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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정책, 미·중 갈등 속 中 의존도 낮추는 전략 모색
애플의 핵심 공급업체 폭스콘, 인도 벵갈루루에 신공장 건설
베트남 등 동남아에도 생산시설 확대,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
애플이 최신 아이폰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아이폰 생산의 ‘탈중국’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중국의 봉쇄정책과 미·중 갈등 속에서 일찌감치 탈중국화를 모색해 온 애플은 아이폰의 인도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사실상 아이폰 전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
29일(현지시각) 정보통신(IT) 매체 나인투맥(9to5Mac)은 인도의 경제 매체 머니컨트롤을 인용해 애플이 오는 9월 출시하는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6의 플래그십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한다고 보도했다. 아이폰은 기본·플러스·프로·프로맥스 모델로 구성되는데 이 중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이 플래그십 모델로 분류된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 모델은 아이폰의 주력 제품으로 중국이 아닌 지역에서 조립·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위탁제조업체인 대만 폭스콘을 통해 인도에서 아이폰16 시리즈의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을 조립한다. 그동안 신형 아이폰은 중국에서 생산되고 인도에서는 구형 아이폰을 조립해 왔다. 하지만 2022년 아이폰14 시리즈부터 기본과 플러스 모델이 인도에서 생산되기 시작했고 이번에 아이폰16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 생산을 계기로 사실상 신형 아이폰의 전 모델을 인도에서 생산하게 됐다. 다만 아이폰16 프로 모델의 초기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애플은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생산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아이폰 등 생산의 탈중국화에 속도를 내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이 2023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 비율은 14%로,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 인도에서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중국과의 격차가 감소하는 가운데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의 생산이 시작되면 그 격차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넥스트 차이나' 인도에서 애플 연 매출 33% 증가
그간 애플의 핵심 공급업체인 폭스콘은 중국 허난성 정저우 공장에서만 아이폰의 80% 이상을 생산해 왔으나 2022년 10월 팬데믹으로 인한 공장 봉쇄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집단 탈출하는 바람에 생산에 차질을 빚자, 중국 공장의 인도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왔다. 현재 폭스콘은 인도에 수만 명을 고용, 30개 이상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앞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원)의 수익을 인도에서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인도에서의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폭스콘은 인도 자회사 '혼하이 테크놀로지 인디아 메가 디벨롭먼트'를 통해 인도 공장 건설 프로젝트에 15억4,100만 달러(약 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고 대만 증권거래소에 공시했다. 앞서 같은 해 5월에는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 산업단지 내 300에어커(약 121만㎡) 용지를 매입하기도 했다. 폭스콘에 따르면 신공장 건설로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부터 추진된 탈중국화와 인도 이전의 성과가 가시화되면서 지난해 애플은 인도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지난 1년간 거둔 애플의 인도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 증가하며 80억 달러(약 11조원)를 돌파했다. 특히 아이폰이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인도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의 2% 수준에 불과하지만 팀 쿡 애플 CEO는 인도가 향후 애플의 지속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남아 방문한 쿡 CEO, 베트남에 투자 확대 발표
애플은 아이폰뿐만 아니라 태블릿PC인 '아이패드'의 중국 의존도 역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아이패드를 비롯해 에어팟, 애플 워치 등의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다. 이미 폭스콘은 애플의 요청으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부터 베트남 이전을 본격화했다. 2억7,000만 달러(약 3,720억원)를 투자해 하노이 동쪽 박닌시에 아이패드와 맥북 공장을 건설하면서다. 현재 이 공장의 직원은 6만 명에 육박하며 중국에 이어 폭스콘의 최대 생산기지로 올라섰다.
애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베트남 공급망을 통해 지출한 금액은 400조 동(약 22조2,400억원)으로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이 기간 일자리 20만 개 이상을 창출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15~16일 쿡 CEO는 중국 순방을 마친 지 불과 3주 만에 베트남을 방문해 팜 민 찐 총리와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쿡 CEO는 "베트남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고품질 투자를 증대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애플도 쿡 CEO의 베트남 방문에 맞춰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쿡 CEO는 베트남 방문 직후 인도네시아로 건너가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조코위 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쿡 CEO는 "인도네시아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조코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에 애플의 제조시설이 생기기를 원한다고 했고, 우리는 이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과정을 두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쿡 CEO의 동남아행은 중국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을 다각화하려는 애플의 노력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