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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개발사들, 대규모 개발비 투입해 '대작' 개발 착수
중국산 콘솔 흥행작 '검은신화:오공'이 시장 판도 바꿨다
문 열린 중국 콘솔 게임 시장, 국내 개발사 수혜는 불투명
국내 게임업계에서 '대작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국내 게임 개발사들이 대규모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개발한 트리플A급(2억 달러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게임을 일컫는 용어) 신작 게임들의 출시를 속속 예고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트리플A급 흥행작 '검은신화: 오공'의 등장이 글로벌 게임업계 전반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는 평이 흘러나온다.
'트리플A급 신작' 개발 나선 국내 게임사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 산하 개발사인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최근 블록버스터급 게임 ‘눈물을 마시는 새’의 지식재산권(IP)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출시 목표 시기는 2026년이다. 몬트리올 스튜디오는 크래프톤이 북미 시장에 트리플A급 게임을 선보이기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같은 크래프톤 산하 펍지스튜디오도 1억 달러(약 1,340억원) 이상의 개발비를 투입해 트리플A급 신작 게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최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트리플A급 신작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을 최초 공개했다.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내년 공개를 목표로 개발 중이며,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시리즈, 스팀 및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지난 6월 트리플A급 게임인 ‘퍼스트 디센던트’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해 흥행에 성공한 넥슨도 핵심 IP인 ‘던전앤파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작 게임 ‘퍼스트 버서커:카잔’을 2025년 중 선보일 예정이다.
‘검은사막’의 개발사 펄어비스 또한 차기작으로 ‘붉은사막’과 ‘도깨비’를 개발 중이다. 두 게임은 각각 2018, 2019년부터 개발 중인 트리플A급 신작이다. 엔씨소프트는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호라이즌’ IP 기반의 멀티 플랫폼 게임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산 '콘솔 대작'의 등장
업계는 현재 국내 게임업계를 휩쓴 '대작 개발' 트렌드가 중국 게임업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검은신화: 오공' 등 콘솔 흥행작이 등장하기 시작하자,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내 입지가 약한 국내 게임 개발사들도 줄줄이 관련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섰다는 시각이다. 최근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킨 중국산 콘솔 게임 '검은신화: 오공'은 지난 8월 중국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가 출시한 액션 RPG로, 중국 설화 서유기를 배경으로 진짜 손오공이 자신을 사칭하는 투전승불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동양적인 분위기, 높은 시각적 완성도, 여의봉과 변신을 활용한 개성적인 액션 등으로 평단과 게이머 양측에서 상당한 호평을 받았다.
'검은신화:오공'의 스팀 플랫폼 판매량은 현시점 2,000만 장을 돌파한 상태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하루 평균 12만 장에 달하는 판매고를 기록한 셈이다. 중국 화타이 증권은 연구 보고서를 통해 ‘검은신화: 오공’의 연간 판매량이 최소 3,000만 장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검은신화: 오공'의 흥행은 중국이 모바일, 캐주얼 게임을 넘어 대작 콘솔 게임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사례"라며 "내년에도 중국 게임사들의 대작 공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中 게임 시장의 변화, 국내 개발사 영향은
이에 시장에서는 '검은신화: 오공'의 흥행이 글로벌 게임사들에 있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이 나온다. 토종 대작 게임의 등장으로 중국 내 콘솔 게임 이용자가 급증, 모바일 게임 위주였던 중국 게임업계에 거대한 신생 시장이 구축됐기 때문이다. 실제 '검은신화: 오공'이 출시된 지난 8월 한 달간 중국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게임 콘솔 판매는 80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시장에서 콘솔 게임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결과적으로 글로벌 콘솔 게임 시장 전반이 양적인 성장을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 게임 시장의 막대한 규모 및 파급력을 고려한 분석이다. 국제디지털회사(IDC)가 발표한 '2017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 게임 시장 매출액은 309억 달러(약 41조5,000억원)로 세계 1위 수준이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한국 게임업계에도 호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한국 게임사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중심으로 한 모바일 게임에 무게를 실어 왔다. 새로 열린 중국 콘솔 게임 시장에 내놓을 경쟁력 있는 상품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검은신화: 오공'의 흥행을 계기로 중국 정부가 게임 개발 산업에 공격적인 지원을 단행할 경우 한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 입지가 눈에 띄게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