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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조 유상증자 빨간불" 금감원, 고려아연 부정거래 가능성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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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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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증에 칼 빼든 금감원
공개매수·유증 동시 진행 정황 포착
불법 적발 시 수사기관 이첩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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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와 관련해 부정 거래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위법 행위가 발견되면 곧바로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위계에 의한 부정행위' 등 집중 조사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형식적으로 같은 시기에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했다면 각각이 독립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며 “기존 공개 매수 신고서에 중대한 사항이 빠진 것이고, 부정 거래 소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또 “불공정거래가 확인되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에 이첩할 것”이라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도 필요하면 계속하고 심사, 조사, 검사, 감리 등 법령상 권한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날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유상증자 관련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4명의 인력을 투입해 현장 검사에도 착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11일 자사주 공개매수가를 인상하며 제출한 정정 공개매수 신고서에 “공개매수 이후 회사 재무 구조에 변경을 가져오는 구체적인 장래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명시했지만,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14일부터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 작업에 착수했다. 통상 실사를 하기 최소 한 달 전부터 유상증자를 준비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 전부터 유상증자를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금감원은 공개매수 신고서를 허위 기재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함 부원장은 “투자자가 주주 환원 정책을 쓴다고 믿고 투자를 했는데, 갑자기 유상증자를 접하면 큰 손해를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공개매수서에 허위 기재가 있었는지 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에 유상증자를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보고 부정 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회사, 관련 증권사에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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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기습 유상증자 후폭풍 '일파만파'

시장에서도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자사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예정 자사주를 뺀 전체 발행주식 수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1주당 모집가액(예정치)은 67만원으로, 총모집액은 약 2조5,009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주식 유통물량 확대를 통해 투자자 피해를 막고, 소유 분산구조를 실시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의했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공개매수에 따른 유동주식수 감소로 주식분산 요건이나 거래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 또는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어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주환원의 일종인 자사주 매입이 끝나자마자 구주주들의 참여 기회는 배제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은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 충분하다. 실제로 주주들은 고려아연의 의도를 다르게 보고 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가치를 희석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8.47%,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율은 35.42%로 약 3%포인트 차이가 난다. 이런 가운데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MBK·영풍 연합의 지분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청약 한도 조건이다. 고려아연은 총모집주식 중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고, 나머지 일반공모에 참여한 청약자에게는 3%(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하기로 했다. 이 경우 최 회장의 사실상 우호 지분인 우리사주가 전체 지분 중 4%를 확보할 수 있고, MBK·영풍 연합의 지분 추가 확보를 막을 수 있다. 그동안 MBK·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하면서 최 회장 측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했는데, 유상증자를 통해 다시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유상증자가 최 회장의 지배력 확보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총모집액의 약 92%에 달하는 2조3,00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한다고 공시했는데, 앞서 고려아연은 지배력 방어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위해 메리츠증권(1조원) 등에서 2조3,000억원을 빌린 바 있다. 결국 일반주주들의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겠다는 뜻이다.

MBK·영풍 연합,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MBK·영풍 연합도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은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했다. 단 법원의 판단을 예단하긴 이르다. 그간 사건에 따라 법원의 판결도 엇갈렸기 때문이다. 가장 유명한 사례인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에선 가처분이 인용되기도, 기각되기도 했다. 최근 판례들은 법원에서 '경영상 판단'에 무게를 실어주며 '가처분 기각'에 좀 더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다만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할 경우 최 회장 측 지분율이 MBK·영풍 연합을 추월할 수는 있지만 여전히 과반에는 못 미친다. 게다가 지분율 7%가 넘는 국민연금 등 신주인수권에서 배제된 주주들이 등을 돌리면 오히려 MBK·영풍 연합에 유리해질 수도 있다. 승산이 높아진 MBK·영풍 연합이 장내 매집을 계속하면 주가가 오르고 그만큼 최 회장 측의 신주인수 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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