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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노조, SSM 부문 매각은 투자금 회수 목적에 지나지 않아
온라인 사업 진출해 경쟁력 강화하겠다는 MBK 주장 공감 어렵다
홈플러스 노조원 1,000명으로 8월 초 결의 대회 개최 예정
홈플러스의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시장에 M&A 매물로 나온 가운데, 홈플러스의 노사 갈등이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이하 'MBK')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저지하기 위해 투쟁 결의를 선포했으며, 홈플러스는 매각 추진이 본체 경쟁력 강화 목적에 있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일축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분할매각 '잡음', 노조 거센 반발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노조는 다음 달 1,000명 참여를 목표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저지하는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 2일 홈플러스 노조는 MBK 본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에서 “슈퍼마켓만 분리한다면 홈플러스 경쟁력이 아예 상실될 것”이라며 “MBK가 차입금을 갚기 위해 영업이익을 내도 순손실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5년 9월에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는 그간 경영 악화로 매각 절차에 어려움을 겪다 최근 SSM 부분을 부분 매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햇다.
2004년 출범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전국 332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표 SSM 업계 매장으로, 올 1분기 기준 순매출액 2,640억원, 영업이익 79억원을 기록했다. MBK는 SSM 매각 대금을 온라인 배송 인프라를 키워 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개편하겠다는 계획이다. 매각 주관사로 선정된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이달 중 국내외 유통기업과 이커머스 플랫폼 등 잠재 후보군에 투자 안내서(Information Memorandum, IM)를 보낼 계획이다.
하지만 홈플러스 노조 측은 부분 매각이 되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어 이번 부분 매각은 온라인 사업 투자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 목적이 아니라 투자금 회수를 위한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021년 영업손실 1,335억원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뒤 2022년 2,602억원, 2023년 1,994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이에 지난 2017년부터 영업이익을 배당금으로 활용해 인수 금융에 대한 이자를 부담해 왔던 MBK는 영업적자 기간 중 대구점, 부산가야점, 동대전점 등 20여 개 홈플러스 점포를 폐점하거나 매각 후 재임차하면서 이자 비용을 마련해 왔다. 노조 측은 이번 매각도 2015년 당시 인수금융에 따른 이자 부담 및 투자금 회수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노조 측에서 제시하는 또 다른 불만은 사측과의 대화 단절이다. 특히 이번 SSM 부문 매각을 노조 측에 먼저 알리지 않고 언론에 공개했다는 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매각 시 고용 안정, 급여 체계 변화 등 인사 관리 부분에서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이 열려있는 만큼, 노조와 협조하에 매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상 매각 쉽지 않아, 장기전 전망
투자업계(IB)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의 SSM 부분 매각이 MBK의 기대대로 순조롭게 흘러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부분 순매출액은 1조203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726억원이었다. 유통업계 통상 가치평가 배수(EV/EBITDA)가 4~6배인 것을 감안하면, 3,000억원대에서 최대 4,000억원대에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는 해석이지만, 유통업계 사정상 적절한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난달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익스프레스의 인수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알리는 공식입장을 통해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다. 동종 SSM업계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도 인수 의지가 없으며 공식적인 검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의 경우 롯데마트와 롯데슈퍼를 통합하면서 물류 부서를 축소 중이고, 이마트도 이미 이마트에브리데이와 물류 부문 통합을 진행 중이다. 특히 롯데그룹과 이마트그룹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에 발목 잡힌 탓에 내부 자금 사정이 어렵기도 하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SSM에 월 2회 휴무 같은 법적 제재, 1인 가구 확산에 다른 시장 변화 등을 감안할 때 SSM보다 물류센터라는 관점에서 매각이 진행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랜드가 킴스클럽을 매각하고 편의점 진출을 타진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유통업계 내부적으로도 SSM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물류 부문 서비스 구축 의지가 강한 중국 이커머스 3사 중 알리익스프레스 정도가 자금력을 갖추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마저도 알리가 공식 부인함에 따라 기대가 꺾인 상황이다.
MBK, 노조와 협상 의지 있나?
한편 지난 2015년 9월 MBK가 홈플러스 인수 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자 홈플러스 노조는 '실망과 우려'를 나타냈다. 당시 노조와 대화 의지가 있다고 밝혔던 MBK는 10월에 대금을 납입하고 11월에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서야 협상에 나타났다. 지난해 12월부터 노조와 진행했던 임금 협상장에서도 “우리는 항상 4,000억원 정도 마이너스다”, “돈이 없다” 등의 얘기를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서는 현재 홈플러스의 자금 상황과 MBK의 노조 대응 전략을 감안할 때, 이번 파업 예고에도 홈플러스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한다.
한 노조 관계자는 "과거 테스코 시절과 달리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지난 2015년 이후 기대가 충족된 적이 없었다"며 노조 내부에서도 MBK의 비협조적 협상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협상 당시 노조는 MBK파트너스에 3차례 공문을 보내 고용안정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첫 번째는 '지금은 할말이 없다', 두 번째는 '고용보장과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 세 번째는 '노조와 직접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노조는 당시에도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단기간에 재매각을 추진하지 않으며 재매각 시 분할매각을 통해 고용불안을 야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