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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침체에 철근 산업도 휘청,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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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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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불황에 철근업계 '최악 위기'
생산 조절에도 철근 가격 추락
현대제철·동국제강 등 실적 비상

건설 현장에 쓰이는 국내 철근(봉강) 수요가 관련 통계를 낸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수요처인 아파트 건설 경기가 고꾸라진 영향이 크다. 내년에 예정된 아파트 착공 물량도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철근업계의 불황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철근 수요 14년 만에 최저

8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철근 수요는 602만7,000톤으로, 전년 동기(766만6,000톤) 대비 21.4% 줄었다. 10~12월이 건설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총수요는 800만 톤을 밑돌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철강협회가 철근 수요를 조사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더욱이 이는 올 초에 내놓은 전망치(900만 톤)는 물론, 최악의 건설 불황이라던 2011년(860만9,000톤)에도 못 미친다. 철근 가격이 톤당 70만~80만원 수준인 만큼 올해 예상보다 7,000억~8,000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한 철강업체 관계자는 “공식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선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 직후에도 연간 철근 수요가 800만 톤을 웃돈 것으로 추산한다”며 “철근 시장 불황 정도가 IMF 때보다 심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철근업계의 실적도 바닥을 기는 실정이다. 국내 철강업계의 연간 철근 생산 능력은 1,246만 톤에 달한다. 그런데 올해 수요가 800만 톤을 밑돈다는 것은 평균 가동률이 60% 정도에 머무른다는 얘기다. 이에 현대제철(연 생산능력 335만 톤)의 3분기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7.5% 줄었고, 동국제강(연 275만 톤)도 215억원으로 79.6% 빠졌다. 이들 기업 매출에서 철근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0%와 50%에 이른다.

감산 조치에도 속수무책

철근 재고량도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 철근 재고량은 15만1,400톤으로 지난해 동기 10만6,291톤 대비 42.4% 늘었다. 이에 업계는 감산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모습이다. 특히 철근 가격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린 것이 치명타로 작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기요금까지 올라 원가 부담도 커졌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산업용(을) 전기요금이 ㎾h당 16.9원(10.2%) 오르면서 생산원가도 톤당 1만원 정도 상승하게 됐다. 철근 생산 원가에 있어 전기요금은 철스크랩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통상 원가 상승분은 철근 기준가격에 반영되지만, 문제는 현 상황에서 기준가격이 제 역할을 못하는 데 있다. 마감가격은 기준가격 위에서 형성되는 게 일반적인데, 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준가격은 톤당 91만4.000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제강사 관계자는 “기준가격은 대형건설사의 벌크 계약 때 적용되는데, 오히려 마감가격보다 높아 의미가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전기요금 상승분을 원가에 반영해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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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국제강

버티기 돌입한 철강업체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은 6일 ‘2025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를 통해 “2022~2023년 수주, 착공 감소 영향이 2025년까지 이어져 부진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건설 투자가 올해보다 2.1% 줄어드는 만큼 철근 수요도 더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게다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철근 가격(범용 제품인 SD400·10㎜ 기준)도 떨어진 상황이다. 7월부터 철강업체들이 대대적인 감산에 들어가면서 9월 톤당 80만4,000원으로 뛰었지만, 이달 들어 다시 71만원으로 내려왔다. 공급을 줄였는데도 가격이 떨어졌다는 건 수요 감소폭이 더 크다는 의미다.

이에 철강업체들은 건설업황 개선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만큼 일단 ‘버티기’에 들어갔다. 현재 동국제강은 철근 공장을 야간에만 가동하고 있다. 당초 7~8월에만 야간 조업을 할 계획이었지만, 계속 연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과 대한제강은 특별 보수 기간을 잡는 식으로 일부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철근 생산업체가 감산하면서 시장이 좋아질 때만 기다리고 있다”며 “비용을 줄이는 것 외에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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