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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중국산 전기차 관세율 현행 10%→21% 비협조시 38.1%
테슬라 "실질적 中지원 적게 받는다" 관세 조정 조사 요청
EU 집행위 "테슬라 中 보조금과 특정 상황 깊이 조사할 것"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8%의 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에서 생산된 자사 전기차에 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테슬라는 다른 기업에 비해 중국 당국으로부터 지원 혜택을 적게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론 머스크, EU 집행위원회에 '관세 개별심사' 요청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EC) 대변인은 테슬라가 EU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가 중국 정부 보조금 규모에 상응하는 수준이 되도록 개별 심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무역 담당 집행위원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가 더 낮은 관세율을 적용할 것을 요구했고 EC가 이를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그는 “테슬라의 구체적인 상황과 중국에서 받은 보조금을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고 이는 실제로 다른 수준의 상계관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한 전기차를 중국 시장과 EU 등 해외로 수출한다. 모델Y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에서 조립하지만 EU 수출용 모델3 세단은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다. 중국 국영 언론사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는 상하이 공장에서 총 94만7,000대의 전기차를 인도했는데 이 중 60만 대는 내수 시장용이었고 나머지는 EU 등으로 수출됐다.
테슬라의 개별 심사 요청은 EC의 관세 인상 발표에 따른 것이다. 같은 날 EC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기존 10%에 더해 평균 21%p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중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 혜택을 누렸다는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EC에 따르면 영국 브랜드 MG의 소유주인 국영 제조업체 상하이자동차(SAIC)는 추가로 38.1%의 관세가 부과될 전망이며, 중국의 지리 자동차(볼보와 폴스타 제조업체)에는 20%, 비야디(BYD) 차량에는 17.4%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위원회의 조사에 협조했지만 샘플에 포함되지 않은 중국의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평균 21%의 관세를 부과 받게 되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은 업체들에게는 38.1%의 관세가 그대로 부과된다. 이번 발표는 잠정 조치지만 EU가 중국 당국과 합의를 보지 못할 경우 다음 달 4일 발표되며 4개월 후 최종 조치로 전환된다.
미국도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25%→100%
EU의 관세 부과 조치는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왔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14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겠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인상했다. 또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중국산 제품(배터리 부품 포함)에 붙는 관세를 7.5%에서 25%로 올릴 예정이다. 해당 조치는 자국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머스크 CEO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비바 테크놀로지' 행사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해당 행사에 화상으로 참가한 머스크는 "테슬라와 나는 이런 관세를 요구하지 않았고, 관세가 발표됐을 때 놀랐다"며 "교역의 자유를 저해하거나 시장을 왜곡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테슬라 중국 시장에서 꽤 잘 경쟁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나는 관세가 없는 것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의 한 기자에게서 '바이든 정부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정책이 테슬라의 더 저렴한 전기차 출시에 청신호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처음에는 "그렇게 중요한 성격을 지닌 상장기업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후 화상 연결이 몇 분간 끊겼고, 머스크는 다시 돌아와 "테슬라의 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문은 대답하고 싶지 않고, 청중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테슬라의 저가 신차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관세 문제에 대해서만 답했다.
최악 성적표 받아든 테슬라, 관세 폭탄까지 겹악재
테슬라가 관세 인상 문제에 적극 팔을 걷어 부치는 건 관세의 여파가 고스란히 생산비용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관세 인상 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기업으로 테슬라가 꼽힌다. 테슬라의 모델3는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해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관세가 높아질 경우 모델3 기준으로 대당 1,000달러의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더욱이 테슬라는 최근 실적도 급감하고 있어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테슬라의 1분기 매출은 213억100만 달러(약 29조3,102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233억2,900만 달러)보다 9% 감소했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221억5,000만 달러)를 밑도는 것으로,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감소한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며, 매출 감소 폭 역시 2012년 이후 최대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자동차 부문 매출이 173억7,800만 달러(약 23조9,121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순이익 역시 쪼그라들었다. 1분기 순이익은 11억2,900만 달러(약 1조5,535억원)로, 지난해 동기(25억1,300만 달러)보다 55% 줄었다. 주당순이익(EPS)은 0.45달러로, 이 역시 월가의 평균 예상치(0.51달러)를 하회했다. 영업이익률은 5.5%로 1년 전(11.4%)보다 5.9%포인트 하락했다.
이처럼 테슬라는 전기차 판매 둔화에 따른 판매 실적 감소, 업계 전반에 걸친 전기차 수요 냉각 등 수년 전보다 더 힘겨운 상황에 처해있다. 테슬라의 올해 1분기 인도량은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감소했다. 테슬라의 분기 인도량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20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며, 2022년 3분기 이후 분기별 기준 가장 낮은 판매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