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DGB금융그룹, 자본비율 목표 달성 위해 RWA 관리 착수
부동산 PF 리스크에 짓눌리는 하이투자증권, DGB금융도 실적 부진
시중은행 전환한 iM뱅크, 영업망 확대로 인한 초기 비용 부담 확대
DGB금융그룹이 자본비율 개선을 위한 포트폴리오 전략 수정에 나섰다. 적극적인 RWA(위험가중자산) 재배치 등을 통해 11% 수준의 자본비율을 유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은 DGB금융 증권 자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iM뱅크에 투입될 초기 비용 등이 RWA 관리 과정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DGB금융의 RWA 관리 전략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그룹 자본을 재배치하는 등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자본비율 목표를 단기와 중장기로 나눠 단계적 목표 달성을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DGB금융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올해 1분기 11.12%를 기록하면서 작년 말 대비 11bp(1bp=0.01%) 하락한 바 있다. 2분기에는 11.21%로 9bp 상승했지만, 타 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다.
자본비율 개선을 위해 DGB금융은 RWA 관리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천병규 DG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시중은행 전환 후 고성장으로 자본비율이 급격히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알고 있다"며 "은행과 비은행 간 적극적인 RWA 관리를 통해 자본비율을 연말 기준 11% 이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11%선을 사수하는 것은 물론, 11% 중반을 목표로 RWA 관리와 수익성 회복에 전념하겠다는 설명이다.
단순 RWA 관리를 넘어 은행과 비은행 간 RWA 재배치에도 힘쓴다. 주력 자회사이자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를 중심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한편, 비은행 자회사의 RWA 감축을 통해 그룹 전체 자본비율을 관리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DGB금융 산하 은행은 RWA에서 유리한 가계대출 위주로 여신 성장을 추진하고, 증권 등 비은행 자회사는 부실자산 상매각을 통해 RWA를 적극 관리할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 PF 리스크 '발목'
다만 업계에서는 DGB금융의 자본비율 개선 계획이 '순항'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자회사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 리스크 등이 RWA 관리 과정에서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1분기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 PF 관련 우발채무는 8,502억원으로, 자기자본의 76.6%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다. 업계 평균 추정치인 33%를 2배 이상 웃돈다. 충당금 적립 규모는 2022년 1,703억원, 2023년 2,588억원에 달했다.
하이투자증권의 PF 부담은 DGB금융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DG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5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2%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하이투자증권에 투입된 부동산 PF 충당금 비용(2분기 1,509억원)이 DGB금융의 실적 전반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 역시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말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DGB금융 목표주가를 기존 1만1,000원에서 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DGB금융의 순이익 전망치는 3,006억원으로 기존보다 25% 내려 잡았다. 2023년 대비 순이익이 약 22%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 연구원은 "부동산 PF와 관련된 충당금 비용이 이번 분기에 정점을 찍고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변수로 떠오른 iM뱅크
증권을 비롯한 비은행 계열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금융지주의 '맏형' 격인 iM뱅크가 자본비율 개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차후 DGB금융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를 통한 성장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DGB금융은 지난 6월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컨퍼런스를 개최, 위험 가중치가 낮은 은행 중심 성장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가계 여신 비중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위주로 기업대출을 늘려 수도권 균형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선 iM뱅크의 시중은행 전환 효과를 단기간에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전국구로 영업망을 확대함에 따라 영업 점포 개설, 인력 확충 등 막대한 초기 비용 지출이 발생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DGB금융은 이달 원주지점을 시작으로 3년간 강원, 충청, 호남 지역 등 영업점 14곳을 신설할 계획이다. 전 계열사 사명 변경에 따른 브랜드 홍보 비용 부담까지 더해지면 오히려 iM뱅크가 DGB금융의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대내외적 변수가 산적한 가운데, DGB금융은 CET1 비율 12% 달성까지 3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5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천병규 CFO는 "CET1비율 11.0%를 내부최소비율로 삼고 이 수준은 당연히 지킬 것"이라며 "올해는 11% 중반 수준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RWA 관리 및 수익성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ET1비율 12%를 상향 돌파해야 30% 이상의 총주주환원율이 가능하다는 기존의 큰 틀은 변화가 없다"며 "다만 기간은 시중은행 전환 후 약 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