화 가능성↑
수출에 속도 높이는 中, 컨테이너 부족 봉착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중국의 과잉생산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며 공동 대응을 약속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세율을 100%로 4배 높인 데 이어 주요 동맹국들이 대중 견제 전선에 뛰어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업계에선 미·중 간 마찰이 세계적 '무역 전쟁'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중국이 미국 및 서방국가들의 관세 인상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에 수출을 서두르면서 컨테이너 부족 현상에 봉착한 만큼 대중 무역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G7, 中 과잉생산 공동 대응 약속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은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이탈리아 스트레사에서 열린 회의에서 중국의 저가 수출 공세 문제와 러시아 제재에 관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들 국가는 25일 공동 성명을 통해 “중국이 노동자, 산업, 경제 회복력을 훼손하는 비시장적 정책과 관행을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데 우려를 표한다”며 “과잉 생산의 잠재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원칙에 따라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G7의 대중국 연합전선 움직임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G7 회원국들은 지난해 4월 16일부터 18일까지 일본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열린 G7 외교장관 회의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당시 G7 외교장관들은 중국과 가능한 모든 방면에서 협력하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춘다는 접근법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번 공동성명에 따라 유럽연합(EU)과 G7 등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과 비슷한 정책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회의 개막 전 연설에서 “(중국의 과잉 생산은) 미국과 중국의 양자 문제가 아니다”라며 G7에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옐런 장관은 EU가 지난해 말 시작한 중국산 반(反)보조금 조사와 관세 인상 계획 등을 관련 정책으로 꼽았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독일 및 주요 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전면 갈등이 자국 시장에 타격을 줄 가능성을 우려해 미국과는 입장 차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G7 의장국인 이탈리아는 이번 공동 성명을 반겼다. 잔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경제재정부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중국 관세 문제는 객관적인 사실이지 정치적 선택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관련 정책을 시작했을 때 EU 내에서도 반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고 말했다.
중국 즉각 반박 “과잉 생산 문제 존재하지 않아”
이에 중국은 관영 언론을 통해 즉각 반박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G7 공동 성명이 발표된 다음 날인 26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논평을 통해 “미국이 중국의 우위를 무디게 하기 위해 과잉 생산 문제를 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연구원을 인용해 “과잉 생산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의 가동률이 다른 국가보다 높으며, 글로벌 측면에서 보면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생산능력”이라고 전했다. 인민일보는 “중국의 신에너지 산업의 ‘과잉 생산을 과장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다른 나라의 유리한 산업을 억압하려는 일반적인 전술”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G7 회의에서 과잉 생산을 다룬다는 소식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과잉 생산은 사실이 아니며 해당 논의는 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보호주의 논의”라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왕 대변인은 “과잉 생산 문제는 미국이 G7 회원국들에게 중국 제품에 대한 울타리와 제한을 만들도록 강요하려는 구실일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미 '물량 밀어내기' 돌입한 중국
하지만 중국은 관세 인상 움직임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이미 물량 밀어내기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인상 등 무역 제한 조치에 나서자 중국 내 컨테이너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 회사를 비롯한 중국 제조업체들이 오는 8월 미국의 관세 인상 조치가 시행되기 전에 제품 선적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보도에 의하면 중국 내 일부 수출업체는 40피트 컨테이너(약 3.7㎡) 하나에 개당 1,000달러(약 136만원) 이상 지급하고 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를 상회하는 가격이다.
중국 제조업체들이 수출을 서두르면서 미국이 수출을 제한한 주요 품목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세관총국에 따르면 올 1~4월 승용 신에너지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3% 증가한 71만2,564대를 기록했다. 이 중 순수전기차는 55만7,496대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리튬이온배터리와 태양전지의 수출량도 같은 기간 각각 전년 대비 3.8%, 28.1% 늘어난 11억7,000만 개와 450만 톤으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새로운 관세 인상 조치가 단기적으로 중국 수출업체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세 인상 품목의 수출 절대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전기차 관세 인상 조치는 “실질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기차는 이미 수출 제재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양이 극히 적고, 전기차 수요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노무라홀딩스는 EU, 캐나다 등 다른 지역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대중국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하면 중국 수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