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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아시아 태평양, ‘안보 딜레마’로 전쟁 위험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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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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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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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억제 노력이 군비 증강 가속화하는 ‘안보 딜레마’ 불러
방어 목적 군사적 대비와 대화 통한 신뢰 구축 병행 중요
‘평화’, ‘협상’ 의도 먼저 드러내야 전쟁 방지 가능

[동아시아포럼] 섹션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 이코노미(Policy Economy)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 및 지역 국가들의 무력 사용을 전제한 전쟁 억제 노력이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켜 상황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서로를 적대 세력으로 간주해 끊임없이 군비를 증강하는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에 빠졌기 때문이다. 전쟁을 막기 위해선 방어 목적을 명확히 앞세운 군사적 대비와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 및 신뢰 구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U.S. National Security Adviser Jake Sullivan visits China
사진=동아시아포럼

무력 사용 전제한 ‘전쟁 억제책’이 ‘안보 딜레마’ 불러

미국과 우방국들이 군사력에 의존한 전쟁 억제책을 통해 지역 평화를 유지하는 동안 전쟁 위험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전쟁 억제책은 2000년대 들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 평화 유지에 기여하는 주요 수단으로 여겨져 왔지만 동시에 안보 딜레마를 키운 원인이기도 하다. 중국과 미국 및 우방국들이 서로의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에 몰입하는 동안 갈등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우월한 군사적, 경제적 전쟁 억제력은 당장 중국과의 무력 충돌을 방지하는 데는 기여했으나 이러한 힘의 불균형은 점차 더 큰 위험을 동반하는 상황으로 발전했다.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걸프전(Gulf War) 발발로 중국이 기술적으로 진보한 서구권 국가들의 군사력에 위협을 느끼면서부터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역시 중국이 인접국인 대만, 북한과 군사적 갈등 시 자국 안보가 심각한 위협에 처할 수 있음을 깨닫게 해 군사적 확장을 가속화하는 계기와 명분으로 작용했다. 이후 중국은 군사 기술과 인민해방군 해군(People’s Liberation Army Navy), 미사일 체계에 대한 투자를 늘려 ‘강력한 적’과 맞서 싸울 수 있는 위치로 올라섰다.

이에 미국과 우방국들이 군사력 증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안보 딜레마 역시 확대돼 왔다. 중국이 남중국해(South China Sea)에 군사 기지를 설치하는 것은 중국 입장에서는 국가 방어 목적의 필요 조치지만 미국과 우방국들에는 ‘공격적 팽창’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미군이 중국 군사 기지 주위를 기동하면 미국은 공해상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겠지만 중국은 자국 영토와 자주권에 대한 침해로 여길 것이다.

비슷한 논리로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군비 확장을 미국은 아시아 주변국과의 군사적 동맹이 필요한 이유로 설명하겠지만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봉쇄 시도에 대한 대응이라고 합리화할 것이다. 안보 딜레마 상황에서는 내가 하면 ‘정당한 방어’고 상대방이 하면 ‘침략 행위’가 되는 셈이다.

방어 목적 군사력 증강과 외교적 분쟁 해결 노력 균형 필요

이런 의미에서 중국과의 무력 충돌 억제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로 가능하다기보다는 핵을 보유한 두 강대국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두 나라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가장 필요한 조치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진정한 평화 유지 노력을 통해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는 것이다.

물론 방어 목적임을 분명히 하면서 군사력 증대를 지속하는 것은 필요한 대책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정부(Biden administration)가 대만에 항공기와 함정, 방공시스템을 지원한 것은 중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을 판매한 트럼프 정부(Trump administration)보다 신중한 접근으로 분석된다. ‘고슴도치 전략’(porcupine strategy) 자체도 근접한 함선이나 전투기를 조준할 수 있는 단거리용 무기(short-range weaponry)에 집중함으로써 중국 본토 공격을 시사하지 않고 대만 방어 의지를 피력하는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안보 딜레마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제기구 및 협약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중국이 ‘유엔 해양법 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의 결정을 거부하면서 중국과 대만,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을 둘러싼 남중국해 영해권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돌발 상황을 막기 위해 외교적 채널을 통한 분쟁 해결 노력을 주도해야 한다. 힘든 일이지만 외교적 해결은 분명한 규칙과 경계를 설정함으로써 쌍방의 오해와 오판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귀중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성의 있게 중국과의 협상에 나선다면 중국의 강대국 지위와 힘을 인정한다는 신호로 이어져 중국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평화’, ‘협상’ 우선시 의도 드러내야 전쟁 방지 가능

신중하고 솔직한 의사소통도 긴장 완화와 분쟁 방지에 필수적이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실행 조치들의 이유와 목적을 갈등 당사국들에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대치보다는 평화를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해 적대적인 해석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행동을 안보 딜레마의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이 대화 전개와 상호 이해에 유익하며 중국의 관심사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도 상황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방법이다. ‘선과 악’ 등 도덕적 잣대를 반영한 표현으로 상대방과 갈등을 표현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만 시킬 뿐이다.

현시점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전쟁 억제 전략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전쟁 일보 직전에 와 있다. 이제부터 전쟁 억제와 긴장 완화가 균형을 이루되 평화와 협상을 우선시한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정책이 실행돼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제임스 채빈(James Chabin) 나고야대학교(Nagoya University) 국제개발대학원 석사과정생입니다. 영어 원문은 Deterrence alone cannot prevent war in the Asia Pacific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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