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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쿠팡에 1,400억원 대규모 과징금 부과
쿠팡, 핵심 서비스 '로켓배송' 인질 삼아 반박 입장 내놔
"로켓배송 금지가 아니다" 재반박하며 맞불 놓은 공정위
쿠팡이 검색 순위 조작 등을 이유로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공정위의 제재가 지속된다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구축한 '로켓배송' 서비스 등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이에 공정위는 "쿠팡 측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반박에 나섰다.
"이래선 로켓배송 못 해" 쿠팡의 주장
지난 13일, 공정위는 쿠팡과 PB상품 자회사 씨피엘비에게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쿠팡이 검색 순위(쿠팡 랭킹) 조작을 통해 자기 상품(직매입+PB)만을 검색 순위 상위에 노출하며 '위계에 의한 부당 고객유인행위'를 지속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공정위의 발표에 쿠팡은 즉각 반발했다. 쿠팡은 "전 세계 유래 없이 상품 진열을 문제 삼아 과도한 과징금과 형사 고발까지 결정한 공정위의 형평을 잃은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행정 소송을 통해 법원에서 부당함을 적극 소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입장문을 통해 "(쿠팡은) 다른 오픈마켓과 달리 매년 수십조원을 들여 로켓배송 상품을 직접 구매해 빠르게 배송하고 무료 반품까지 보장해 왔다"며 "고객들은 이러한 차별화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쿠팡을 찾고, 쿠팡이 고객들에게 로켓배송 상품을 추천하는 것 역시 당연시해 왔다"고 말했다.
쿠팡은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모든 재고를 부담하는 쿠팡으로서는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공정위가 이러한 상품 추천 행위를 모두 금지한다면 우리나라에서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는 어려워질 것"이라며 "쿠팡이 약속한 전 국민 100% 무료 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줄줄이 반박 늘어놓은 쿠팡
회사 측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쟁점을 이미 지난달 29일과 이달 5일에 열린 1, 2차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해 객관적으로 반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 쿠팡은 두 차례 전원회의를 통해 상품 진열은 유통업의 본질이자 유통업계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쿠팡의 알고리즘은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더 나은 구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선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역차별 문제도 언급했다. 타 온라인 쇼핑몰들도 PB상품을 우선 노출하고 있으며, 편의점, 대형마트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채널 역시 '골든 존(170cm 이하 매대)'에 PB상품을 판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선희 성균관대 교수는 "대형마트에 가면 입구 쪽 매대에 PB 브랜드 상품이 자리 잡고 있고, 소비자들도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다"라며 "(쿠팡에 대한 공정위 제재는) 오프라인 대형마트 등과 형평성이 어긋나는 데다 글로벌 시장 규제 흐름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쿠팡은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유한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행해졌던 '자사 우대' 처벌을 독점이 없는 유통업체에 부과하는 점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현재 쿠팡의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24.5%, 온오프라인 통합 점유율은 5% 수준이다. 이에 더해 쿠팡은 공정위의 이번 제재로 유사한 상품 진열 관행을 가진 여타 이커머스 업체와 유통 업계 전반의 '진열'이 규제를 받을 우려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여론 오도하지 말라" 공정위의 반박
한편 공정위는 쿠팡이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번 제재는 쿠팡의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을 이용한 구매 후기 작성 및 높은 별점 부여라는 위계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라며 "로켓배송이나 일반적인 상품 추천 행위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로켓배송·PB상품 등을 우선 노출하는 쿠팡의 전략 자체는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쿠팡이 위계 행위를 중지하더라도 검색 광고, 배너 광고, 검색 결과에 대한 필터 기능 적용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로켓배송 상품 등을 소비자들에게 노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 때문에 로켓배송 서비스가 불가능해지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주장은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라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과징금 부과 규모에 불만을 품은 쿠팡이 '여론전'에 착수했다는 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핵심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중단하는 것은 쿠팡에 있어 사실상 '자살 행위'에 가깝다. (공정위 징계가) 실제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은 로켓배송을 일종의 인질로 앞세워 과도한 과징금에 대한 불만을 극단적으로 드러내고, 시장 여론을 개선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